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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올여름, 제주블루에 물들어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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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청아한 ‘물빛’은 때로 여행을 충동질하는 강력한 매개가 된다. 필리핀 보라카이의 에메랄드빛 바다를 보러 혹은 스위스 알프스산 골짜기에 흐르는 연녹색 계곡에 반해 그곳으로 한달음에 달려간다. 우리나라에도 물빛으로 뒤지지 않는 여행지가 있다. 바로 푸른 섬 제주다. 일본 오키나와 부속섬 미야코지마에서는 섬 특유의 투명한 바다 빛을 두고 ‘미야코블루’라 한다는데, 그렇다면 제주의 갖가지 파랑 또한 ‘제주블루’로 부를 수 있지 않을까. 한여름 제주블루를 만끽할 만한 여행지를 소개한다.

‘제주 물빛’ 만끽할 수 있는 명소 #해녀들이 폭포 마사지 받던 계곡 #초보도 거뜬한 스킨스쿠버 포인트 #에메랄드 그린빛 호젓한 용천수도

원앙 닮은 물빛, 돈내코

제주의 투명한 물빛을 볼 수 있는 돈내코. [강정현 기자]

제주의 투명한 물빛을 볼 수 있는 돈내코.[강정현 기자]

제주의 물놀이라 하면 해수욕장이 떠오르겠지만 제주에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이 흐르는 계곡도 있다. 한라산에서 내려온 물이 콸콸 흘러내리는 돈내코 계곡이다. 낙차 5m에 이르는 원앙폭포 폭포수가 떨어지는 곳에 오목하니 소(沼)가 고여 있다. 돈내코는 연녹색 물빛으로 유명한데, 서귀포시 염천동 주민들은 ‘원앙색’이라고 표현한다.

돈내코는 수온이 섭씨 15~17도로 유지돼 제주에서도 가장 시원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염천5통 조재범(51) 통장은 “백중날(음력 7월 15일)이 되면 서귀포 일대 해녀가 죄다 돈내코에 찾아와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을 맞으며 어깨 근육을 푸는 ‘물맞이’를 즐겼다”고 회상했다. 돈내코 일대는 천연기념물 제191호로 지정된 제주 자생식물 제주한란 군락지로 보호되는 까닭에 타 유원지처럼 개발되지 않고 본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코발트빛 제주의 속살, 범섬

짙푸른 범섬 앞바다에서 즐기는 스킨스쿠버. [강정현 기자]

짙푸른 범섬 앞바다에서 즐기는 스킨스쿠버.[강정현 기자]

흐리거나 비가 오면 바다 빛도 잿빛으로 바뀐다.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제주의 푸른 물빛을 감상하려면 수면 아래로 들어가야 한다. 제주 바닷속을 누비는 체험으로 스킨스쿠버가 있다. 제주에는 30여 개 스킨스쿠버 업체가 서귀포시에 밀집해 있다. 서귀포 앞바다에 떠 있는 무인도 문섬·섶섬·범섬 주변이 제주 최고의 다이빙 사이트로 꼽히는 까닭이다.

6월 22일 원혜선 다이버와 함께 범섬으로 향했다. 난생처음 산소통을 메고 제주 바다에 풍덩 뛰어들었다. 궂은 날이라 수면은 거뭇거뭇한데 제주 바닷속은 코발트색으로 빛났다. 30분간 범섬 앞바다를 누비며 수심 10m까지 내려갔다. 아기 머리통만 한 문어, 보라색 연산호 군락도 마주했다. 스킨스쿠버는 문턱이 높아 보였지만 호흡법만 깨치면 초보자도 쉽게 도전할 만했다.

옥색 용천수, 쇠소깍

옥빛을 띠는 쇠소깍. 용천수가 바다로 흘러드는 지점이다. [강정현 기자]

옥빛을 띠는 쇠소깍. 용천수가 바다로 흘러드는지점이다. [강정현 기자]

제주는 폭우가 와도 삽시간에 땅 속으로 빗물이 스며든다. 제주가 화산섬이고 암석지대 대부분이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으로 이뤄져 그렇다. 지하수는 해안에 다다라 용천수로 솟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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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관광지 쇠소깍도 제주의 용천 중 하나다. 쇠소깍은 흐린 날엔 불투명한 옥색, 볕이 쨍한 날에는 투명한 에메랄드 그린을 띤다. 묘한 물빛 때문인지 쇠소깍은 기도터로 명성이 높았다. 문화해설사 이길향(63)씨는 “ 해녀가 신에게 감사 기도를 올리는 장소였다”고 전했다.

쇠소깍은 2015년만 해도 연간 100만 명이 찾아드는 여행지였다. 쇠소깍 투명 카약 체험을 하러 국내외 여행객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수상레저산업이 중단된 상태다. 덩달아 방문객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쇠소깍의 호젓한 분위기를 반기는 여행객도 많다. 쇠소깍 주변에 1㎞ 정도 데크로드가 이어져 있어 쉬엄쉬엄 걷기 좋다.

◆여행정보

제주 돈내코유원지 관리사무소(064-733-1584)에서 원앙폭포까지 산책로가 나 있다. 폭포 주변에는 여행객을 위한 편의시설이 없다. 대신 유원지 입구 주변 야영장에 화장실과 샤워장이 있다. 무료. 범섬 스쿠버다이빙 체험은 세계적인 스쿠버훈련단체 PADI 인증업체인 조이다이브(010-7399-3344)를 이용했다. 초보자는 수심 7m까지 내려가 30분 정도 수중 체험을 할 수 있다. 1인 12만원. 쇠소깍 관광안내소(064-732-1562)에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화해설사가 상주한다. 전화로 해설을 예약할 수 있다. 무료. 자세한 여행 정보는 제주관광공사 여행 포털(visitjeju.net)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주=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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