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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달리고 서는 서울대 자율주행차 스누버…국내 최초 일반도로 주행 성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자, 이제 핸들에서 손 떼겠습니다.”
22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서울대 자율주행차 ‘스누버’에 탄 지 1분만에 운전자가 핸들과 엑셀레이터에서 손과 발을 뗐다. 조수석에 앉은 기자의 눈에 버스와 택시, 자가용이 뒤엉켜 달리는 국회대로의 모습이 들어왔다.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지면 차량은 알아서 멈췄다.

서울대가 개발한 자율주행차 스누버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시내에서 첫 자율주행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자율주행 차량이 도심 속 일반도로를 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경록 기자

서울대가 개발한 자율주행차 스누버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시내에서 첫 자율주행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자율주행 차량이 도심 속 일반도로를 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경록 기자

여의대로를 달리며 길이 비교적 잘 뚫리자 차량의 시속은 50㎞로 올라갔다. 그러다 앞 차량 인식이 한발 늦었다. 차량이 급하게 멈춰서는 바람에 잠시 놀랐다. 입에서 “헛”이라는 탄식이 나왔다. 정해진 코스를 돌아 국회의사당 앞으로 돌아오자 운전자는 다시 핸들을 잡았다. 약 4㎞를 12분 동안 자율적으로 달린 스누버에게도, 주차는 아직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인공지능 탑재한 자율주행차 스누버 #핸들, 브레이크 자동으로 움직이지만 #주차는 아직 운전자 도움 필요 #신호등 인지 능력, 사고 책임 소재 등 한계점도

스누버에 탄 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 연구원이 핸들에서 손을 뗀 채 일반도로 시험 주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누버에 탄 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 연구원이 핸들에서 손을 뗀 채 일반도로 시험 주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누버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일반도로를 자율주행으로 달리는 데 성공했다. 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가 2015년 11월 스누버 초기 모델을 발표한 지 1년 반 만에 거둔 성과다. 운전석에 탔던 계동경(29) 연구원은 “그동안 관악 캠퍼스에서만 달리던 스누버가 오늘 처음으로 일반도로를 누비면서, 국내 자율주행차 역사를 새로 썼다”며 웃었다.

서울 여의도 국회대로를 달리고 있는 스누버. 김준영 기자

서울 여의도 국회대로를 달리고 있는 스누버. 김준영 기자

이날 달린 차량은 초기 모델보다 두 단계 업그레이드된 '스누버3'였다. 그동안 캠퍼스 내에서 2만㎞ 이상을 시험 운행했다. 인공지능 기능을 강화해 고층건물 사이와 터널 안은 물론 이면도로에서도 자율주행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지능형자동차 IT연구센터장인 서승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스누버3는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임시운행허가 시험단계에서 요구하는 신호등 인식과 1차 편도 도로에서 중앙분리선을 넘지 않는 추월금지 등에서 국내 최초로 모두 합격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 연구원이 운전석을 뒤로 젖히고 누운 채 스누버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 연구원이 운전석을 뒤로 젖히고 누운 채 스누버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자율주행기술 수준은 5단계로 구분되는데, 스누버는 완전자율주행 직전 단계인 4단계 수준에 도달했다. 제한된 조건에서 운전자의 개입 없이 자율주행이 가능한 ‘통합 능동제어’ 단계다. 국토부는 지난 2월 ‘제2차 자동차정책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20년까지 3단계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아직 완전 자율주행 단계로 가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날 스누버에는 주변 지형지물을 파악할 수 있는 ‘라이다(LiDar)’ 4대와 카메라ㆍ센서 등 각종 장치가 달려있었지만, 신호 파악과 급정거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또 신호등 인지 거리도 50m 정도로 짧았다.

지난해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시범운행 중이던 자율주행차 테슬라S는 트럭과 부딪혀 운전자가 사망했다. 올해 자동차 공유회사 우버의 자율주행 택시도 시범운행 중 교통사고를 일으켜 시험운행이 일시 중단됐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기존 도로 인프라가 자율주행차량을 염두하지 않고 설계돼 기본적인 한계가 있다. 또 사고 발생시의 책임 주체를 누구로 할지, 자율주행차에 필수인 지도를 공공재로 봐야하는지 등 제도ㆍ기술 측면에서 정리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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