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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박상기 호남 투톱, 검찰 개혁 한목소리 낼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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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9호 07면

이론·실무 겸비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

문재인 정부의 첫 검찰총장 지명자인 문무일(56) 부산고검장이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임현동 기자

문재인 정부의 첫 검찰총장 지명자인 문무일(56) 부산고검장이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제가 검사 하면서 오늘 같은 일은 정말 받아들이기가 힘듭니다.”

수사기법 개선 이론·실무 경험 풍부 #성완종 사건 맡아 홍준표 기소 #검찰 개혁 발맞추며 조직 보호 중책 #박상기 후보자와는 같은 호남 출신 #文 “공수처 신설 위헌 요소 있어” #朴 “외부에 의한 법조 개혁 필요”

2015년 4월 17일 서울고검 12층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장실. 문무일(56·사법연수원 18기) 당시 대전지검장의 표정은 어두웠다. 취재진으로 빽빽이 둘러싸인 그의 손에는 A4용지 한 장이 들려 있었다.

이날 아침 ‘검찰이 여야 정치인 14명의 명단이 적힌 고(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비밀 장부를 확보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검찰의 장부 은폐 의혹에 대해 문 팀장은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없는 사실로 음해받는 것에 대해 밋밋하게 대응할 수는 없다”거나 “없는 집에서 태어나 여기까지 왔는데 검사로서 지켜 온 가치를 끝까지 지키고 싶다”는 말도 했다. 특별수사팀은 당시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현 자유한국당 대표)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친박 인사 6명은 불기소하며 사건을 마무리했다.

그로부터 2년 만인 지난 4일, 문무일 부산고검장은 문재인 정부의 첫 검찰총장 후보자 신분으로 서울고검 청사를 다시 밟았다. 12층 같은 사무실에서 이번엔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를 한다. 문 후보자는 “부패한 공직자는 국가와 국민의 적이자 그 사람이 속했던 조직의 적”이라며 “국민의 여망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턱밑까지 올라온 개혁 논의를 염두에 둔 말이었다.

“부패한 공직자, 국민의 적이자 조직의 적”

검찰은 지난 5월 김수남 전 총장이 물러난 이후 두 달 넘게 개점휴업 상태다. 최근 윤석열(57·23기) 서울중앙지검장 발탁 등 청와대발 ‘원 포인트 인사’에 뒤숭숭한 분위기가 됐다. 문 후보자보다 한 기수 위인 박성재(54·17기) 서울고검장은 7일 사의를 표명하며 검찰 내부 통신망에 “최근 검사장급 인사에서 부적절한 결정을 한 검사라는 이유로 몰아내는 인사를 했는데 사유가 불분명하다. 검찰 개혁의 명분하에 새로운 ‘줄세우기’ ‘길들이기’라는 우려가 나온다”는 글을 올렸다.

문 후보자는 총장 취임 이후 첫 업무로 조직 인사를 단행하게 된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검찰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으면서도 기수 안배 등을 고려해 문 후보자를 고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후보자 인선 배경에는 검찰 제도·수사 기법 개선에 대한 이론과 실무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문 후보자는 2011년까지 대검 선임연구관으로 재직하면서 당시 사개특위 논의와 형사소송법 개정과 관련한 검찰 내 이론 대응을 맡았다. 지난해 대검의 검찰개혁추진단에 있을 땐 조직문화 개선 방안 등을 연구했다. 검찰 인사청문회 준비단 관계자는 “특수통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검찰 내 개혁통(改革通)”이라고 말했다.

직전까지 부산고검에 재직한 문 후보자는 부장검사의 폭언·업무 과다를 못 견디고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김홍영 검사의 부모를 각별히 챙겨 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7월부터 매달 김 검사가 묻힌 부산 정관추모공원을 찾았다. 함께 이곳을 찾은 부산고검 산하 검사가 40명이 넘는다고 한다. 김 검사의 부친 김진태씨는 “처음에는 형식상이겠거니 했는데 1년 내내 연락이 와 놀랐다”고 말했다. 총장 지명 직전인 지난달 중순에도 김씨 부부를 고검장실로 불러 대접했다고 한다. 김씨는 “아이를 잃고 검찰을 바라보는 시각이 안 좋았는데 너무 많은 위로를 받았다. 솔직히 저희한테는 이름만 들어도 울컥한 분”이라고 했다. 문 후보자는 5일 인사청문회 준비단의 첫 회의에서 “검찰은 인권 보호기관”이라고 ‘검찰관’을 드러내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때 노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팀에 파견됐고 2008년 BBK 기획입국설 수사, 2015년 성완종 리스트 사건 등을 맡았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른바 하명(下命) 수사라도 무리하게 끌고 갈 사람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천정배·김종빈 이후 두 번째 호남 투톱

문 후보자는 비(非)검찰, 교수 출신인 박상기(65·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개혁 논의에 발맞추면서도 최대한 조직을 보호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전남 무안 태생인 박상기 장관 후보자와 광주 출신인 문 후보자는 동향(호남)이란 것 외에 특별한 접점은 없다. 문 후보자는 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과거 외부 위원회에서 한두 차례 만났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개인적인 인연은 없다”고 말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의 문턱을 넘는다면, 노무현 정부의 천정배 법무장관(전남 신안)-김종빈 검찰총장(전남 여수) 이후 12년 만에 두 번째 ‘호남 투톱’이 된다. 변호사 출신인 천 장관은 당시 동국대 강정구 교수의 국가보안법 사건을 놓고 김 총장과 수사 지휘권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결국 김 총장이 취임 6개월 만에 사퇴하고 말았다.

검찰 안팎에선 박 후보자와 문 후보자 역시 검찰 개혁 세부안으로 들어가면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민단체 활동을 오래한 박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때 사법제도 개혁추진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검찰 권한 축소를 주장해 왔다. 지난달 말 법무부 장관 지명 소감을 밝힐 때도 “문재인 정부의 개혁 과제인 법무·검찰 개혁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신설과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박 후보자는 과거 언론 인터뷰·기고문에서 “우리나라처럼 수사·기소권이 100% 독점된 경우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거나 “법조 개혁은 외부에 의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문 후보자는 공수처 신설에 대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방안(입법·행정·사법부에 속하지 않는 독립기관)은 위헌 요소가 있어 이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경 수사권 조정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자신이 3년 차 검사 시절이던 1994년 경찰이 단순 변사 사건으로 송치한 사건을 지존파 타살 사건으로 바로잡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입장 차가 있지만 한 기관의 수장이 되면 두 사람 다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 이론(박 후보자)과 실무(문 후보자)가 만나는 시너지 효과가 더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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