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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은 왜 스마트 워치에 도전했나

중앙일보

입력

만년필. 하루 종일 휴대폰을 손에 달고 사는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아날로그'라니. 111년 동안 만년필을 만들어온 역사를 생각하면 몽블랑이야말로 아날로그의 정수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최근 몽블랑의 행보를 지켜봐 온 사람이라면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2016년엔 전자 필기구를 출시하더니 2017년 초엔 스마트 워치까지 내놓았으니 말이다. 까르띠에와 예거 르쿨트르 등 리치몬트 그룹에서 20년간 일하다 2013년 몽블랑에 합류(당시 세일즈 부사장) 니콜라 바레츠키가 올해 4월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지난 6월 20일 서울에 온 그를 만나 몽블랑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물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6월 20일 니콜라 바레츠키 몽블랑 인터네셔널 CEO가 이 브랜드 이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만년필·시계와 함꼐 포즈를 취했다. 박종근 기자

6월 20일 니콜라 바레츠키 몽블랑 인터네셔널 CEO가 이 브랜드 이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만년필·시계와 함꼐 포즈를 취했다. 박종근 기자

바레츠키 CEO는 만나자마자 가방에서 펜 하나와 시계 하나를 꺼내 들었다. 펜은 뱀 모양의 금색 클립(펜 뚜껑에 붙어 있는 고리)이 달려 있는 고전적 디자인의 만년필이고, 시계는 스마트 워치였다. 늘 소지하는 물건들로, 시계는 원래 손목에 차고 다니던 건데 이동 중 방전돼 가방에 넣어왔단다.

고전적 디자인의 펜과 첨단 기기라니, 매우 대조적이다.

"난 이 둘이 비슷하다고 본다. 펜부터 이야기하자면 1906년 몽블랑이 처음 만들었던 만년필 ‘루즈 앤 느와’를 2016년 재해석해 만든 모델이다. 당시만 해도 펜과 클립은 따로 판매하는 물건이었다. 그런데 몽블랑이 혁신적으로 클립을 펜에 붙여 함께 만들었다. 지금은 몽블랑의 유산이라고 말할 수 있는 빈티지 제품이지만, 펜이 탄생한 배경을 생각하면 젊고 현대적인 느낌이 물씬 나지 않나. 이 시계는 2017년 새로 론칭한 스마트 워치 ‘서밋’이다. 이건 우리가 새로 시작하는 혁신을 상징하는 물건이다. "

니콜라 바레츠키 CEO가 늘 챙겨 다닌다는 몽블랑 루즈 앤 누아 만년필과 스마트 워치 서밋. 

니콜라 바레츠키 CEO가 늘 챙겨 다닌다는 몽블랑 루즈 앤 누아 만년필과 스마트 워치 서밋. 

결국 ‘혁신’을 상징하는 아이템이다.

"그렇다. 내가 생각하는 몽블랑의 방향성이기도 하다. 직원들에게 앞으로의 몽블랑 방향을 설명할 때 ‘올웨이즈 이노베이션’(always innovation, 언제나 혁신을 추구한다는 의미)이라고 이야기한다. 구체적인 방법을 묻는다면 ‘우리 것을 어떻게 다르게 보여줄까’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우리가 100년 넘게 가지고 있는 헤리티지(유산)을 어떻게 혁신적으로 고객에게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하라는 말이다. "

첨단에 '전통'이란 스토리 입혀 #몽블랑 CEO 니콜라 바레츠키 인터뷰

스마트 기기는 그런 취지에서 내놓는 건가.

"지금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시대다. 우리가 어떻게 디지털 세상에 스며들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내놓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2016년 9월 내놓은 '어그멘티드 페이퍼'(종이에 필기하면 디지털 기기로 내용이 전송되는 필기구)가 시작이다. 2017년 3월 출시한 스마트 워치 '서밋'은 스위스제 고급 시계의 특성과 기능을 디지털 시계에 담아 보고 싶어 만들었다. "

몽블랑이 내놓은 스마트 기기의 시장 반응이 궁금하다.

"어그멘티드 페이퍼는 출시 초반 매장에 제대로 제품을 공급하지 못할 정도로 수요가 많았다. 서밋 역시 만들기 바쁘게 팔려 나간다. 굉장히 좋은 소식이다. "

몽블랑 어그멘티드 페이퍼. 노트에 글씨를 쓰면 휴대폰에 텍스트가 그대로 저장된다. [사진 몽블랑]

몽블랑 어그멘티드 페이퍼. 노트에 글씨를 쓰면 휴대폰에 텍스트가 그대로 저장된다. [사진 몽블랑]

소비자가 왜 몽블랑 스마트기기를 좋아할까.

"전통과 첨단이 결합됐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특히 서밋은 1858년 만들어진 시계의 디자인과 곡면 사파이어 글라스, 얇은 두께의 케이스 등 럭셔리 시계의 구성 요소를 적용한 게 적중했다. 시장에 나와있는 기존 스마트 워치에서 보기 힘든 것들이다. 어그멘티드 페이퍼 역시 겉으로는 가죽 커버가 씌워진 노트에 몽블랑의 펜으로 구성된 전통적인 필기구처럼 보인다. 물론 필기한 것이 디지털 기기에 그대로 텍스트로 저장되는 첨단 기기지만 말이다."

전통적 제품보다 디지털 기기에 더 주력하는 건가.

"그건 아니다. 숫자를 공개할 순 없지만 브랜드 전체에서 디지털 기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은 편이다. 다만 젊은 세대 고객을 잡고, 또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고 시도한 것으로 봐달라. 최근 20~30대 고객에게 집중하고 있다. 젊은 고객층이 스마트 기기와 현대적인 디자인의 제품을 통해 몽블랑 제품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나중에는 몽블랑의 다른 제품까지도 구매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만 현재로선 이게 몽블랑 전체를 대변할 순 없다."

필기구의 소멸을 점치는 사람도 있다.

"난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 하지만 오히려 젊은층 사이에선 전통적인 것에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럭셔리 필기구 시장은 점점 성장하는 추세다. 더 많은 고객이 필기구를 구매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제시하느냐다. 어떤 혁신을 담았느냐, 어떤 스토리가 제품 속에 담겨 있느냐의 싸움이다. "

럭셔리 필기구 시장의 성장을 확신하는 근거가 있나.

"사람들이 럭셔리 필기구를 사는 이유는 글을 쓰는 기능 자체도 중요하지만 ‘나’를 표현해주는 물건이라고 생각해서다. 시계도 마찬가지다. 이 제품이 나의 삶과 문화, 취향이 어떤 건지 보여주기도 하고 가치와 역사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는 기호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역사와 스토리를 담고 있는 물건은 결코 없어지지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

몽블랑 스마트워치 '서밋'. [사진 몽블랑]

몽블랑 스마트워치 '서밋'. [사진 몽블랑]

가치와 역사가 중요한데 왜 굳이 디지털 기기를 개발하나.

"디지털을 기본으로 하는 첨단 시장을 모른 척 할 순 없다. 다만 그 안에 스토리를 담아야 한다. 몽블랑이 가지고 있는 가장 좋은 스토리는 100년 넘게 지켜온 전통이다. 이 전통과 첨단을 결합하는 것, 이게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어그멘티드 페이퍼와 서밋을 통해 그게 맞는 방향이라는 건 이미 검증됐다고 본다. 단순한 디지털 기기였다면 이렇게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을 거다. "

서밋뿐 아니라 지난 6월엔 기계식 시계 ‘타임워커’도 내놨다. 시계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건가.

"몽블랑 시계는 조금 특별한 포지셔닝(시장 위치)을 가지고 있다. 훌륭한 제조 기술과 풍부한 콘텐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격대는 다른 럭셔리 시계에 비해 낮다. 가성비 좋은 시계란 얘기다. 서밋 역시 다른 럭셔리 시계 브랜드의 스마트 워치 중 가장 가격이 낮다(130만원 대). 앞으로도 가격을 높이기보다는 가성비 부분에 있어서 최고가 되고자 한다. "

앞으로의 계획은.

"새로운 몽블랑의 모습을 계속 보여줄 거다. 단, 새롭기만 한 게 아니라 그 배경에 항상 혁신 정신이 들어가 있을 것이라는 걸 약속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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