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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쏭부부의 잼있는 여행]21 싱가포르에선 무조건 버스를 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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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의 이번 여행지는 싱가포르입니다. 싱가포르는 서울과 면적이 비슷한 도시 국가로, 나라 전체가 깨끗하고 대중교통이 편해서 초보 여행자도 어려움 없이 여행하기 좋아요. 게다가 세계에서 치안 좋기로 소문난 곳이어서 가족 여행지로도 좋고 혼자 여행하는 ‘혼행족’에게도 인기 있는 여행지에요.

싱가포르의 새 랜드마크인 마리나 베이 샌즈 리조트 앞에서.

싱가포르의 새 랜드마크인 마리나 베이 샌즈 리조트 앞에서.

공항을 빠져 나오자마자 MTR역창구에서 투어리스트 패스(Singapore Tourist Pass)를 샀어요. 투어리스트 패스가 있으면 지하철과 시내버스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어요. 싱가포르 날씨는 1년 내내 무덥기 때문에 가까운 거리라고 무턱대고 걸었다가는 금방 녹초가 되어 버리거든요. 지금까지의 여행 경험으로 봤을 때 덥고 습하면 많이 예민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좀 더 행복한 여행을 위해 무제한 교통카드로 가까운 거리라도 에어컨 버스로 쾌적하게 이동하기로 했어요. 결과적으로 대만족이었어요. 싱가포르 투어리스트 패스 1일권 10싱가포르 달러로, 지정 MRT역 창구에서 살 수 있어요. 참, 보증금 10싱가포르달러도 내야 해요.

싱가포르 투어리스트 패스. 지정 MRT역에서 판매한다.

싱가포르 투어리스트 패스. 지정 MRT역에서 판매한다.

2층 시내버스 내부. 시티투어버스 부럽지 않다. 

2층 시내버스 내부. 시티투어버스 부럽지 않다.

싱가포르는 버스 대부분이 2층 버스여서 시티투어버스 부럽지 않았어요. 에어컨도 빵빵해서 특별한 일정이 없을 때는 2층 맨 앞자리에 앉아 목적지 없이 도시를 누비는 재미도 쏠쏠했어요.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싱가포르 플라이어(대관람차) 같은 랜드마크도 볼 수 있어서 어둠 속을 달리는 지하철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어요.
싱가포르에서는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다 보면 여행자로서 실수하기 쉬운 부분이 있는데, 바로 음식물 반입이에요. 한국에서는 음료수 정도는 들고 지하철을 타기도 하는데 싱가포르는 대중교통에 음식물 반입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어서 음료수나 과자 같은 간단한 간식을 먹다가 벌금을 낼 수도 있어요. 싱가포르는 벌금의 나라로 불릴 만큼 엄격한 벌금제도를 갖추고 있어서 여행 중 주의하는 것이 좋아요. 껌은 특히 유명하죠. 껌을 씹는 것 뿐 아니라 반입하는 것도 불법일 정도에요. 의료 목적으로 껌을 반입하거나 씹는 건 괜찮다고 하네요.

벌금이 많은 나라 싱가포르를 흥미롭게 표현한 티셔츠.

벌금이 많은 나라 싱가포르를 흥미롭게 표현한 티셔츠.

실제로 싱가포르에서는 곳곳에 벌금 표지판이 붙어있다.

실제로 싱가포르에서는 곳곳에 벌금 표지판이 붙어있다.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중국·인도·아랍 등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어서 여행자로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요. 먼저 싱가포르 인구의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인 마을, 차이나타운으로 갔어요. 역시나 작은 중국답게 사람들로 북적였어요. 안 그래도 더운데 이렇게 북적이는 차이나타운으로 온 이유는 단 한 가지! 믿고 먹는 중국 요리 때문이에요. 여행지에서 배고플 때 부담없이 배 채우기 좋은 건 역시 중국 음식이죠. 사람들을 따라 가다보니 도떼기시장 같은 푸드코트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수십 개의 식당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곳인데,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은 하이난 치킨라이스(Hainanese Chichen Rice)와 락사(Laksa)였어요. 치킨라이스는 말 그대로 하얀 닭고기와 밥의 간단한 조합인데 왠지 모르게 자꾸만 손이 가는 오묘한 매력이 있었어요. 락사는 매콤한 코코넛 국수라고 표현하는 게 가장 쉬울 것 같아요. 차이나타운이 식상하다면 리틀인디아(Little India)도 좋은 선택이에요. 조금은 생소한 인도 문화를 싱가포르에서 잠시나마 맛볼 수 있는 재미난 마을이거든요.

다양한 중국음식을 맛볼 수 있는 차이나타운 맥스웰 푸드코트.

다양한 중국음식을 맛볼 수 있는 차이나타운 맥스웰 푸드코트.

차이나타운에서 가장 인기있는 하이난치킨라이스(왼쪽)와 락사(오른쪽 아래).

차이나타운에서 가장 인기있는 하이난치킨라이스(왼쪽)와 락사(오른쪽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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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인디아.

리틀인디아.

점심은 익숙한 중국 음식으로 때웠으니, 저녁 메뉴로는 새로운 음식에 도전해보기로 했어요. 바로 아랍 음식이에요. 부기스(Bugis) 역에서 내려 조금만 걸어가면 기도 소리와 함께 화려한 이슬람 사원이 나와요. 여기가 바로 싱가포르의 작은 중동, 아랍 스트리트(Arab Street)에요. 이슬람 사원 앞으로 여러 아랍식당이 늘어서 있어요. 우리가 갔을 때는 오후 6시 무렵인데 벌써 모든 식당이 만석이었어요. ‘다들 빨리 먹고 테이블이 비었으면 좋겠네’ 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모든 사람들이 음식을 시켜만 놓고 먹지는 않고 있는 거에요. 알고 보니 이슬람 단식기간인 ‘라마단’이었어요. 이슬람 교도들은 라마단 기간인 한 달 간, 해가 떠 있는 시간 동안은 밥은커녕 물도 먹지 않아요. 그래서 식당 손님 모두 음식을 앞에 두고 해가 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라마단 기간이라 식사를 주문해 놓고도 해가 질 때까지 먹지 않고 기다리는 이슬람 교도 식당 손님들. 

라마단 기간이라 식사를 주문해 놓고도 해가 질 때까지 먹지 않고 기다리는 이슬람 교도 식당 손님들.

빈 자리를 기다리고 있는 우리 부부가 측은했는지 직원이 간이 테이블을 하나 만들어 주었어요. 덕분에 싱가포르에서 이슬람 요리를 맛볼 수 있었어요. 아랍식 팬케이크인 ‘무르타박(Murtabak)’을 주문했어요. 무르타박은 아랍어로 ‘접힌’을 뜻하죠. 밀가루 반죽을 넓게 펼쳐서 그 안에 취향껏 다양한 고기와 채소를 넣고 접어 노릇하게 구워낸 음식이에요. 한국의 빈대떡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너무도 맛깔스러운 비주얼에 침샘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지만, 우리도 이슬람 문화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기다리기로 했어요. 그리고 30분…. 기다리는 것도 한계에 다다를 무렵, 드디어 한 사람 두 사람씩 밥을 먹기 시작하길래 저희도 숟가락을 들었어요. 숟가락을 드는 순간이 이렇게 감격스러웠던 건 처음이에요. 음식을 앞에 두고 30분 기다리고 나니 배가 많이 고파서 이게 정말 맛있는 건지, 아니면 배가 고파서 맛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로서는 인생 최고의 별미 중의 별미였어요. 역시 시장이 반찬인가 봐요.

아랍스트리트에서 맛본 무르타파. 

아랍스트리트에서 맛본 무르타파.

저녁을 먹고 야경을 보러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근처의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로 향했어요. 2012년 문을 연 싱가포르 도심 속의 거대 정원이에요. 바오밥 나무를 상징하는 거대 조형물인 슈퍼트리 그로브(Supertree Grove)는 싱가포르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어요. 낮에는 더위를 피해 실내 식물원을 구경하기도 좋고 밤에는 슈퍼트리 그로브에서 조명과 음악이 어우러진 야경을 감상하기 좋은 곳이에요. 실외 입장은 무료이고 실내 식물원이나 스카이웨이는 따로 입장료가 있어요. (플라워 돔 & 클라우드 포레스트 어른 28싱가포르달러, 스카이 웨이 8싱가포르달러) 입장권은 미리 바우처를 구매해 가는 게 저렴하니 알뜰 여행자라면 인터넷 사이트에서 미리 구매하는 것이 좋아요.

싱가포르의 새로운 랜드마크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싱가포르의 새로운 랜드마크 가든스 바이 더 베이.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 있는 실내 식물원.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 있는 실내 식물원.

세계 최대 높이의 인공폭포가 있는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세계 최대 높이의 인공폭포가 있는 가든스 바이 더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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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라이지만 60개 이상의 섬으로 이뤄진 싱가포르. 그중 가장 유명한 섬은 센토사죠. 유니버설 스튜디오, 루지, 수족관 등 다양한 놀 거리가 많아 특히 가족 단위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좋은 섬이에요. 싱가포르 주 섬에서 케이블카나 열차, 자동차 등 어떤 교통수단으로도 쉽게 이동할 수 있고, 해변도 있어서 도심 속 휴양지로 불려요. 인공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도심에서 이렇게 가까운 해변이 있다는 게 어디겠어요! 높은 건물들만 보다가 바다를 보니 가슴이 시원해졌어요.

도심 속 휴양지 센토사 섬.

도심 속 휴양지 센토사 섬.

싱가포르 도심과 센토사 섬을 이어주는 케이블카.

싱가포르 도심과 센토사 섬을 이어주는 케이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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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최승표 기자

한 도시에서 만난 중국·인도·아랍 #아랍타운에선 음식 시켜놓고 30분 대기 #라마단 기간이라 현지인처럼 해지기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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