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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 논란’에 끝까지 침묵한 여성단체...문재인 정부에 성평등 요구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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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 인사 기준을 마련해 달라”는 내용의 요구서를 보냈다. 여연 측은 23일 서울 청운동주민센터에서 정부의 인사 검증 기준 강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후 요구서를 청와대 측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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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서에는 여성 비하 표현으로 논란이 된 탁현민(44) 청와대 행정관의 성 차별적인 인식에 대한 비판이 담겼다. 탁 행정관처럼 옛 저서로 여성관에 대한 비판론이 일었던 안경환(69) 전 인권위원장에 대해서는 “이미 후보자에서 사퇴했다”며 언급하지 않았다.

여연은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인사수석과 보훈처장, 외교부 장관에 여성을 임명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청와대 비서실이나 차관 등의 인선에서 성비 균형을 고려하지 않는 등 실질적인 성평등 인사 실현이라는 점에서 여성들의 기대에 못 미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추진할 각 인사들의 성평등 관점도 문제삼았다.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이 주된 비판의 대상이 됐다. 요구서에는 “차별에 무지하고 비상식적인 여성관을 가진 인사가 임명되면서 성평등을 실천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무색해지고 있다. 특히 탁현민 행정관의 차별적인 인식이 공직자로서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지 않으면서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 탁 행정관은 자신의 옛 저서들에서 “콘돔 사용은 섹스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내 성적 판타지는 임신한 선생님”등의 표현을 썼다.

논란이 된 탁현민 행정관의 저서[중앙포토]

논란이 된 탁현민 행정관의 저서[중앙포토]

여연 측은 청와대의 태도와 반대되는 예시로 2015년 노벨상 수상자인 팀 헌트 전 런던대 유니버시티 칼리지(UCL) 교수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헌트 교수는 2015년 6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과학기자대회에서 오찬을 하다가 “여성과학자들은 실험실에 있으면서 사랑에 빠지고 내가 그들을 비판하면 울기만 한다”는 말을 해 논란을 빚었다. 이후 UCL의 뜻에 따라 교수직을 사임했다.
이번 요구서는 최근 여성단체들이 모여서 연 집단 간담회에 나온 내용들을 정리한 것이라고 한다. 여연 측은 안경환 전 후보자의 사퇴 이전에 “왜 안 후보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고 “간담회에서 의견을 종합해 발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전달된 요구서에는 안 전 위원장에 대한 내용은 빠졌다.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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