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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이 잘 놀며 대중에게 다가가는 축제를 열고 싶었죠" 유니온 아트페어 준비한 최두수, 이완 작가

중앙일보

입력

 '유니온 아트페어 2017'을 준비한 이완 작가(왼쪽)와 최두수 작가.  사진=최정동 기자 

'유니온 아트페어 2017'을 준비한 이완 작가(왼쪽)와 최두수 작가. 사진=최정동 기자

 “'아트페어'로 시작하게 됐지만 본래 하고 싶었던 건 축제이자 그룹전이에요. 락페스티벌에서 보듯 축제는 소비가 일어나는 곳이죠. 축제가 곧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최두수(45) 작가의 말에 이완(38) 작가는 "다음에는 '아트 페스타'로, 공연·파티·페어가 열리는 축제로 해보고 싶다"고 했다. "국내에 작가가, 예술가가 중심인 축제가 없어요. 작가와 만나 설명도 듣고 사인도 받는 풍경이 또 오고 싶다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죠."
 이들은 최근 서울 인사동에 ‘유니온 아트페어 2017’이란 이름으로 신선하고 흥미로운 판을 벌였다. 청년작가를 중심으로 현대미술 작가 160여명이 참여, 작품을 전시하고 직거래로 판매한 장터다. 30만원대 작품도 여럿 눈에 띌만큼 문턱을 크게 낮춘데다 리모델링을 앞둔 낡은 건물을 열흘 간 빌려 마련한 전시장은 독특한 멋과 젊은 분위기를 더했다. SNS(소셜 미디어 네트워크) 등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젊은 층은 물론 행사 마지막날인 지난 2일은 비가 뿌리는 날씨에도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나 중장년, 외국인까지 다양한 관람객이 북적였다.

'유니온 아트페어 2017'은 서울 인사동의 낡은 건물을 빌려 지난 2일까지 열흘 동안 열렸다. 왼쪽부터 이를 준비한 이완 작가와 최두수 작가. 사진=최정동 기자 

'유니온 아트페어 2017'은 서울 인사동의 낡은 건물을 빌려 지난 2일까지 열흘 동안 열렸다. 왼쪽부터 이를 준비한 이완 작가와 최두수 작가. 사진=최정동 기자

 현장에서 만난 최두수 작가는 "미술계 불황이 10년 동안 이어져 그 사이 데뷔한 젊은 작가들은 빛도 못 보고 전시도 못 하고 궁지로 내몰렸다"며 "작가들이 공존하며 잘 노는 분위기, 대중에 다가가는 행사를 만들고 싶었다"고 취지를 전했다. 원로와 중견을 아울러 이름난 작가들도 여럿 참여해 힘을 보탰다. "전시 경험이 없는 작가들에게는 유명한 작가들과 함께 전시를 하는 것만도 엄청난 힘이 되죠. 선후배를 떠나 작가로 수평적으로 만나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행사를 주최한 작가단체 '극동예술연합'의 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작품을 파는 장터만 아니라 "정보, 기회가 교환되는 장터가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가격이 저렴해 작품을 소유하는 참여를 체험할 기회일뿐 아니라 작가들이 미술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마케팅이나 작품가 구성을 실전으로 해보는 기회죠." 이완 작가는 "작품을 산 분들에게 물어보면 절반 정도가 처음 미술품을 산 경우"라며 "그런 분들이 시간이 지나고 여유가 생기면 화랑에서 작품을 콜렉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화랑가 일부에선 직거래 장터를 경계하는 시각도 있지만 이들은 "화랑이나 미술관 기획자들이 작가를 발굴하는 기회"라며 "저희는 작가들이 화랑에 흡수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유니온 아트페어는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작가 미술장터 지원사업에 선정돼 지난해 처음 열렸다. "상업화랑에서 소외된 작가, '아트'라는 언어를 사용하는 작가를 모았죠. 이들에게 올해 재참가를 요청하고 작가를 소개받기도 했어요. SNS로도 추천을 받고." 최두수 작가의 설명이다. 관람객은 닷새 동안 무료로 열린 지난해 5000명에서 유료로 열흘 간 열린 올해는 8000명으로 크게 늘었다. 판매 작품 수 역시 지난해 180여점에서 200여점으로 늘었다. 작품 평균 가격이 낮아 전체 판매액 규모가 큰 건 아니다. 그래도 지난해 1억 2000만원보다 늘어난 1억 5000만원을 기록했다. 작가들에게 판매 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 예술경영지원센터와 여러 기업의 도움을 받았다. 전시장을 빌려준 디자인하우스를 비롯해 삼성전자, 삼화페인트 등이 후원과 협찬을 했다.
 앞서 최두수 작가는 영국 유학에서 돌아온 2000년대초부터 작품 활동과 더불어 다양한 전시공간을 운영해왔다. 이완 작가와는 10여년 전 처음 만나 ‘예술의 밝은 미래’ 같은 그룹전을 만들기도 했다. 이들은 "작가들이 작업장도, 전시 기회도 나누면서 서로 격려해온 경험"을 큰 자산으로 꼽는다. 거창하게 들리는 '극동예술연합'이란 이름은 사실 작가들의 소박한 만남에서 나왔다. "몇 해 전 이완 작가가 아트 스펙트럼이라고 큰 상을 받았을 때였어요. 극동방송국이 보이는 우리집 옥상에서 바베큐 파티를 하다 나온 말이죠." 최두수 작가는 "예술품은 사적 소유물이 될 수 있지만 예술은 공적 가치를 만들고 나눌 수 있다"며 "그래야 창의성도 나온다"고 말했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 한국관 대표작가로 다녀온 이완 작가는 다시 "잘 노는 것"을 강조했다. "작가들이 잘 놀게 해서 그 에너지와 재미에 해외 유명 콜렉터나 비평가도 와보고 싶어하는 축제로 만들어 보고 싶어요."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낡은 건물 빌려 열흘 간 작가 직거래 장터 #관람객 북적이며 200여점 판매하는 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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