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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을 어찌할꼬…정의당도 반발 속에 여권도 “결단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난 2012년 4월 총선 당시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2012년 4월 총선 당시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의 모습 [연합뉴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행정관의 거취를 놓고 여권 지도부의 당혹감이 깊어지고 있다. 당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독일 방문 이후에는 결정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일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탁 행정관이 2010년에 낸 『상상력에 권력을』이라는 저서가 논란이 됐다. 서울의 유흥 문화와 성 매매를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듯한 내용 때문이다. 탁 행정관은 앞서 다른 저서에서도 수차례 여성을 성(性) 욕구 대상으로 묘사해 여성계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비난이 쏟아졌다.
5일에는 그간 인사청문회 등에서 여권의 우군 세력이었던 정의당도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정부가 성평등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겠다는 개혁의지가 있다면 반드시 탁 행정관에 대한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여성 국회의원들이 지난달 22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여성관 논란이 일고 있는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 해임 촉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오종택 기자]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여성 국회의원들이 지난달 22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여성관 논란이 일고 있는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 해임 촉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지도부의 한 의원은 “원내 지도부와 여성 의원들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수차례 조치를 요구했지만 답이 없다. 아무리 여당이지만 임계점을 넘기 직전”이라며 “이런 상황이면 청와대와 여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물러나야하는데 저렇게 버티고 있으니 뻔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엔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오찬을 함께하며 탁 행정관을 물러나게 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김 여사는 별다른 답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문 대통령 독일행에 동행한 탁현민 두고 #여권 "여성부 장관도 사퇴 요구한 마당에, #독일서 돌아오면 사퇴시켜야" 의견 강해 #문 대통령과 특수관계 탓에 잔류 전망도 #탁씨는 지난달 이후 침묵 중 #

여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정현백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장관직을 걸고 탁 행정관의 거취를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청와대와 교감 없이 그런 발언을 할 수 있었겠느냐”며 “탁 행정관이 물러나지 않으면 정 장관이 물러나야 할 상황이다. 문 대통령도 어떤 결정이 옳은지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의 반발로 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되지 않은 상태다. 청와대는 그러나 “10일까지 국회에 보고서를 재송부 요청하겠다”고 입장이어서 문 대통령이 정 후보자를 임명할 것이란 전망이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오종택 기자]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하지만 탁 행정관이 직을 유지할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달 이상 논란이 이어졌지만 청와대나 탁 행정관이 ‘침묵’으로 대응하는 게 문 대통령과 탁 행정관의 ‘특수 관계’ 때문이라는 것이다.

탁 행정관은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통해서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양 전 비서관은 탁 행정관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도식과 노무현재단 창립기념공연 등의 기획을 맡겼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탁 행정관을 알게 된 것도 2009년 성공회대에서 열린 ‘노무현 추모 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에서다.

문재인 대통령과 탁현민 씨가 지난해 여름 히말라야 트레킹을 함께하며 찍은 사진. 왼쪽부터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탁현민 씨, 문 대통령. [탁현민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과 탁현민 씨가 지난해 여름 히말라야 트레킹을 함께하며 찍은 사진. 왼쪽부터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탁현민 씨, 문 대통령. [탁현민 페이스북]

탁 행정관은 이후 문 대통령의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 북콘서트를 비롯해 18대 대선 출정식을 기획했다. 지난해 6월에는 문 대통령과 히말라야 트래킹에 동행했고, 이번 대선에서도 선거 캠프에서 일했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탁 행정관의 기획력을 높게 평가한다. 양 전 비서관도 없는 상황에서 탁 행정관의 퇴장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5일(현지시간) 독일 방문 중 문재인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가 함께 우리 교민들에게 가고 있다. [김성룡 기자]

5일(현지시간) 독일 방문 중 문재인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가 함께 우리 교민들에게 가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편 탁 행정관은 독일에서 문 대통령을 수행 중이다. 이미 문 대통령의 출국에 앞서 현지에 가서 행사를 준비했다고 한다.
그 자신은 이번 논란에 대해 지난달 『남자마음 설명서』가 논란이 됐을 때 페이스북에 “10여 년 전 저의 부적절한 사고와 언행에 깊이 반성한다”는 글을 남기곤 이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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