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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적토마, 잠실에 울려퍼진 'LG의 이병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적토마' 이병규의 9번은 LG 팬들의 것이 됐다. 

'적토마' 이병규의 9번은 LG 팬들의 것이 됐다. 

'적토마' 이병규(43·전 LG)가 떠났다. 하지만 그의 등번호(9번)은 잠실구장에 남는다.

LG 이병규 9일 한화전서 공식 은퇴식 가져 #등번호 9번은 LG 선수 두 번째로 영구결번

프로야구 LG 트윈스는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이병규의 은퇴식을 열었다. 경기 뒤에는 등번호 영구결번식이 열렸다. LG 선수로는 김용수(41번) 전 LG 코치에 이어 두번째다. 프로야구 전체로는 13번째다.

이병규는 1997년 LG에 입단해 신인왕(타율 0.305)을 차지했다. 일본 주니치에서 뛰었던 3년(2007~2009년)을 빼곤 17시즌 동안 LG 유니폼만 입었다.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선수로는 유일하게 30-30 클럽(1999년 30홈런-31도루)에 가입했다. 근육질 몸으로 힘차게 그라운드를 질주하는 모습의 그에게 '적토마'라는 별명도 붙었다. 우리 나이로 마흔 살이던 2013년 이병규는 프로야구 최고령 타격왕(0.348)에 오르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 지난해 1경기에서 대타로 나온 이병규는 그 타석에서 최고 투수인 두산 니퍼트로부터 안타를 때려냈다. 통산 기록은 타율 0.311, 167홈런, 147도루, 2043안타.

이병규는 경기 전 유니폼을 입고 팬 사인회를 진행했다. 선수협을 비롯해 구단, LG 선수 대표로 나온 박용택과 정성훈은 기념품을 선물했다. 또한 가족과 양상문 LG 감독, 이상군 한화 감독대행, 한화 주장 송광민, 팬클럽으로부터 꽃다발을 전달받았다. 초등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 그리고 LG 입단 당시 천보성 감독도 이병규에게 축하를 보냈다. 은퇴식을 마친 이병규는 LG 선수들 한 명씩 모두 포옹하며 인사를 나눈 뒤 시구를 했다. 타석에는 초등학교에서 야구를 하고 있는 이병규의 장남 승민(12)군이 들어섰다.

LG 팬들은 이병규의 응원가인 'LG의 이병규'를 열창하며 그를 떠나보냈다. 쏟아지는 비 때문에 7회 강우콜드게임(3-2 승)으로 끝났지만 팬들은 모두 일어서서 영구결번식이 열리는 동안 자리를 지켰다. 다음은 이병규와의 1문1답.

은퇴식을 가진 이병규(가운데)와 정성훈(왼쪽), 박용택. 잠실=양광삼 기자

은퇴식을 가진 이병규(가운데)와 정성훈(왼쪽), 박용택. 잠실=양광삼 기자

-유니폼을 입었다.

"운동을 한 뒤 사인회를 하는 기분이다. 사실 크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어색하지 않다."

-해설위원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재미있다. 새로운 야구를 볼 수 있어서 좋다. 사실 많이 욕도 먹고 있는데 처음 해본 것이니까 많이 이해주셨으면 좋겠다."

-시구자로 나섰다.

"마지막으로 타석에 서고 싶었다. 7000번 넘게 타석에 들어섰는데 마운드에 오른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래서 처음으로 마운드에 서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구단은 9월 9일 은퇴식을 계획했다.

"주위에서 그런 권유를 받았다. 9월9일에 9번이니까 보기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 때는 순위 경쟁이 치열해져 부담스러울 것 같았다."

-현역 시절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지난해 10월 8일(마지막 경기)과 (11년 만에 LG가 2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은)2013년 10월 5일이다. 지금도 잠실구장에 오면 작년 그때가 떠오른다."

-향후 계획은.

"지금은 해설을 하고 있지만 내년엔 선진국에 가서 야구를 배운 뒤 지도자가 되고 싶다. 훌륭한 선수들과 좋은 팀을 만들고 싶다. 일본은 다녀왔기 때문에 미국을 생각하고 있다. 마이너리그보다는 메이저리그에서 야구를 볼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많이 미안하다. 무거운 짐을 맡기고 가는 것 같다. 좀 더 단단한 모습으로 팬들과 선수 모두 원하는 우승을 해줬으면 좋겠다. 이 말을 꼭 당부하고 싶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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