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청와대 떠나면 조용해질 것 같아 …" 조기숙 홍보수석 사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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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조기숙(사진) 청와대 홍보수석이 15일 사퇴했다.

지난해 2월 17일 임명돼 1년 만에 모교(이화여대)의 교단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조 수석은 이미 지난해 말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었다. 노 대통령은 일단 붙잡았다. 그러나 조 수석이 "어머니의 입장에서 미국에 유학 중인 두 아들의 진학 문제를 위해 도움을 주고 싶다"고 하자 노 대통령이 "보내자니 아깝고 붙잡자니 미안하다"며 놓아주었다는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조 수석은 재임 중 언론인을 비롯한 1000여 명의 여론주도층을 만나 주로 노 대통령 홍보에 주력해 왔다. 노 대통령에게 "좀 더 국민과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민생 현장에 자주 나가 달라"고 건의한 사람도 조 수석이었다.

그러나 조 수석은 개성.소신이 강한 스타일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사사건건 비판언론과 충돌하고 직설적인 반론을 제기해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너무 튄다" "홍보수석이 오히려 역 홍보효과를 낸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연정 논란 당시 의사 소통 부재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국민은 아직도 독재시대의 문화에 빠져 있다"고 언급했다가 오히려 '국민 모독'이라는 야권의 비판을 받아야 했다. 지난해 열린우리당 소장파의 청와대 인적 쇄신 주장 때는 여당에서 사퇴 촉구 공세를 받아야 했다.

조 수석은 이날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재한 '작별인사'를 통해 "내가 떠나면 청와대는 물론이고 나라가 조용해질 것 같아 한편으론 매우 기쁘다"면서도 "한편 나를 비판하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했던 일부 언론이 총량불변의 법칙에 따라 그 지면을 무엇으로 메울지 걱정"이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날 사의를 표명한 청와대 조기숙 홍보수석의 후임에는 이백만(50) 국정홍보처 차장의 기용이 유력하다고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전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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