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산업연구원 “올해 성장률 전망 2.5%→2.8%…수출·투자 성장세, 소비도 회복”

중앙일보

입력

지난 21일 부산 남구 부산항 감만부두에 수출입화물이 가득 쌓여 있다. [부산=연합뉴스]<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지난 21일 부산 남구 부산항 감만부두에 수출입화물이 가득 쌓여 있다. [부산=연합뉴스]<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8%로 상향 조정했다. 수출이 지속해서 상승세를 보이고 소비가 회복세를 나타냄에 따른 전망이다.

‘2017년 하반기 경제ㆍ산업 전망’ 발표에서 조정 #경기 호조로 수출은 11%, 수입도 15% 동반상승 #설비투자 상승세에, 소비도 회복기대 심리 커져 #가계소득 부진과 부채 증가는 하반기 불안 요소 #미ㆍ중 통상압력과 한국은행 통화정책도 변수

산업연구원은 27일 발표한 ‘2017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에서 “지난해 말보다 대외 여건이 빠르게 개선되고, 대내적으로도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정책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11월에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다소 비관적인 2.5%로 예측했다. 지난해 국내경제를 사실상 ‘나 홀로’ 지탱했던 건설투자가 위축되고, 소비가 부진한 데다 수출 성장세도 크지 않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자료 : 산업연구원

자료 : 산업연구원

산업연구원이 전망을 바꾼 가장 큰 원인은 수출과 수입의 동반 상승이다. 민성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15년 이후 계속 감소세를 보였던 수출입이 지난해 4분기 증가로 돌아선 이후 올해 증가 폭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며 “5월까지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16.4%, 수입은 21.4%로 두 자릿수 증가를 한 건 지난해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인 점을 고려해도 폭발적인 증가”라고 평가했다. 수출은 국제유가가 지난해보다 상승함에 따라 석유화학·석유제품의 수출이 급증한 데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주요 수출제품의 단가가 오른 것이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중국·유럽연합(EU) 등 주요 지역으로의 수출이 증가세를 보였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반기엔 수출물량이 회복해도 수출단가 상승 폭이 줄어들고 기저효과 등이 작용해 증가율이 다소 낮아질 것”이라면서도 “상반기에 보인 호황의 영향으로 6년 만에 연간 증가율이 두 자릿수인 11%를 기록하고 총 5506억 달러 어치를 수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별로는 중국 휴대폰 업체의 성장, 신흥국의 경기 호전 등으로 인해 반도체, 철강 등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하지만 디스플레이와 조선, 가전 산업은 각각 경쟁국의 성장, 수주잔량 감소, 미국 보호주의 정책 등으로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료 : 산업연구원

자료 : 산업연구원

수입은 지난해보다 15% 늘어난 4679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국제유가가 상승하며 에너지 자원의 수입액이 대폭 증가한 탓이 크다. 하지만 수출이 회복되며 국내 기업의 중간재 수입이 급증하고,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선제적으로 투자를 확대함에 따라 자본재 수입이 늘어나게 된 원인도 있다. 수입이 수출보다 증가율이 높아짐에 따라 무역수지는 지난해보다 소폭 줄어든 827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투자도 긍정적인 모습이 엿보인다. 설비투자는 2016년 4분기부터 극심한 부진에서 벗어나면서 올해 1분기에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4%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산업연구원은 세계경제의 회복세에 따라 수출산업의 생산 확대가 이어지면서 올해는 7.3%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연구위원은 “상반기엔 강한 기저효과로 인해 10.3%, 하반기에는 4.4% 증가할 것”이라며 “업종별로는 자동차, 석유화학,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수출 호조산업의 설비투자가 강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홀로 경기를 뒷받침했던 건설투자는 5% 증가에 그쳐 지난해 만큼의 호조세를 보이지 않을 걸로 봤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신규 민간건설 수요가 둔화하고,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예산 삭감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토목건설도 부진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은 그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던 소비가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일반 가정을 중심으로 경기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하반기 부터 급락했던 통계청의 소비자심리지수는 2월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지난 4월과 5월엔 100을 넘으며 소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확대되고 있다. 유병규 산업연구원장은 “하반기에 수출과 투자 증가세가 상반기보다는 다소 둔화되지만 소비가 비교적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하반기에 소비가 한국 경제의 성장세를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러한 소비가 오히려 한국 경제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민간의 소득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고용률은 연 1%대 증가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계부채에 대한 부담은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와 윈리금 상환의 비중은 2010년 각각 16.2%와 151.6%이던 것이 지난해엔 26.6%와 165.4%로 급증했다. 민 연구위원은 “향후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게 되면 특히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이런 요인들로 인해 올해 소비도 지난해보다 약간 낮은 2%대 초반의 증가율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정부가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안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일자리 여건 개선을 위한 지원을 계획하고 있는 점은 기대할만하다고 평가했다.

대외적 불안 요소도 여전하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인한 미국의 통상압력,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과의 통상마찰에 대한 위험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국제유가의 향방도 올해 한국 경제의 수출입에 영향을 미칠 주요 요인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어떻게 흐를 것인지도 관건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한국은행도 금리인상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민 연구위원은 ”하반기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과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과의 조정도 불안 요소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수출을 비롯한 해외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해선 버팀목으로 작용할 국내 실적이 중요한 만큼 내수를 회복시키기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경쟁력 저하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을 하는 동시에 내수 활성화를 위해 정부 연구개발(R&D)은 민간과의 시너지 효과가 큰 분야,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재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