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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생사 새옹지마…‘박근혜 진돗개’ 두 마리 청와대 남은 까닭은?

중앙일보

입력

견생사 새옹지마(犬生事 塞翁之馬).

청와대에 머무는 진돗개 태극(수컷)과 리오(암컷)의 사연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들의 부모는 새롬이(암컷)와 희망이(수컷). 익히 알려진대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2월 25일 청와대로 이주하면서 함께 입주한 진돗개 한 쌍이다.

국민적 관심을 받고 청와대로 향한 새롬이와 희망이는 한때 청와대 관저 앞에서 단란한 생활을 했다. 박 전 대통령뿐 아니라 관저를 자주 드나들던 참모에게도 꼬리를 쳤다고 한다. 박근혜 청와대에서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보면 두 놈이 꼬리를 아주 잘 친다”며 “그런데 두 마리를 따로따로 묶어 놔서 어느 놈이 새롬이고, 어느 놈이 희망이인지는 모르겠더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9월 평화, 통일, 금강, 한라, 백두와 함께 있는 모습. [중앙포토]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9월 평화, 통일, 금강, 한라, 백두와 함께 있는 모습. [중앙포토]

새롬이와 희망이는 청와대로 들어온 지 2년 6개월 만인 2015년 8월 새끼를 5마리 낳았다. 강아지 5마리에 대해선 페이스북을 통해 이름 공모까지 했었고, 결국 평화·통일·금강·한라·백두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해 12월에는 5마리가 각자 새 주인을 찾아 어미 품을 떠났다.

지난 1월 새롬이는 두 번째 출산을 통해 7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그러나 청와대 분위기는 이전 5마리 때와는 전혀 달랐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돼 직무정지된 상태였고, 새 생명의 탄생조차 세간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3월 10일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됐고, 이후 서울 삼성동 사저로 떠나게 되면서 새롬이와 희망이, 이제 막 젖 떼는 시기를 지난 새끼 7마리는 청와대에 덩그러니 남게 됐다. 이를 두고 일부 단체에선 “새롬이와 희망이 가족이 청와대에 유기됐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새롬이와 희망이, 그리고 새끼 5마리는 혈통보존단체 등을 통해 입양이 됐다.

그러나 청와대에는 여전히 두 마리의 진돗개 태극과 리오가 남았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태극과 리오가 아직 새 주인을 찾지 못해서 청와대에 남았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이 나중에 서울 내곡동 사저로 돌아갈 경우 혹여나 진돗개를 찾을 수가 있어서 남겨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식적으론 부인하지만 말이다.

태극과 리오가 청와대에 남긴 했지만 ‘신분’은 달라졌다. 일단 ‘퍼스트 도그’(first dog, 대통령이 키우는 개)가 아니다. 관리 주체도 청와대 부속비서관실에서 경호실로 바뀌었다. 주거 장소도 청와대 관저 앞뜰에서 청와대 울타리를 벗어난 곳이라고 한다. 경호부지일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격하’에도 그러나 태극과 리오는 건강하게 쑥쑥 자라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앞으로 어디에서, 어떤 주인과 살게 될지 아직까진 아무도 모른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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