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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왕조' 되기 이렇게 어렵나

중앙일보

입력

1987년 해태타이거즈 한국시리즈 2연패 우승사진/IS포토

1987년 해태타이거즈 한국시리즈 2연패 우승사진/IS포토

'왕이 직접 다스리는 나라, 같은 왕가에 속하는 통치자가 다스리는 시대'
국어사전에 등록된 '왕조(王朝)'의 뜻이다. 프로야구에도 '왕조'가 있다. 한 팀이 장기간 우승을 독식할 때, 'OO왕조'라고 부른다. 해태 타이거즈가 1983년 첫 우승을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이후 15년간 무려 9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해태왕조'를 구축했다. 이후 현대 유니콘스가 1990년대 말~2000년대 초반 세운 '현대왕조', SK 와이번스가 2007~2010년에 만든 'SK왕조'가 있었다. 현재 하위권에서 맴돌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는 2011~2014년 리그를 호령하는 '삼성왕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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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최근 2년 연속 챔피언에 등극한 두산 베어스가 올 시즌 우승후보 1순위로 꼽히면서 '두산왕조' 시대를 예고했다. 그러나 왕조는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었다. 두산은 올 시즌 순위표 가장 위에 오른 적이 없다. 27일 현재 36승1무34패로 4위에 올라있다.

두산, 해태-현대-삼성-SK에 이어 '왕조' 기대 #3시즌 연속 챔피언 노리지만 4위까지 처져 #포수 양의지-외야수 민병헌 손가락 부상 덮쳐

◇'디펜딩 챔피언' 두산, 혹독한 4월

올 시즌 초반 두산은 예상 외로 부진했다. 4월까지 12승1무13패에 그치며 중하위권을 맴돌았다. ‘판타스틱4’로 불린 선발진이 부진했다. 오른 어깨 충돌증후군을 호소한 보우덴은 개막 후 2경기 등판 후 전열에서 이탈했다. 게다가 5선발 요원 김명신이 타구에 맞는 사고까지 당했다.

타선의 무게감도 떨어졌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볼티모어로 떠난 김현수를 대신해 활약했던 김재환·박건우·오재일이 모두 부진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두산 선수가 8명이나 차출되는 바람에 컨디션 조절이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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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5월에는 안정된 선발진으로 반격을 시작했다. 에이스 니퍼트가 5월에만 4승을 따냈다. 제구가 불안했던 장원준은 5월에는 평균자책점이 1.73을 기록할 정도로 호투했다. 보우덴 대신 함덕주가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와 3승6패를 올렸다.

마운드가 높아지면서 방망이도 힘차게 돌아갔다. 김재환, 최주환, 양의지, 민병헌 등이 3할 타율을 치며 활약했다. 특히 4월까지 타율 0.180에 머물렀던 박건우는 1군 복귀 후 3할대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두산 2017년 월간 성적(27일 현재)

4월

5월

6월

승패

12승1무13패

14승9패

10승12패

월간순위

7위

2위

7위

방어율

4.44

3.53

6.47

타율

0.268

0.299

0.305

◇ 최대 위기…양의지·민병헌 부상

[포토]양의지, 손등에 맞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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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NC·SK와 함께 4강권을 형성했던 두산은 다시 암초를 만났다. 최근 10경기가 3승7패로 부진한 때, 공수의 핵심인 포수 양의지와 외야수 민병헌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양의지와 민병헌은 지난 25일 롯데전에서 상대 투수 박세웅의 사구를 맞아 골절상을 입었다. 양의지는 왼손 새끼 손가락 미세골절, 민병헌은 오른손 약지 골절상이다. 둘은 27일 일본 요코하마의 이지마 치료원으로 떠나 2주 정도 체류할 예정이다. 둘의 복귀 시점은 불투명하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두 선수에 대한 언급을 꺼려할 정도로 예민해져 있다.

[포토]민병헌, 나도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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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와 민병헌은 타율 3할대를 치는 두산 공격의 핵심이다. 특히 양의지는 대체불가한 일등 포수다. WBC 주전 포수였던 양의지는 올 시즌 초반 어깨와 허벅지 통증에 시달리면서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줬다. 4월 팀 타율이 0.268로 처진 와중에도 타율 3할대를 유지했다. 또 어깨에 피로에 쌓인 선발 투수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리드로 칭찬받았다.

◇왕조 구축 험난하지만, 희망은 있다

그나마 희망적인 건 또다른 부상병들의 귀환이다. 투수 보우덴은 28일부터 1군에 합류한다. 그리고 7월 2일 한화전에 선발로 등판할 예정이다. 보우덴이 돌아오면서 환상의 선발진인 '판타스틱4(니퍼트-장원준-유희관-보우덴)'가 완성됐다. 유격수 김재호는 한동안 허리 근육통으로 출장하지 못했지만 27일 SK전에서 교체 선수로 투입됐다.

김 감독은 "보우덴이 합류하면 팀을 재정비 해 다시 올라갈 계획은 세웠는데 팀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됐다. 그래도 위기는 기회인만큼 잘 꾸려가겠다"고 했다.

[포토]보우덴, 오늘도 판타스틱4 위력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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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 마스크는 양의지 대신 박세혁이 쓴다. 박세혁은 양의지와 비슷한 공격형 포수다. 올해 42경기에 나와 3할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공격보다도 수비에서 잘하도록 노력하겠다. (양)의지 형이 '너마저 다치면 안 된다. 잘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해줘서 힘이 났다. 부담을 정신력으로 이겨내겠다"고 했다.

[포토] 유희관-박세혁 '눈빛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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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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