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강찬수의 에코 파일] 기름오염 사고 Oil Spill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름 오염 사고  Oil Spill

지난 2003년 9월 부산 남구 용호동 이기대해안에서 강풍으로 좌초된 명보해운 소속 1만6000t급 화물선 '에이스호'에서 유출된 기름이 인근 해상을 오염시키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003년 9월 부산 남구 용호동 이기대해안에서 강풍으로 좌초된 명보해운 소속 1만6000t급 화물선 '에이스호'에서 유출된 기름이 인근 해상을 오염시키고 있다. [중앙포토]

토양과 하천·바다가 기름으로 오염되는 사고를 말한다. 
바다에서는 유조선이 실어나르는 원유, 선박 연료가 흘러나오는 사고가 대부분이다. 바다 밑에선 원유를 채취하는 시추선에서 기름이 누출되기도 한다. 육상에서는 송유관에서 기름이 유출되거나 유조차량 사고로 기름이 흘러나와 토양이 오염된다. 1991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다가 퇴각하면서 기름을 퍼 올리는 유정에 불을 질러 토양과 공기를 오염시킨 사례도 있었다. 
기름 오염 사고가 발생하면 야생 동물이 큰 피해를 본다. 유출된 기름이 완전히 사라지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리기 때문에 후유증도 오래간다.

지난 2007년 기름유출 사고 직후의 충남 태안 앞바다. 사고 사흘 째인 그해 12월 9일 5000여 명의 인력이 태안 앞바다에서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007년 기름유출 사고 직후의 충남 태안 앞바다. 사고 사흘 째인 그해 12월 9일 5000여 명의 인력이 태안 앞바다에서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국내에서는 과거 여러 차례 기름 오염 사고가 발생했다. 대표적인 것이 2007년 12월 7일 충남 태안 앞바다 사고다.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가 삼성중공업 소속 크레인선과 충돌하면서 약 1만2000kL(킬로리터)의 원유가 유출됐다(1 kL는 1000L다. 흔히 1t으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액체인 기름의 양을 표현할 때는 부피로 표시하는 것이 정확하다).

유조선·시추선·송유관 등서 유출… 수십년 간 잔류 #2007년 태안 사고 당시 봉사자 100만명 정화 활동 #멕시코만· 알래스카 유출사고로 해양 생태계 피해 #정화 위해 뿌린 유분산제가 2차 피해 일으키기도

지난 2007년 12월 기름 유출 사고로 오염된 충남 태안군 해안에서 자원봉사자와 주민· 군인· 경찰 등이 기름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007년 12월 기름 유출 사고로 오염된 충남 태안군 해안에서 자원봉사자와 주민· 군인· 경찰 등이 기름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로 인해 태안해안국립공원 등 주변 연안이 기름으로 심하게 오염됐다. 당시 오염 정화를 위해 전국에서 100만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현장을 찾아 해변의 기름을 닦아냈다.

이 지역 어민들은 양식장과 어업 피해가 4조 원이 넘는다고 주장했지만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에서는 2013년 1월 전체 피해 금액을 7341억4383만 원으로 결정했다.

지난 2007년 12월 기름 유출 사고 직후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5000여 명의 인력이 태안 앞바다에서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007년 12월 기름 유출 사고 직후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5000여 명의 인력이 태안 앞바다에서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당시 기름 제거 작업에 나선 주민들은 건강 피해를 호소했다.

2016년 장봉기 순천향대학교 환경보건학과 교수 등 연구팀에 따르면 태안지역 초등학생 330명의 알레르기성 질환 유병률을 분석한 결과, 사고에 많이 노출된 초등학생은 알레르기성 비염에 걸릴 위험도가 '저(低)노출군'의 1.88배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2007년 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 특전사 요원들이 일반인 접근이 어려운 해안에서 기름제거작업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007년 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 특전사 요원들이 일반인 접근이 어려운 해안에서 기름제거작업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4년 1월 31일에는 전남 여수시 낙포동 원유 2부두에서 싱가포르 국적의 유조선 우이산호가 접안 중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GS칼텍스 소유 송유관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길이 200m 상당의 송유관 파이프 3개가 두 쪽으로 나뉘면서 내부에 남아있던 원유와 나프타, 유성혼합물 등 800~890kL가 바다로 유출됐다.

GS칼텍스는 2015년 여수지역에 42억원, 남해 38억5000만원, 하동 10억6000만원, 광양 5억3000만원 등 96억40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했고, 사고현장 인근 신덕마을에도 11억 원을 보상했다.

미 항공 우주국 ( NASA )이 위성에서 촬영해 공개한 멕시코만의 오염 현장 . 유출된 기름띠가 태풍의 눈 같은 모양으로 바다 위에 떠 있다.[중앙포토 ] 

미 항공 우주국 ( NASA )이 위성에서 촬영해 공개한 멕시코만의 오염 현장 . 유출된 기름띠가 태풍의 눈 같은 모양으로 바다 위에 떠 있다.[중앙포토 ] 

2010년 4월 20일 미국 멕시코만에서는 영국 석유회사인 BP의 유정에서 작업을 하던 시추선 ‘딥워터 허라이즌(Deepwater Horizon)’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1명이 숨지고 원유 약 78만kL가 바다로 유출됐다. 이 사고로 BP는 오염 정화와 피해 배상으로 424억 달러(약 44조8000억 원)를 지출하게 됐다. 미국 정부에도 벌금과 비용 지불로 45억2500만 달러(4조7800억 원)를 내기로 했다.
2015년 BP 측은 기름 오염 피해를 입은 미국 플로리다와 앨라배마,미시시피, 루이지애나 주에 187억 달러의 벌금을 추가로 내기로 합의했다.

1989년 3월 엑손 발데스호에서 쏟아진 기름으로 알래스카 청정해역이 검게 변했다. 선장의 음주운항 때문에 암초에 좌초돼 4만 1000t의 기름이 유출됐다. 1800km의 알래스카 해안이 오염되고 수십억 마리의 어류, 25만 마리의 조류가 떼죽음을 당하고 고래와 해달 등 보호 동물도 다수 희생되었다. [중앙포토]

1989년 3월 엑손 발데스호에서 쏟아진 기름으로 알래스카 청정해역이 검게 변했다. 선장의 음주운항 때문에 암초에 좌초돼 4만 1000t의 기름이 유출됐다. 1800km의 알래스카 해안이 오염되고 수십억 마리의 어류, 25만 마리의 조류가 떼죽음을 당하고 고래와 해달 등 보호 동물도 다수 희생되었다. [중앙포토]

이에 앞서 1989년 3월 24일 알래스카에서 원유 22만t을 싣고 발데스항을 떠난 미국 유조선 엑슨발데즈 호는 알래스카의 프린스윌리엄사운드 해안에서 암초에 부딪혀 좌초됐다.
이 때 유출된 4만t의 원유가 알래스카 연안 1600㎞를 시커먼 기름띠로 오염시키는 사고가 발생했다.

엑슨발데즈 호는 벽이 하나뿐인 단일 선체여서 피해가 컸다는 지적을 받았다.
1992년 국제해사기구(IMO)는 유조선 사고로 인해 기름이 누출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1993년 7월 이후 건조하는 모든 유조선(5000t 이상)에 이중선체를 의무화했다.

또 2011년 이후에는 단일선체 유조선의 운항 자체를 금지했다.
유조선 맨 바깥 부분이 부서지더라도 기름 탱크는 안전하게 유지되도록 한 것이다.

지난 2007년 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 직후에 바닷새들이 물 위에 앉았다가 기름을 뒤집어 쓰고서 힘겨워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007년 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 직후에 바닷새들이 물 위에 앉았다가 기름을 뒤집어 쓰고서 힘겨워하고 있다. [중앙포토]

기름 오염 사고가 발생하면 가장 눈에 띄는 피해는 물새들이 본다.

깃털에 기름이 닿으면 더 이상 헤엄을 칠 수도, 날아오를 수도 없다.
물고기는 물론 해양 포유류들도 기름 성분에 질식하거나 중독돼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다.

바다에 기름이 유출되면 맨 먼저 오일펜스를 쳐서 확산을 방지한다.
오일펜스 내에 모인 기름층을 걷어내기도 하고, 흡착포(기름을 잘 흡수하는 헝겊)에 기름을 묻혀 제거하기도 한다.
멀리 퍼진 기름은 비눗물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유분산제(dispersant)를 뿌려 보이지 않게 한다.

유분산제는 쉽게 말해 비누와 비슷한 성분이라고 보면 된다.
물과 기름은 잘 섞이지 않는데, 유분산제는 기름과도 잘 섞이고 물과도 잘 섞이는 분자 구조를 갖고 있다.
작은 기름 덩어리를 에워싸서 바닷물과 잘 섞여 눈에 보이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유분산제 자체도 독성을 갖고 있고, 유분산제로 잘게 쪼개진 기름도 해양생물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지난달 22일 오후 전북 군산시 비응항 해상에서 열린 '해양오염사고 대비 훈련'에서 해경과 선박 등이 오일펜스를 이용한 기름 방제 훈련을 하고 있다. [군산해경 제공=연합뉴스]

지난달 22일 오후 전북 군산시 비응항 해상에서 열린 '해양오염사고 대비 훈련'에서 해경과 선박 등이 오일펜스를 이용한 기름 방제 훈련을 하고 있다. [군산해경 제공=연합뉴스]

유출된 기름은 덩어리가 져서 오일 볼(oil ball)로 떠다니기도 하고,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기도 한다.

바다 밑바닥 모래나 자갈층에 스며든 기름은 30~40년 동안 분해되지 않고 남아 있다는 보고도 있다.
실제로 엑슨발데즈 호 사고로 오염된 해안은 25년이 지난 2014년까지도 원래 모습을 완전히 되찾지는 못한 것으로 미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태안 기름오염 사고 당시 자원봉사자들이 태안 구름포 부근 해안에서 부직포를 이용해 기름제거작업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태안 기름오염 사고 당시 자원봉사자들이 태안 구름포 부근 해안에서 부직포를 이용해 기름제거작업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인류가 더 많은 에너지, 더 많은 기름을 사용할수록 유조선은 더 많이 다녀야 하고, 송유관은 그 만큼 더 설치해야 하고, 결국 기름 누출사고가 발생할 위험도 커지게 된다.
정부와 울산 등 지방자치단체는 동북아 오일허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산유국에서 실어온 기름을 저장했다가 중국 등 주변국에 공급하면서 차익을 남기겠다는 것이지만, 이로 인해 기름 오염 사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기름 오염 사고 관련기사

관련 도서

『살생의 부메랑』
박석순 지음 │ 에코리브르
전 세계에서 발생한 환경오염 사고를 분야별로 정리해 놓은 책이다. 해양오염, 특히 기름오염도 이 책의 일부분을 차지한다. 엑슨발데즈호 사고와 국내 기름오염사고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     배너를 클릭하면   '  강찬수의 에코 파일  '  을 더 보실 수 있습니다  .

 ☝     배너를 클릭하면   '  강찬수의 에코 파일  '  을 더 보실 수 있습니다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