口舌<구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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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7호 33면

[漢字, 세상을 말하다]

입에 목구멍, 그에 다시 혀가 있다. 생각과 관념은 머리에서 뭉쳐졌다가 날숨에 섞인 채 말로 나와 다른 이에게 전해진다. 그러나 대상이 있어 말은 사회적 성격을 지닌다. 따라서 말을 마구 하면 곤란하다.

입과 그 속에 있는 혀로 인해 문제가 불거질 때가 있다. 보통은 구설(口舌)로 적는다. 폭포처럼 말이 거침없이 쏟아지는 경우는 현하(懸河) 또는 현하지변(懸河之辯)이라고 적는다. 비교적 잘 알려진 표현이다.

내리막의 구슬도 있다. 우리말 쓰임은 거의 없으나 중국 성어에는 下阪走丸(하판주환)이라는 말이 있다. 내리막길을 마구 굴러 내려가는 구슬처럼 막힘없이 말을 쏟아 내는 사람의 모습이다. 구급(口給)이라는 표현도 있다. 여기서 給(급)은 ‘충분하다’의 새김이다. 따라서 口給(구급)으로 적으면 말이 충분할 정도를 넘어 계속 이어지는 경우다. 給口(급구)라고 적어도 마찬가지다. 말 잘하는 이를 능언(能言)으로 적을 때도 있다.

天口(천구)라는 한자 표현이 흥미를 끈다. 하늘은 거대한 존재다. 그럴 정도의 말솜씨를 가리키는데, 시쳇말 섞어 옮기자면 ‘엄청난 구라’일 테다.

쓸데없는 말 자꾸 하면 요설(饒舌)이라는 지적을 듣는다. 혀를 마구 놀리는 사람이다. 장설(長舌)은 말이 많아 수다스러운 사람에게 쓰는 말이다.

그래서 입과 혀를 잘 놀려야 한다는 가르침이 줄을 잇는다. 실구(失口)와 실언(失言)을 막으려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결구(結口)를 중시했고, 아예 입을 닫으라는 두구(杜口)라는 말도 만들었다. 끈이나 실로 입을 매어 두라는 함구(緘口)도 마찬가지다. 언론의 자유를 속박하는 뜻으로 쓰는 겸구(箝口)도 원래는 입에 재갈을 물리듯 말을 않는다는 의미다.

말 아껴 손해 볼 일 없다. 말 마구 뱉어 내 득 보는 사람 없다. 자고로 말은 아끼고 또 아껴야 한다. 국가 전략을 다루는 사람은 이 점에 특히 유념해야 한다. 거리낌 없이 쏟아 낸 말로써 전략 자체를 생각할 겨를도 없게 만든 정부 안보 라인의 관계자들이 유념할 대목이다.

유광종
중국인문 경영연구소 소장
ykj335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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