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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를 이끌어갈 이름, 미쟝센영화제 수상자 4인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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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장르적 쾌감이 가득한 단편영화의 축제. 제1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6월 29일~7월 5일)가 막을 내렸다. 올해 총 1163편의 역대 최다 작품이 출품되었으며,70편이 경쟁부문에 진출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특히 2012년 엄태화 감독의 영화 ‘숲’ 이후 5년 만에 만장일치로 대상작이 탄생하는 특별한 기록도 남겼다. magazine M이 올해의 얼굴들을 소개한다. 앞으로 한국영화계에서 활약할 이들의 이름을 꼭 기억해 두시길.

한가람, 이대영, 이승환, 유수민 감독

‘장례난민’ 한가람(32) 감독

비정성시 부문 최우수작품상

다빈(이재인)네 가족은 돈이 없어 엄마(신미영)의 장례를 제대로 치르지 못한다. 엄마의 옛 주소지로 가면 화장을 저렴하게 할 수 있다는 말에 먼 길을 떠나지만 수월치 않다. 꿈과 현실이 묘하게 공존하면서 강하게 마음을 울리는 영화.

‘장례난민’은 한가람 감독의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졸업 작품이다. “일본에선 화장을 하려고 며칠을 기다리기도 한대요. 관을 가지고 갈 수 있는 호텔이 있다는 기사를 읽고 화장을 하지 못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사회에서 장례를 치러주지 않자, 아이들 스스로 엄마의 장례를 치른다. 영화는 그 과정을 아름다운 상상력으로 곱게 그린다.

“엄마가 관에서 일어났을 때 다빈이 엄마를 보며 ‘뭐가 이렇게 어려워?’ 하는 장면에서 공감이 되길 바랬어요.” 현재 한 감독은 장편영화 ‘아워바디’를 준비 중이다. “‘아워바디’ 촬영이 9월에 시작해요. 이번에도 즐겁게 촬영하고 싶습니다.”

‘감독님 연출하지 마세요’이대영(36) 감독

희극지왕 부문 최우수작품상

도발적인 제목의 ‘감독님 연출하지 마세요’는 단편 영화만의 색다른 아이디어를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다. 극의 배경은 촬영 현장. 민경(임선우)은 단편영화 주인공을 맡아 촬영에 임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현장이 꼬이고, 감독(문혜인)과 미묘하게 대립한다. 촬영장에서 흔히 일어나는 갈등처럼 보이지만, 여기에 반전이 숨어 있다.

“어느 현장이든 갈등이 있어요. 그렇지만 누구도 쉽게 꺼낼 수 없는 말이긴 하죠. 이 대사를 통해서 서로 이해하고, 반성하면서 맞춰 나가면 좋지 않을까요.” 이번 영화는 이 감독이 캐스팅된 배우들과 기획부터 함께 만들었다. 그래서 영화 내용과 달리 “압박 없는 재미있는 현장”에서 작업할 수 있었다고. “늘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그걸 풀어낼 수 있는 도구가 저에겐 영화에요. 자유롭게 관객과 영화로 소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잠몰’ 이승환(27) 감독  

절대악몽 부문 최우수작품상

 고등학교 수영부 우진(양지일)은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 있지만, 몸이 불편한 형(권기하)을 돌보느라 연습할 시간이 없다. 우진은 형을 시설에 보내고 싶다. 죄책감과 욕망의 대립.

이승환 감독은 두 형제를 통해 죄책감과 욕망의 아이러니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에서 ‘미안하다고 XX’이란 대사가 있어요. 시나리오를 쓰다가 문득 생각난 대사인데, 미안함과 욕이 함께 공존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잠몰’의 공포는 형에 대한 죄책감과 책임감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우진의 두려움에서 기인한다. 그래서 영화의 단 한 장면도 우진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영화를 보고 우진이의 상황이 소름끼쳤다는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정말 좋더라고요.”

중학생 때 본 ‘박수칠 때 떠나라’(2005, 장진 감독)의 예상치 못한 반전 때문에 감독이 됐다는 이 감독은 제대로된 반전 영화 연출을 꿈꾸고 있다. “뒤통수를 제대로 치는 얼얼한 반전 영화 꼭 기대해 주세요.”

‘악당출현’ 유수민(31) 감독  

4만번의 구타 부문 최우수작품상 

열등감에 대한 이야기. KAFA 졸업 작품인 ‘악당출현’은 굉장히 단순한 플롯이지만 종잡을 수 없는 에너지가 끓어오르는 영화다. 중국집 배달부 희준(오희준)은 배달을 하다 중학교 선배였던 성용(오동민)을 만난다. 성용에 대한 좋지 않은 희준은 몰래 그의 창고를 급습한다. 영화는 배달부 희준이 열등감을 폭발시키는 마지막 순간을 위해 달리고 또 달린다.

 이러한 감정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자 유 감독은 처음부터 오희준을 생각하면서 시나리오를 썼다. “전작인 단편 ‘실버벨’(2014)에선 욕심을 많이 부렸어요. 서사를 완벽히 다루겠다고 이것저것 우겨넣었더니 엉망이 되더라고요. 이번 영화엔 인물의 일상을 쫓아가다가 마지막에 모든 걸 폭발 시키도록 구성을 설계했어요. 무엇보다 오희준 배우의 연기가 모든 걸 가능하게 해줬죠.”

한 작품씩 연출을 할 때마다 “욕심이 더 생긴다”는 유 감독은 “즐겁게 열심히 영화를 만드는 것이 감독으로서 목표”라며 힘줘 말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사진=라희찬(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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