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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도 풍경이다···비 오면 더 좋은 여행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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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리거나 비가 내려야 외려 운치 있는 여행지가 있다. 뿌연 물안개로 뒤덮인 서울 수성동계곡 비오는 풍경. [사진 한국관광공사]

흐리거나 비가 내려야 외려 운치 있는 여행지가 있다. 뿌연 물안개로 뒤덮인 서울 수성동계곡 비오는 풍경. [사진 한국관광공사]

꾸물꾸물한 하늘에서 후드득 비가 쏟아질 듯한 날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날씨에는 여행 계획을 세우기가 꺼려진다. 비가 오면 활동에 제약이 생기고, 여행을 망칠까봐 조바심이 난다. 하지만 세상에는 외려 비가 와야 더 좋은 여행지가 있다. 시원한 빗줄기 소리 들으며 호젓한 풍경을 즐기다보면 그 운치가 배가 되기도 한다. 한국관광공사가 7월에 가볼 만한 여행지로 비 풍경이 좋은 여행지 4곳을 추천했다.

낭만적인 우중 산책길 서울 창덕궁

창덕궁 애련지와 애련정. [사진 한국관광공사]

창덕궁 애련지와 애련정. [사진 한국관광공사]

가림막 없이 너른 마당이 펼쳐진 궁궐은 햇볕 쨍쨍한 날보다 비오는 날 구경해야 더 좋은 여행지다. 4만 490㎡(10만3000여 평)에 달하는 후원을 두고 있는 창덕궁이 특히 그렇다. 비가 오면 후원의 초목의 갈증을 해소하고 궁궐의 흙냄새가 비를 타고 피어오른다. 우중에 궁궐을 방문하면 차분한 분위기가 감도는 색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비가 많이 온 다음 날이면 인왕산 수성동계곡으로 발길을 옮기자. 도심 우중 산책의 완벽한 코스다. 안평대군과 조선 선비들은 계곡의 우렁찬 물소리를 장단 삼아 시를 읊조렸다. 수성동계곡이 있는 서촌은 윤동주 하숙집 터와 통의동 보안여관, 대오서점 등 한국 근현대사가 곳곳에 남았다. 우산을 쓰고 숨바꼭질하듯 그 발자취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도심에서 가까워 더 좋다.

우렁찬 폭포 소리를 들으라 경기도 포천 비둘기낭

비둘기낭의 시원한 물줄기. [사진 한국관광공사]

비둘기낭의 시원한 물줄기. [사진 한국관광공사]

비둘기낭 현무암 지대. [사진 한국관광공사]

비둘기낭 현무암 지대. [사진 한국관광공사]

제주에서만 현무암 지대가 펼쳐진 것은 아니다. 내륙에도 그 옛날 한반도가 화산활동이 일어났던 땅임을 증명하는 현무암 지대가 있다. 천연기념물 537호로 지정된 비둘기낭이다. 현무암 침식으로 형성된 자리에 우렁찬 폭포가 쏟아지는 곳이다. 비오는 날에는 폭포 수량이 늘어 폭포의 굵직한 아우성을 들을 수 있다. 비둘기낭에는 제주에서나 보던 하식 동굴과 높이 30m 주상절리 협곡이 있어 더 신비롭게 느껴진다. 폭포 인근에 한탄강 협곡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가 있다. 한탄·임진강지질공원으로 연결되는 지장산계곡 역시 독특한 현무암 지형을 볼 수 있다. 국립수목원·평강식물원·허브아일랜드 등을 함께 둘러보면 좋다.

연꽃에 담기는 빗방울 강원도 화천 서오지리

빗방울을 머금은 서오리지 연꽃. [사진 한국관광공사]

빗방울을 머금은 서오리지 연꽃. [사진 한국관광공사]

빗방울을 머금은 서오리지 연꽃. [사진 한국관광공사]

빗방울을 머금은 서오리지 연꽃. [사진 한국관광공사]

쓰레기장이 꽃의 바다로 변신했다. 화천과 춘천의 경계쯤 자리한 서오지리 얘기다. 서오지리는 춘천댐 건설로 마을 앞들이 물에 잠기면서 강변 습지에 쓰레기가 쌓여 악취가 들끓는 마을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3년부터 물이 고인 곳에 연을 심었다. 현재는 15만 ㎡에 이르는 연꽃단지에 꽃이 가득한 마을로 변신했다. 백련·홍련·수련·왜개연꽃·어리연꽃·가시연 등이 피어 8월 말까지 황홀한 연꽃 바다가 된다. 비 오는 날 서오지리를 방문하면 빗방울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싱그러운 연꽃에 고이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물안개 자욱한 이른 아침에 방문해도 좋다. 연아이스크림과 연잎차·연꽃차·연잎밥 등 연으로 만든 먹거리를 먹어보는 것도 묘미 중 하나다.

구름 속 산책 전남 진도 운림산방

첨찰산 안개가 내려온 운림산방. [사진 한국관광공사]

첨찰산 안개가 내려온 운림산방. [사진 한국관광공사]

우림산방 맞은편 뜰에 연산홍이 지천으로 폈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우림산방 맞은편 뜰에 연산홍이 지천으로 폈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운림산방은 조선 후기 화가 허련(1809∼1892)의 집이다. 진도읍 쌍정리에서 태어난 허련은 추사 김정희의 제자이며, 왕실의 그림을 그리고 관직을 받는 등 조선 제일의 화가로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당쟁에 휘말린 추사가 유배를 거듭하다 세상을 뜨자, 허련은 고향으로 돌아와 첨찰산 쌍계사 옆에 소박한 집을 짓고 죽을 때까지 작품 활동에 전념했다. 운림산방과 이웃한 쌍계사는 울창한 상록수림으로 유명하다. 운림산방에서 쌍계사 상록수림으로 이어지는 숲길은 허련의 산책로였다. 구름(雲)이 숲(林)을 이룬다는 산방의 이름처럼, 비오는 날 물안개 자욱한 첨찰산 산책길을 걸으면 호젓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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