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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1년 중 320일 맑음 … 햇살 눈부신 알프스 산골서 하이킹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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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유럽 소도시 여행 ② 다보스·생모리츠 

스위스가 처음이라면 융프라우나 체어마트 같은 대중적인 관광지를 찾아가는 게 자연스럽다. 그러나 국토 70%가 산지인 스위스에는 이곳 말고도 근사한 산악 휴양지가 많다. 스위스 남동부 그라우뷘덴주도 그렇다. 6월 11~13일 세계경제포럼(WEF)으로 유명한 다보스(Davos)에서 하이킹을 즐기고, 생모리츠(St.Moritz)에서 자전거를 탔다. 스키 여행지로 유명한 두 도시의 여름은 오후 9시에도 눈부시게 화창했다.

세계경제포럼의 도시 다보스엔 #해발 2000m 그림 같은 치즈 목장 #겨울올림픽 두 번이나 연 생모리츠 #옥빛 호수, 붉은 낙조에 넋을 잃어

토마스 만이 『마의 산』 영감 받은 다보스

다보스 기차역 바로 앞에서 야콥스호른(2590m)산으로 오르는 케이블카를 탔다. 계곡에 들어앉은 도시는 여느 스위스 산골과 달라 보였다. 전통 목조주택 ‘샬레’가 아니라 3~5층 규모의 직사각형 플랫(유럽 소형 아파트)이 대부분이었다. 다보스 관광청 슈미드 아우렐리아는 “세계경제포럼을 비롯한 컨벤션이 많이 열려 소도시치고는 큰 호텔이 많다”고 말했다. “왜 하필 다보스였느냐”고 물었더니 아우렐리아는 시큰둥하게 답했다. “포럼 창립자인 독일인 교수 클라우스 슈바프가 다보스를 좋아했다”고. 포럼이 시작된 1971년 다보스는 당시 스위스에서 공부하던 슈바프 가족의 단골 휴양지였다.

다보스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오른 이슈알프.

다보스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오른 이슈알프.

케이블카는 5분 만에 이슈알프(1940m)에 섰다. 주변 경관을 살폈다. 도시 너머 북쪽 산자락 곳곳에 근사한 건물이 보였다. 요양소다. 사실 다보스는 19세기부터 호흡기 환자 요양소로 유럽에서 유명했다. 소설가 토마스 만의 아내도 결핵을 앓아 이곳에 머물렀다. 토마스 만은 그때 받은 영감으로 『마의 산』을 썼다.

신발끈을 고쳐 매고 하이킹에 나섰다. 목적지는 클라바들러알프(2030m), 약 1.5㎞ 거리에 있는 치즈 목장이다. 트레일은 표고 차가 거의 없는 데다 자연경관도 워낙 빼어나 걷기에 부담 없었다. 목장이 가까워 오니 워낭 소리가 울렸다. 어김없이 소똥 냄새도 풍겼다. 소 떼를 지나 예쁘장한 목조 건물에 도착했다. 마침 하루 전 치즈 생산을 시작했단다. 목장은 조합 형태로 운영되는데 여름(6~9월)에는 해발 2000m 산자락으로 소 떼를 끌고와 치즈를 만든다.

목장에 딸린 카페에서 맛본 치즈. 2016년 9월에 만들어 아홉 달 숙성했다.

목장에 딸린 카페에서 맛본 치즈. 2016년 9월에 만들어 아홉 달 숙성했다.

우유를 끓여 치즈와 유장(乳漿)을 분리해내는 과정을 구경했다. 이후 소금으로 맛을 내고 치즈 종류에 따라 숙성 시간을 달리해 먹는다고 한다. 테라스에 앉아 치즈와 다과를 주문했다. 음식을 내준 아낙은 알프스 소녀 하이디처럼 빨강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커피 잔에는 ‘하이디 커피’라고 쓰여 있었다. 온통 초록으로 물든 산과 풀 뜯는 소 떼를 보며 먹으니 음식 맛이 남달랐다.

목장에서 만든 치즈와 그라우뷘덴 전통 육포와 파이.

목장에서 만든 치즈와 그라우뷘덴 전통 육포와 파이.

찬란한 스키 천국 생모리츠

다보스 남쪽에는 겨울스포츠 천국 생모리츠가 있다. 생모리츠는 1928년과 48년, 겨울올림픽을 두 번이나 개최했다. 세계 최고(最古) 스키학교도 생모리츠에 있다. 생모리츠가 속한 엥가딘 고산지대에는 최고봉 베르니나(4049m)를 비롯해 3000~4000m급 고봉이 즐비해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스키를 탈 수 있다.

스위스 생모리츠, 해발 2456m에 위치 한 파노라마 레스토랑에서 본 낙조.

스위스 생모리츠, 해발 2456m에 위치한 파노라마 레스토랑에서 본 낙조.

사실 생모리츠는 겨울이 아니어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한 해 320일 이상 일기예보가 ‘맑음’일 정도로 날씨가 좋아 하이킹,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옥빛으로 반짝이는 생모리츠 호숫가를 질주하는 라이더를 보고, 도전해 보기로 했다. 6월 13일 숙소 근처 자전거숍에서 전기자전거를 빌렸다. 가이드를 따라나섰다. 도심을 벗어나자 노란 야생화와 민들레가 만발한 초지가 펼쳐졌다. 1100년께 지은 성당을 지나 빙하 녹은 물이 굽이치는 계곡을 옆에 끼고 한참 달렸다. 가이드가 숲으로 방향을 틀었다. 자전거 모드를 ‘High’로 바꿨다. 전기의 힘을 빌리니 오르막 산길도 거뜬했다. 10분쯤 산길을 달려 생모리츠 호수에 닿았다. 숨을 고르며 물을 마셨다. 한참 동안 넋 놓고 호수 빛깔을 바라봤다.

생모리츠는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기 좋다. 생모리츠 호수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한참 동안 풍경을 감상했다.

생모리츠는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기좋다. 생모리츠 호수에 자전거를 세워두고한참 동안 풍경을 감상했다.

오후 느지막이 산으로 올라갔다. 이번엔 케이블카가 아니라 푸니쿨라(소형 산악열차)를 타고 생모리츠에서 일몰이 가장 아름답다는 무오타스 무라글 산(2456m)으로 향했다. 오후 9시가 넘어서야 낙조가 하늘을 물들였다. 해가 기울면서 삐죽빼죽한 암봉 사이로 빛이 쏟아지는 장면은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틈으로 햇살이 비치는 모습만큼 장엄했다.

생모리츠 파노라마 레스토랑에서 내려다본 엥가딘 계곡.

생모리츠 파노라마 레스토랑에서 내려다본 엥가딘 계곡.

◆여행정보

스위스 소도시 여행은 기차를 이용하는 게 편하다. 취리히~다보스 2시간20분, 다보스~생모리츠 1시간30분 소요. 여러 도시를 여행한다면 기차·버스 탑승권 외에 박물관 무료 입장 등 혜택이 많은 스위스패스를 추천한다. 2등석 3일권 197유로(약 25만원). 여행 동반자가 셋 이상이면 렌터카가 기차보다 저렴하다. 스위스관광청에서 조성한 드라이브 코스 그랜드투어(grandtour.myswitzerland.com/ko)를 참고하면 된다.

다보스·생모리츠(스위스)=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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