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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많은 청년 앗아간 북한 관광…美, 여행금지론 확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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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에서 의식 불명 상태로 송환됐다가 19일(현지시간)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는 호기심이 많은 지성적인 청년이었다. 미지의 땅, 금단의 세상에 대한 열정으로 북한에 발을 디뎠던 청년은, 그러나 18개월 만에 혼수상태로 가족 품에 돌아와 엿새 만에 짧은 생을 마쳤다.

지난해 홍콩 방문 길에 평양 관광 나섰다 北에 억류 #웜비어 부친 "북한이 여행사로 현혹해 인질로 잡아" #미국인 연간 1000명 방북…여행금지법안 힘 실려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웜비어는 고교 시절 축구팀 주장을 맡았고 인디 랩 음악에 푹 빠졌던 활발한 젊은이였다. 우수한 성적으로 미 공립학교 명문인 버지니아대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한 뒤 에콰도르·쿠바 등 이국적인 국가들을 여행하길 즐겼다.

지난해 2월 29일 북한에서 기자회견 중인 오토 웜비어. 조선중앙통신은 그가 범죄행위에 대해 사죄했다고 보도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2월 29일 북한에서 기자회견 중인 오토 웜비어. 조선중앙통신은 그가 범죄행위에 대해 사죄했다고 보도했다. [AP=연합뉴스]

웜비어는 지난해 해외 연수 프로그램으로 홍콩으로 향하는 길에 ‘영 파이오니어 투어(Young Pioneer Tours)’라는 여행사를 통해 북한 관광을 하게 됐다. 부친 프레디 웜비어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이런 중국 주재 여행사를 통해 미국인을 현혹한다. 안전한 곳이라고 광고해 놓고 인질로 잡아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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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처럼 웜비어는 지난해 1월 평양 양각도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북한은 그에게 체제전복 혐의를 씌워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 지난해 3월 재판 출석 후 혼수 상태에 빠졌지만 북한은 이를 1년 이상 알리지 않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송환했다.

북한에서 석방돼 지난 13일 고향 미국 신시내티로 돌아온 오토 웜비어.

북한에서 석방돼 지난 13일 고향 미국 신시내티로 돌아온 오토 웜비어.

이에 따라 미국에선 민간인의 북한 여행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보도에서 “웜비어의 사망이 의회 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미국인의 북한 여행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것을 압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민주당 애덤 시프 하원의원과 공화당 조 윌슨 하원의원은 관광 목적의 북한 여행을 전면 금지하고 그 이외의 방문객에 대해서는 정부의 사전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북한여행통제법'을 지난달 발의했다. 이와 별도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 14일 하원 외교위에 출석해 “북한에 일종의 여행비자 제한 조치를 취할지를 검토해왔다. 최종 결론은 안 났지만 계속 고려하는 중”이라고 밝혀 북한 여행 금지를 위한 행정명령을 내릴 가능성을 시사했다.

서방에서 북한을 찾는 여행객은 연간 5000명 정도이며 이 중 1000여 명이 미국인으로 추정된다. 여행객 외에 교육적·인도주의적 지원 목적으로 최소 수십 명에서 최대 수백 명이 북한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는 송환된 웜비어 외에 한국계 김학송, 김상덕씨와 김동철 목사 등 3명의 미국 국적자가 억류돼 있다.

한편 영 파이오니어 측은 웜비어 사망을 계기로 미국인의 북한 관광 주선을 중단한다고 CNN이 이날 보도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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