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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회 줄어들어도 후배에 무대 준다"

중앙일보

입력

10년동안 실내악 앙상블 '디토'를 이끌어온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10년동안 실내악의 성장을 느꼈다"고 말했다. [사진 크레디아]

10년동안 실내악 앙상블 '디토'를 이끌어온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10년동안 실내악의 성장을 느꼈다"고 말했다. [사진 크레디아]

“누군가 나에게 그러더라. ‘그렇게 자꾸 어린 친구들을 무대에 세우면 본인이 무대에 설 기회가 없을텐데 아쉽지 않느냐’고. 전혀 그렇지 않다.”

디토 10주년 리처드 용재 오닐 #"앞으로도 영 아티스트가 늘 디토와 함께할 것" #실내악 불모 시대에 시작해 10년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39)이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언제나 젊은 연주자를 무대로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앙상블 그룹 ‘디토’의 10주년을 기념한 기자간담회다.

10년동안 음악감독을 맡았던 오닐의 말은 디토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10년 전만 해도 실내악을 찾는 관객은 적었고 디토의 시장은 새로웠다. 디토를 기획한 크레디아 정재옥 사장 역시 이날 “당시엔 최고 아니면 최대 오케스트라가 오면 공연이 잘 됐지만, 하겐ㆍ줄리아드 4중주단이 와도 객석에 500명을 앉히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디토는 10년동안 국내외에서 117회 공연을 열었고, 초반 공연들을 화제 속에 매진시키며 고정관객을 확보했다. 실내악도 느리지만 꾸준하게 인기있는 장르로 자리잡고 있다. 고정 멤버로 활동하는 실내악단이 생겨나고 국제 콩쿠르에서 실내악으로 수상하는 일이 늘어났다.

반면 디토는 매년 여름에만 모여 실내악의 ‘축제’를 연다. 멤버 한 명이 디토와 계약하는 기간은 3년이고, 그 후엔 멤버에서 빠진다. 고정된 멤버 대신 새로운 연주자들을 영입하는 게 컨셉이다. 자칫하면 진지한 실내악과 거리가 있어보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디토가 새롭게 잡은 방향이 ‘배움과 나눔’이다. 정재옥 대표는 이날 “과거의 디토가 친구들이 모여서 하는 실내악이었다면 이제는 배우고 나누는 쪽으로 가고 싶다”며 “멘토와 멘티의 개념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닐의 생각과도 통한다. 그는 “앞으로도 디토에 영 아티스트가 부재하는 순간은 없을 것이다”라며 “디토 역사에서 하나의 전통”이라고 설명했다.

오닐은 “어린 친구들을 데려오면 내 무대가 줄어들지 않느냐는 사람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무대 욕심이 없다”며 “훌륭한 영 아티스트가 너무 많은데 무대에 설 기회가 없다는 점을 통감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디토 10주년 기념 공연에 참가하는 연주자들. [사진 크레디아]

디토 10주년 기념 공연에 참가하는 연주자들. [사진 크레디아]

올해 디토 10주년에 참여하는 연주자사이엔 24세 차이가 있다. 리처드 용재 오닐이 39세, 첼리스트 여윤수가 15세다. 오닐은 “그만큼 그동안 한 세대가 변했다는 뜻”이라며 “인생은 눈 깜짝할 새에 흘러가기 때문에 지금 영 아티스트들을 키워내지 않으면 너무 늦어버린다”고 했다.

올해 디토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는 다음 달 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디토 카니발’이다.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와 차이콥스키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을 중심으로 미디어 아트, 드라마가 첨가된 무대를 꾸민다. 뮤지컬 연출가 김민정과 배우 한예리가 참여한다. 첼리스트 문태국과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는 각각 나무ㆍ토끼 역할을 맡아 연기를 한다. 공연은 다음 달 4일 바이올리니스트 유치엔 쳉과 피아니스트 스티븐 린의 듀오 콘서트까지 계속된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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