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축구 J-리그 고종수 짐 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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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프로축구 J-리그 교토 퍼플상가에서 뛰고 있는 고종수(25.사진)가 퇴출당할 위기에 몰렸다.

최근 세 경기 연속 벤치를 지킨 고종수는 지난달 18일 핌 베어벡 감독에게 단독 면담을 신청해 "스트라이커가 아닌 플레이메이커로 뛰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베어벡 감독은 고종수의 요구를 단호히 거절했다. 지난달 취임한 베어벡 감독은 팀 포메이션을 4-4-2로 바꾸면서 플레이메이커 자리를 없앴고, 고종수를 최전방 공격수로 뛰게 했다.

그러나 이 자리를 맡아본 적이 거의 없는 고종수가 다섯 명의 기존 선수와 경쟁하기엔 벅찼다. 자연히 경기 출전기회가 없어졌다.

지난해 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감독을 도와 한국 대표팀의 수석 코치로 일했던 베어벡 감독은 고종수의 플레이 스타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2001년 대표팀에서 함께 훈련한 적도 있다.

그런 베어벡 감독이 고종수의 포지션을 바꾼 것은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팀의 골격에서 그를 배제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한양대를 중퇴하고 지난달 입단한 수비수 임유환(20)은 16일 가시와 레이솔전에 풀타임 출장해 감독의 신임을 얻었다.

고종수는 억울하다며 항변하고 있으나 이런 사태는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현지의 한 축구관계자는 "고종수가 불성실한 훈련태도로 인해 동료 사이에서 '왕따'당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고종수는 "벤치를 지킬 바에야 다른 팀으로 가고 싶다"고 말하지만 이 마저도 쉽지 않다. 교토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한 데다 이미 후반기를 시작한 상황에서 새 선수를 받아들일 팀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K-리그 복귀도 올해는 불가능하다. 선수 등록이 7월 31일로 종료됐기 때문이다. 고종수의 전 소속팀인 수원 삼성의 안기헌 부단장은 "올시즌 종료 후 수원.교토.고종수 3자 합의로 진로를 결정하기로 했다. 수원이 동의하면 J-리그나 K-리그 어느 팀에도 갈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원 김호 감독은 "선수가 훈련을 제대로 안하고 자기 고집을 피운다면 어느 팀에서도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며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천재 미드필더'라는 별명 앞에 어느새 '게으른'이란 수식어가 붙어버린 고종수는 선수 생활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이 고비를 넘어 한 단계 도약하느냐, 좌절하느냐는 전적으로 본인의 노력에 달려 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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