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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ICBM 중국은 사드, 전략의 노림수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은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 능력에 근접

김정은이 지난 4일 미국 독립기념일을 기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장거리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화성-14형으로 명명된 이 미사일은 고도 2802km까지 상승해 약 39초 비행했으며 탄두는 933km 떨어진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낙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정보당국은 북한이 미국 본토에 도달 가능한 로켓엔진과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했다.

미국은 즉각 유엔 안보리를 소집하여 북한에 대한 원유수출 금지와 세컨더리 보이콧을 추진하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인해 미국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 일하는 건 이걸로 충분하다”고 했다. 이제부터 미국이 대북 독자적 제재를 추진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무엇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해상봉쇄 등 군사작전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동일한 능력을 가져 억제력을 가지든가, 방어/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든가, 아니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이 세 가지를 모두 가지면 확실하게 김정은을 상대할 수 있지만 적어도 방어/요격능력은 갖추어야 우리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사드 보복과 우리 정부의 눈치보기로 인해 사드의 완전배치 조치가  언제될 지 불확실한 실정이다.

경북 성주골프장에서 사드 발사대가 하늘을 향하고 있다. [성주=연합뉴스]

경북 성주골프장에서 사드 발사대가 하늘을 향하고 있다. [성주=연합뉴스]

중국과 북한은 역내 안전과 전략균형에 끊임없이 도전

중국은 사드가 “역내(중국) 전략적 안전 이익에 심각한 해를 끼치고 역내(미ㆍ중) 전략균형을 훼손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상 동아시아의 안전과 전략균형에 도전하고 있는 세력은 중국과 북한이다. 중국과 북한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미국 중심의 전후질서에 끊임없이 도전해온 현상타파 세력이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 도전하는 세력의 등장을 억제하기 위해 일본을 무장 해제시켰고, 공산주의 팽창을 저지하기 위해 북한의 남침을 저지했으며 베트남전쟁에 개입하면서 전후질서의 현상유지(現狀維持, status quo)를 위해 노력해 왔다.

반면, 중국과 북한은 미국 중심의 전후질서를 파괴하기 위해 끊임없이 현상타파 정책을 추구해 왔다. 1970년대의 미중관계 개선 이후 중국은 30여 년 만에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발전했고, 이를 바탕으로 군사대국을 꿈꾸고 있다.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을 실전 배치했고,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건설하면서 중국의 내해화를 시도하고 있다. 미국의 영향력을 하와이까지 밀어내기 위해 도련선(島鏈線, 다오렌, island chain)이라는 가상의 선을 설정하고 반접근/지역거부(A2AD, Anti-Access/Area Denial)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등소평시대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어둠 속에서 몰래 힘을 기른다), 후진타오시대 “화평굴기(和平崛起, 평화롭게 대국으로 일어선다)”를 거쳐 시진핑시대에는 군사대국을 꿈꾸는 “군사굴기(軍事崛起)”로 발전하고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는 중국 중심의 새로운 질서구축 의도
사드는 중국몽(中國夢) 실현에 걸림돌

여기에 더하여 시진핑 주석이 2013년 주창한 육상실크로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경제벨트)와 해상실크로드(중국-동남아-아프리카-유럽을 연결하는 바닷길)를 동시에 개발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정책은 중국 중심의 세계를 건설하려는 야심찬 계획이다. 중국이 주도하여 설립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아시아인프라은행(AIIB)도 모두 일대일로 정책의 일환이다.

중국이 말하는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라는 것도 미국 중심의 전후질서를 부정하는 현상타파 정책이다. 중국에 대한 아무런 위협을 가하지도 않는 방어용에 불과한 사드를 중국이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사드가 미국 중심의 전후질서를 붕괴시키고 패권을 장악하려는 중국의 꿈(中國夢)을 실현하는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후질서에 도전하고 있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는 뒷짐지고 관망하면서 미국이 압박을 가하면 마지못해 관여하는 척해왔던 것이다.

북한에 대한 오판과 감상적 민족주의 경계해야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그 배경에는 미국 중심의 전후질서를 붕괴시키기 위한 중국의 ‘북한 지키기’가 있었고,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개발할 경제적 기술적 능력도 없고 의지도 없다는 오판과 북한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표시하면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일부 우리국민의 감상적 민족주의도 한몫을 했다. 전후질서의 현상타파(現狀打破)를 추구하는 중국과 북한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 우리의 독자적 억제력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구본학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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