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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나라' 투르크메니스탄, 88올림픽 준비하던 한국 같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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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펫을 만들고 있는 투르크메니스탄 여성들. 마리=박린 기자

카펫을 만들고 있는 투르크메니스탄 여성들. 마리=박린 기자

투르크메니스탄.

한국인들에게는 생소한 나라다. 2008년 한국축구대표팀이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두 차례 맞대결에서 승리하면서 국내에 소개된 정도다. 지난해 가수 정은지가 아버지와 추억이 담긴 '하늘바라기'를 내며 "아버지가 투르크메니스탄에서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계신다"고 말하면서 잠깐 주목받았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투르크메니스탄은 화려한 색채와 뛰어난 품질의 카펫이 유명하고, 117명의 여인들이 넉달을 걸쳐 완성한 세계에서 가장 큰 수제 카펫(가로 31.5m, 세로 12m)을 보유했다.

투르크메니스탄 카펫 박물관에서 카펫을 소개하는 직원. 아시가바트=박린 기자

투르크메니스탄 카펫 박물관에서 카펫을 소개하는 직원. 아시가바트=박린 기자

중앙아시아 국가 투르크메니스탄은 우즈베키스탄과 인접해있다. 인천에서 터키 이스탄불을 경유해 투르크메니스탄까지 비행시간만 총 15시간 40분이 걸린다.

올해 9월15일 투르크메니스탄에서 '2017 아시가바트 실내 무도 아시안게임'이 개막한다. 투르크메니스탄 정부는 지난 10일 D-100 행사를 개최하며 아시아 각국 기자들 82명을 초청했다. 한국 언론사 중 중앙일보가 초청받았다.

지난 9일 도착한 수도 아시가바트. 우리말로 '사랑의 도시'란 뜻이지만 '흰색 도시'란 표현이 더 잘어울렸다. 공항부터 아파트, 청사까지 모든 건물들이 흰색이었다. 영화나 만화에서만 보던 가상도시 같았다.

투르크메니스탄은 모든 건물은 물론 가로등까지 흰색이었다. 아시가바트=박린 기자

투르크메니스탄은 모든 건물은 물론 가로등까지 흰색이었다. 아시가바트=박린 기자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59)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이 깨끗한 국가이미지를 위해 2014년부터 건물 외관을 흰색으로 칠하게했다고 알려져있다.

투르크메니스탄 흰색 건물들. 아시가바트=박린 기자

투르크메니스탄 흰색 건물들. 아시가바트=박린 기자

'투르크멘족의 나라'란 뜻의 투르크메니스탄은 1991년 소련의 해체와 함께 독립했다. 독립 후 26년이 지났지만 국제무대 전면에 등장한 적이 없다.

국토의 90%가 카라쿰 사막으로 덮여있는 투르크메니스탄은 천연가스 매장량이 세계 4위(10조㎥ 추정)다. 국민들에게 전기·수도·가스를 무상에 가깝게 공급했지만 최근엔 재정적으로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87위에 머물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에 의존했던 교역관계를 확대할 필요가 생겼다.

아시가바트 수영장 전광판의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 모습. 아시가바트=박린 기자

아시가바트 수영장 전광판의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 모습. 아시가바트=박린 기자

니야조프 초대대통령 사후 2007년 집권한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은 지난 2월 득표율 97.6%로 3선에 성공했다. 시내 곳곳에 대통령 초상화는 물론 황금동상이 있다.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개방정책을 통해 국제사회 편입을 시도하고 있다. 치과의사 출신으로 보건부장관을 지낸 그는 담배 판매와 실외 흡연을 엄격히 금지하고, 운동을 강조하며 건강 정책을 펴고 있다.

독립 후 첫 국제행사인 실내 무도아시안게임을 통해 국제무대에 첫발을 내딛으려한다. 실내무도아시안게임은 5회째다. 올해 9월 15일부터 24일까지 62개 아시아 국가가 21개 종목에서 겨룬다. 주종목은 풋살·당구·볼링·체스·바둑·댄스스포츠·e스포츠·태권도·킥복싱·주짓수 등이다. 2014년 인천에서 치러진 아시안게임보다는 규모가 작고 주로 실내종목을 치른다.

실내무도아시안게임을 준비 중인 자원봉사자들. 아시가바트=박린 기자

실내무도아시안게임을 준비 중인 자원봉사자들. 아시가바트=박린 기자

투르크메니스탄은 이 대회를 실내아시안게임이 아닌 아시안게임으로 홍보하고 있고, 대부분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야즈무라 TV투르크멘 방송국장은 "투르크메니스탄 정부는 아시안게임 준비에 국가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고 말했다.

투르크메니스탄 정부와 시민들에겐 이 대회가 올림픽만큼 중요하다. 27년 전 한국이 1988년 서울올림픽을 준비하던 모습과 비슷했다. 당시 대한민국 온국민들은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야겠다는 사명감이 있었다. 올림픽을 위해 서울올림픽주경기장, 올림픽대로 등을 만들었다.

아시가바트 수영장을 소개하고 있는 실내무도아시안게임 조직위 직원들. 아시가바트=박린 기자

아시가바트 수영장을 소개하고 있는 실내무도아시안게임 조직위 직원들. 아시가바트=박린 기자

10일 경기장과 미디어센터, 선수촌을 돌아봤다. 투르크메니스탄은 16개 건물 신축에만 50억 달러(5조777억원)을 쏟아부었다. 신설한 모노레일을 타고 실내육상장, 수영장, 볼링장 등을 둘러봤다. 한낮기온이 섭씨 35도를 넘는 가운데 훌륭한 실내경기장을 구축했다.

실내무도아시안게임이 치러질 실내육상장. 아시가바트=박린 기자

실내무도아시안게임이 치러질 실내육상장. 아시가바트=박린 기자

11일엔 국내선을 타고 D-100행사가 열린 마리로 이동했다. 스포츠 컴플렉스에서는 전통의상을 입은 이들이 화려한 공연과 퍼레이드를 펼쳤다. 경기장 밖에서는 태권도 시범 등이 펼쳐졌다.

마리에서 열린 D-100행사에 참석한 투르크메니스탄 선수들. 마리=박린 기자

마리에서 열린 D-100행사에 참석한 투르크메니스탄 선수들. 마리=박린 기자

마리의 한 호텔에서는 각국 기자들이 모여 미디어포럼을 가졌다. 일마르 국제스포츠언론연합 부회장은 "투르크메니스탄이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호텔에서만 겨우 와이파이가 터지고, 아시아 스포츠 강국 중국, 일본 기자들이 참석하지 못한건 아쉬움으로 남았다.

태권도 시범을 펼치는 투르크메니스탄 선수들. 마리=박린 기자

태권도 시범을 펼치는 투르크메니스탄 선수들. 마리=박린 기자

투르크메니스탄 사람들은 한국인을 반겼다. 투르크는 '돌궐(突厥)'의 다른 발음이다. 같은 우랄 알타이 계통이었던 고구려와 돌궐은 끈끈한 동맹국이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많은 투르크메니스탄인들은 삼성 휴대폰을 쓰고 현대 자동차를 탔다. 투르크메니스탄에 진출한 한국건설업체들이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수주한 총액은 93억달러(11조원)에 이른다. 아시가바트 시민 자한은 "꽃미남 4인방이 나오는 한국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즐겨본다"고 말했다. 태권도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이 전략종목으로 삼고 있다.

아시가바트(투르크메니스탄)=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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