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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의원 수 3분의 1 줄이자" 의회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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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 연설을 위해 입장하는 마크롱. [AFP=연합뉴스]

시정 연설을 위해 입장하는 마크롱. [AF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의원 수 3분의 1 감축과 총선 비례대표제 도입 등 대대적인 정치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마크롱은 3일(현지시간) 오후 베르사유 궁에서 이례적인 상·하원 합동 특별 시정연설을 열어 의회 정원 감축을 정식으로 의회와 국민에게 제안했다. 의회에서 합의가 되지 않으면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압박했다. 의회 정원 감축은 마크롱의 대선 공약이었다.

프랑스 상하원 925명 거대의회...300명 줄이자 #마르세유 시정연설서 "합의 안 되면 국민투표"

마크롱은 90분간의 연설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의회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를 종식시키자고 강조했다. 더불어 "우리 정치 체제의 이같은 변화는 1년 안에 필사적으로 끝내길 바라며, 반만 바뀌거나 변화하는 척만 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정연설을 듣고 있는 상하원. [AP=연합뉴스]

시정연설을 듣고 있는 상하원. [AP=연합뉴스]

의석 0석으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마크롱은 수십년간 프랑스를 통치해온 정치 체제를 청산하겠다면서 돌풍을 일으키고 39세의 나이로 최연소 당선됐다. 총선에서도 정치 신인과 여성을 대거 공천해 하원 의석 과반수를 차지했다. 프랑스는 현재 상원 348석, 하원 577석이다. 상하원 합쳐서 의원 수가 925명에 달하는 거대 의회다.

국회의원들의 재임 중 범죄를 따로 다루는 특별법정 공화국법정(CJR)도 없애겠다고 밝혔다. 공화국 법정은 판사 3명, 상·하원의원 12명이 재판관으로 구성돼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피하기 어려웠다. 의회 특권 내려놓기를 주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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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연설을 한 마크롱. [AFP=연합뉴스]

시정연설을 한 마크롱. [AFP=연합뉴스]

마크롱은 2015년 연쇄 테러 이후 이어오고 있는 '국가비상사태'도 올 가을 해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개인의 자유는 전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대테러 법안은 "동정심도 나약함도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정부가 추진 중인 대 테러법 개정안에는 평시에도 정보기관과 대 테러 당국의 권한을 크게 강화한 내용이 담겨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유럽연합(EU) 개혁을 통한 유럽의 재건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보다 강력한 유럽이 필요하다. 새 세대의 지도자들이 EU를 재건해야 한다"면서 올해 말 EU 강화를 위한 국제회의를 제안했다.

프랑스 대통령이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과거 프랑스 대통령들은 주로 국가적 위기 상황이나 개헌이 필요할 때 상하원 합동연설을 이용했다. 전임 사르코지 대통령은 유럽 재정위기 때, 올랑드 대통령은 파리 연쇄테러 이후 각각 한 차례 상하원 합동연설을 한 바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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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에 권력이 쏠리는 데 대한 반발도 있었다. 강성 좌파 정당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마크롱을 고대 이집트의 전제군주에 빗대 '파라오 마크롱'이라고 비난하고 시정연설 보이콧을 선언했고, 민주독립연합(UDI)과 공산당 등 소수정당들도 동참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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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 타이밍도 절묘했다. 이날 연설은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의 의회 시정연설을 하루 앞두고 잡혔다. 총리 연설에 앞서 대통령이 김을 빼는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 필리프 총리는 "대통령이 프랑스의 방향을 설정하면 내각은 이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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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2008년 대통령이 상하원 앞에서 직접 연설할 있도록 헌법을 개정했다. 이전까지는 국회의원과 직접 논의하는 건 내각 책임자인 총리 몫이었다. 대통령은 총리에게 서면 메시지를 낭독하게 하는 방식으로만 양원에 의견을 전달할 수 있었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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