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의 진짜 매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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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9호 31면

외국인의 눈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을 만나면 한국 사람들이 십중팔구 하는 말이 하나 있다.

“우리말은 외국인한테 얼마나 복잡하겠어? 노란색만 봐도 노르스름하다, 샛노랗다, 누렇다, 노리끼리하다처럼 다양한 표현이 있잖아.”

한국어를 배우기가 얼마나 힘든지와 한국말의 뛰어난 표현력을 강조하고 싶어서 하는 말인 것 같다. 과장 없이 이 말을 수백 번은 들은 것 같다. 한국어의 우수함은 나도 당연히 인정한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말하면 원어민이 자기 언어를, 특히 모국어의 난이도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는 힘들다. 나도 한국에 오기 전에 비원어민한테 영어의 어떤 면이 어려운지 몰랐다. 가산·불가산 명사, 관사, 전치사… 이런 문법은 비원어민한테는 정확히 말하기까지 거의 평생이 걸릴 만큼 어려운 문제지만 원어민들의 입에서는 생각할 필요도 없이 저절로 맞게 나온다.

영어 원어민 입장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데 있어서 뭐가 제일 어려운지와 제일 신기한지는 체험을 통해 알고 있다. 얼마나 어려운지의 기준은 일상 대화에 자주 나오는 말 그리고 그 말을 맞게 활용하려면 알아야 하는 문법이 얼마나 복잡한지에 달려 있다. 2002년부터 한국인들이 하는 말을 귀 기울여서 들었는데 위에서 언급한 상황을 빼고는 한국 사람이 일상적인 대화에서 ‘노리끼리하다’라는 말을 쓰는 걸 거의 한 번도 못 들어 봤다.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색깔의 미묘한 차이를 묘사하는 표현 때문에 한 언어의 습득이 어렵다고 할 수는 없다.

반면에 매일, 거의 모든 문장에서 정확하게 써야만 하는 조사와 다양한 높임법이 훨씬 더 큰 문제다. 게다가 세계의 언어 중에서 동사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손에 꼽힐 정도로 많은 언어라는 것까지 생각하면 진짜 터득하기 힘든 언어다.

영어 문장 ‘Where are you(너 어디야)?’를 예로 들어 보자. 한국어로 이야기할 때는 어디에 계십니까?, 어디에 계세요?, 어디에 있습니까?, 어디에 있어요?, 어디예요?, 어디인가?, 어디니?, 어디냐?, 어디에 있는 거야?, 어디야?, 어디? … 그리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이렇듯 다양한 어미를 통해 나타낼 수 있는 한국어의 섬세한 어감과 분위기 차이는 한국어 특유의 미라고 생각한다.

마이클 엘리엇
무료 유튜브 영어 학습 채널·팟캐스트 'English in Korean'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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