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용진, 이번 승부수는 '편의점' … '이마트24'로 브랜드 바꾸고 3000억 투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소비권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쇠락의 길을 걷고 있지만 여전히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하는 곳. 편의점 업계다. 편의점 시장을 잡기 위한 유통업계의 경쟁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CUㆍGS25ㆍ세븐일레븐 등 업계 빅3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빅3 아성에 도전하기 위해 브랜드 리뉴얼 #브랜드 이름에 '이마트' 넣고 인지도 강화 #2168개 점포 2019년까지 5000개로 확대

신세계는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편의점 브랜드 ‘이마트위드미’의 이름을 ‘이마트24(emart24)’로 바꾸고 그룹 핵심사업으로 육성한다고 밝혔다. 편의점 사업에 뛰어든지 2년 9개월 만에 대대적인 보수 공사에 나선 셈이다. 이를 위해 향후 3년간 3000억원을 투자해 고객 편의를 강화한 매장을 선보이고, 경영주와 상생 모델 만들기도 나선다. 혁신 방안을 고민하기 위한 ‘편의생활연구소(가칭)’도 하반기 중에 설립된다.

김성영 이마트위드미 대표는 “기존 경영주들 중에 ‘왜 이마트라는 이름을 쓰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많이 있었다”면서 “브랜드 파워를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브랜드 교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마트를 중심으로 하는 신세계그룹의 성장 DNA를 편의점에 그대로 이식하기 위한 혁신으로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이마트위드미는 사명이지만 그간 동네 편의점 간판은 영문으로 '위드미(with me)'로 표기해왔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달 이미 한차례 예고됐다. 당시 신세계 및 협력사 채용박람회장에서 정용진 부회장은 “위드미와 관련한 깜짝 발표가 한 달 안에 있을 것”이라면서 “점포수를 늘리는 획기적인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최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도 1∼2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 등 인구 구조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마트 위드미는 그간 실적 부진으로 적잖은 고민을 해왔다. 점포수는 2014년 501개에서 지난해 1765개까지 꾸준히 늘려왔지만, 늘어나는 점포수만큼 적자도 불어났다. 이 기간 영업적자는 139억6100만원에서 350억3000만원으로 뛰었다. 올해 1분기에도 127억3000만원으로 적자폭을 줄이지 못했다. 다른 편의점과는 달리 로열티 대신 월회비만 받는 3무(無) 정책(영업시간 강제ㆍ로열티ㆍ중도해지 위약금)이 판매상품 구성과 매장 배치 등 경영주 자율성은 높였지만 도리어 브랜드 인지도를 낮췄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마트24는 기존 위드미의 경영방식 중 3무 정책은 그대로 고수하기로 했다. 대신 ‘프리미엄’과 ‘공유’를 두 축으로 한 혁신 전략을 세웠다. 우선 프리미엄 전략은 현재 편의점이 매출의 절반을 담배와 수입맥주에 의존하고 있는 모델에서 탈피해서, 오래 머물 수 있는 문화공간이자 생활공간으로 변모시킨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부 테스트 점포를 운영 중이며, 기존 점포를 단계적으로 리뉴얼한다는 계획이다. 상품 구성은 이마트 자체 브랜드를 적극 활용, 피코크와 노브랜드 전용존을 도입한다.

공유 전략은 경영주와의 상생 노력을 강화하는 ‘성과 공유형 편의점’ 모델을 도입한다는 내용이다. ^상품 발주 금액의 1%를 경영주에게 돌려주는 페이백 ^초보 경영주의 안정적인 창업을 위한 ‘오픈 검증 제도’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오픈 검증제도는 국내에서는 처음 도입되는 모델로, 일정 기간(6개월~1년) 본사가 직영으로 매장을 운영한 후에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경영주가 매장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다만 여기에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본사 직영 매장 운영을 토대로 점포수를 확장해 나갈 경우 골목상권 침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이에 김 대표는 “직영점은 많이 운영할수록 수익을 못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거점점포나 테스트 점포에 한해 일정 비율만 운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7월 현재 이마트24 점포수는 2168개. 신세계는 향후 매년 1000개 이상 점포수를 늘려 2019년까지 5000개 매장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김 대표는 “경쟁심화와 비용 증가에 따라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위해서는 최소한 점포수가 5000~6000개는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면서 “그때까지는 흑자를 위한 투자 기간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편의점 업계 빅3 중 점포수가 가장 적은 세븐일레븐은 8556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업계에서는 신세계의 승부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를 바꾼다는 것 외에 다른 전략은 아직까지 구체적이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어떤 모습으로 점포 운영이 바뀔지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