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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북한, 다탄두 ICBM 개발 중” … 맞다면 사드로 요격 힘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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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이 2015년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화성-14형(KN-14)을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개발 중이라고 정부 당국자가 말했다. 다탄두미사일은 한 기의 미사일에 여러 개의 탄두를 탑재한다. 미사일 한 기로 여러 기를 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중앙일보, 미국 국방정보 보고서 입수 #북, 모두 13종 탄도미사일 보유 #둘레 크고 끝 뭉툭한 ‘화성-14형’ #탄두 수는 ‘unknown(미상)’

3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미국 국방정보 탄도미사일 분석위원회(DIBMAC)의 ‘탄도·순항미사일 위협’ 보고서(이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모두 13종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사거리 5000㎞ 이상의 ICBM은 대포동-2호, 화성-13형(KN-08), 화성-14형(KN-14) 등 3종이다. 대포동-2호는 네 차례 시험발사를 했고, 화성-13형과 화성-14형은 열병식에서만 공개됐다. 보고서는 화성-14형에 대해 ‘액체엔진 방식의 2단 미사일’로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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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되는 것은 탄두의 수를 ‘unknown (미상)’이라고 적었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보 소식통은 “화성-14형은 설계 과정에서 러시아의 다탄두 미사일을 모방했다는 첩보가 있다”면서 “화성-14형이 단탄두가 아닌 다탄두로 개발 중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한·미 정보당국의 공동 평가”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화성-14형과 같이 한 번도 시험발사를 거치지 않은 화성-13형은 단탄두로 기재했다. 화성-14형의 탄두부는 화성-13형보다 둘레가 더 크고 끝이 더 뭉툭해졌기 때문에 탑재공간이 상대적으로 넓다. 정보당국이 다탄투로 보는 이유 중 하나다.

화성-14형의 원형은 소련이 1978년 실전배치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R-29R이다. 이 미사일의 탄두부 안에는 복수의 탄두가 거꾸로 매달려 있다. 다탄두는 미사일 발사 후 대기권 밖에서 탄두부와 분리된 뒤 대기권으로 재돌입한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은 1990년대 소련의 과학·기술자들의 도움을 받아 핵·미사일 기술을 크게 발전시켰다”며 “중요한 사항은 ‘북한이 다탄두 개발 능력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언제 관련 기술 개발을 끝내느냐”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보 소식통은 “북한의 다탄두 기술은 개별 탄두가 서로 다른 목표물을 동시에 공격하는 다탄두 각개목표설정 재돌입 비행체(MIRV) 수준까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IRV 기술은 미국·러시아·프랑스·영국·중국 등만이 확보하고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MIRV는 아니더라도 여러 개의 탄두가 하나의 목표물을 한꺼번에 공격한다면 미국의 요격미사일이 이 탄두를 모두 격추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의 대표적인 무기인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동시 요격 능력은 제한적이다. 북한이 여러 발의 다탄두 ICBM을 발사한다면 이를 모두 막을 수단이 마땅치 않다.

“대포동-2호는 미국 본토 전역 타격 가능”

보고서는 또 대포동-2호의 최대사거리를 ‘1만2000㎞ 이상’으로 분석했다. 한국 국방부의 『국방백서 2016』은 미국 서부지역만을 사정권에 둔 1만㎞로 봤다. 하지만 보고서는 대포동-2호가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미 공군 소속 정보부대인 국가항공우주정보센터(NASIC)가 작성한 뒤 미 국방부의 국방정보국(DIA) 등 여러 정보기관의 검증을 거친 것이다. 최근 국방정보 탄도미사일 분석위(DIBMAC)가 내용을 확정해 미 의회에 보고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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