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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50~60대, 우울 줄이려면 운동·오락보다 취미 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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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이혼·별거나 사별, 비혼에 따른 1인 가구가 많은 50~60대 중장년층은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1인 가구의 우울감이 높은 편으로 꼽힌다. [중앙포토]

주로 이혼·별거나 사별, 비혼에 따른 1인 가구가 많은 50~60대 중장년층은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1인 가구의 우울감이 높은 편으로 꼽힌다. [중앙포토]

1인 가구는 어느덧 한국에서 가장 흔한 가정 유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전체 가구의 27.2%로 2인 가구(26.1%), 3인 가구(21.5%), 4인 가구(18.8%)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1인 가구는 혼자 사는 경우가 많은 20~30대나 노인 세대뿐 아니라 전 연령대에서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의 빈곤 문제와 사회적 고립 위험성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중장년층, 이혼·사별로 1인 가구 많고 우울감 높아 #"꾸준한 취미활동이 우울감 낮추는 효과 제일 커" #산책이나 쇼핑은 우울감 낮추는 효과 없어 #"여가 활동 여부보다 내용과 규칙성, 동반자가 더 중요" #사별보다 이혼·별거시 우울감 더 높아, 남성도 취약 #"중장년 여가 늘리고 사회적 네트워크 강화해야"

  그렇다면 청년층과 노년층 사이에 '끼어있는' 50~60대 중장년층 1인 가구는 어떤 특징을 보일까. 주로 이혼이나 별거, 비혼(非婚)에 따른 1인 가구가 많다. 60대에선 배우자를 사별해 1인 가구가 된 경우도 흔하다. 50~60대 1인 가구는 스트레스나 불안감 때문에 다른 연령대보다 우울 수준과 자살 생각이 높은 취약계층으로 꼽힌다.

꾸준히 증가하는 1인 가구. 특히 중장년층 1인 가구는 다른 연령대보다 우울 수준과 자살 생각이 높은 취약계층으로 꼽힌다. [중앙포토]

꾸준히 증가하는 1인 가구. 특히 중장년층 1인 가구는 다른 연령대보다 우울 수준과 자살 생각이 높은 취약계층으로 꼽힌다. [중앙포토]

  이처럼 혼자 사는 50~60대의 문제점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뭘까. 꾸준히 자신만의 취미활동을 하면서 여가를 보내면 상대적으로 우울감이 적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혜진 연세대 사회복지연구소 전문연구원팀은 2015년 도시 지역에 혼자 거주하는 만 50~69세 남녀 168명을 면접 조사한 보고서를 1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학술지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이들을 여가 활동 유형에 따라 '일상적 홀로 운동형'(주 1회 이상 혼자 운동),  '관계적 운동·오락형'(비정기적인 단체 운동·오락 참여), '일상적 취미활동형'(주 1회 이상 취미활동 참여), '여가소홀형'(여가 활동을 거의 안 함) 등 4개 그룹으로 나눴다.

  이들의 우울 수준(0~15점)을 따져봤더니 '일상적 홀로 운동형'이 6.67점으로 가장 높고, '일상적 취미활동형'이 3.77점으로 가장 낮았다. 매주 꾸준히 독서나 낚시, 화초 가꾸기 등 자신이 원하는 취미활동에 나서는 사람들의 감정이 가장 안정적이라는 의미다. 반면 나머지 3개 그룹은 모두 우울감에 빠지기 쉬운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집 베란다에서 화초를 가꾸고 있는 한 중년 여성의 모습. 이러한 화초 가꾸기, 독서, 낚시 등 꾸준한 취미활동에 나서는 중장년층 1인 가구는 상대적으로 우울감을 덜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집 베란다에서 화초를 가꾸고 있는 한 중년 여성의 모습. 이러한 화초 가꾸기, 독서, 낚시 등 꾸준한 취미활동에 나서는 중장년층 1인 가구는 상대적으로 우울감을 덜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연구팀은 "50~60대 1인 가구에겐 산책·등산 등의 운동이나 쇼핑·외식 같은 오락활동은 우울감을 낮추는 것과 별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여가 활동을 하느냐, 안 하느냐보다는 어떠한 활동을, 얼마나 규칙적으로,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풀이했다.

  또한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보다는 배우자와 이혼·별거, 사별을 겪고 혼자 사는 사람들의 우울감이 더 높았다. 특히 이혼과 별거는 사별보다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일반적으로 여성이 우울감에 더 취약하다는 기존 연구와 달리 혼자 사는 남성 중장년층의 우울감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주관적인 건강 상태가 좋고 자녀와 자주 만날수록 우울감은 낮아졌다.

한 직장인이 편의점에 마련된 1인 좌석에서 홀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혼밥' 등 혼자서 일상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은 1인 가구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빈곤 문제와 사회적 고립 위험성도 따라서 올라가고 있다. [중앙포토]

한 직장인이 편의점에 마련된 1인 좌석에서 홀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혼밥' 등 혼자서 일상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은 1인 가구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빈곤 문제와 사회적 고립 위험성도 따라서 올라가고 있다. [중앙포토]

  이들의 어려움을 줄여주기 위한 대안은 어떤 게 있을까. 우울증과 자살 위험에 노출된 50~60대 1인 가구를 위해 이들에게 특화된 우울교실을 열거나 스트레스 관리실 등을 적극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또한 남성을 대상으로 한 요리 교실, 취미활동 동호회 등을 지역사회복지관 중심으로 활성화해야 한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이혼·사별을 겪은 사람들에게 맞춘 정서 지원 프로그램 개발도 필요한 상태다.

  연구팀은 "혼자 사는 중장년층을 위한 여가활동이 다양해져야 하며 사회적 네트워크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농어촌 지역의 중장년층 1인 가구의 여가활동에 대해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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