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지놈 데이터 분석, 의학 한계 극복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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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구조 생물학 권위자인 김성호 교수. [사진 인천대]

구조 생물학 권위자인 김성호 교수. [사진 인천대]

“나와 가족이 병으로부터 고통받지 않고, 사회와 국가는 그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김성호 인천대 융합과학기술원장 #“암 신약 개발, 조기 진료·치료 가능 #환자 고통, 국가 비용 줄이는 효과”

인천대(총장 조동성) 석좌 교수 및 융합과학기술원장으로 초빙된 미국 UC버클리대 김성호(79)명예교수의 말이다.

1937년 대구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대 화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62년 미국으로 건너가 66년 피츠버그대에서 물리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뒤 듀크대 의대 생화학 교수를 역임했다. 이 무렵 미국 시민권자가 됐다. 이후 90년대 초 암 발생 유전자인 라스(Ras)단백질 구조를 밝혀내고, 세계 최초로 암호화된 유전체(遺傳體·지놈) 정보를 번역했다. 현재 ‘한국계로서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과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10일 인터뷰에서 “암을 초기에 발견하면 거의 완치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암세포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게 된다. 개인과 가족에게는 고통을, 사회와 국가에는 비용 부담을 준다. 한국인 지놈 데이터 분석을 통해 현대 의학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여러 병원과 기업들이 보유한 정보를 수집해 개인별 유전적·환경적·라이프스타일 등으로 분석하면 한국인 고유의 유전체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암 예방과 신약 개발은 물론 조기 진료와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전 세계 유전체 정보는 백인 위주로 돼 있다”며 “한국인 유전체 분석 결과는 특정 인종이 아닌 다양한 인종의 유전체 정보를 확보하는 계기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에 함께 초빙된 유전체 연구 권위자 이민섭 교수와 함께 “대용량 유전체 정보를 기반으로 머신 러닝과 인공지능을 이용한 새로운 분석 방법을 개발할 것”이라며 “질병 예측, 신약개발, 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를 우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천대가 바이오연구 중심대학을 선포했다. 병원과 기업이 연계된 세계 최고의 바이오연구 대학으로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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