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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 보라고 벗는 거 아니거든! 이유있는 노출 패션의 항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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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좀 보이면 어때? 

어디까지 노출할 수 있을까? 엉덩이를 새로운 노출의 영역으로 확장하며 패션계에 화두를 던진 베트멍과 리바이스의 협업 프로젝트. [사진 베트멍 공식 인스타그램]

어디까지 노출할 수 있을까? 엉덩이를 새로운 노출의 영역으로 확장하며 패션계에 화두를 던진 베트멍과 리바이스의 협업 프로젝트. [사진 베트멍 공식 인스타그램]

새로워야 파격적이다. 신개념 노출 스타일링으로 화제가된 베트멍X리바이스 프로젝트. [사진 베트멍 공식 인스타그램]

새로워야 파격적이다. 신개념 노출 스타일링으로 화제가된 베트멍X리바이스 프로젝트. [사진 베트멍 공식 인스타그램]

한여름 해변보다 더 과감한 노출 패션을 발견할 수 있는 곳, 바로 음악 페스티벌 현장이다. 지난 6월 10일과 11일 이틀간 서울 잠실벌을 달군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코리아 2017(이하 UMF)’ 역시 노출 패션으로 뜨거웠다.

지난 6월 10일 UMF2017 현장에서 포착한 과감한 백-리스(back-less) 패션. [사진 스트리트 사진가 백성원]

지난 6월 10일 UMF2017 현장에서 포착한 과감한 백-리스(back-less) 패션. [사진 스트리트 사진가 백성원]

페스티벌 룩에 왜 ‘노출’

사실 음악 페스티벌과 패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TPO(Time·Place·Occasion, 시간·장소·상황에 맞게 옷을 입는 것)를 불문율처럼 여기는 패션계에서 음악 페스티벌은 일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패션을 제안하기에 딱 좋은 핑곗거리다. ‘뮤직 페스티벌 룩’이 패션계에서 하나의 ‘장르’처럼 여겨지는 이유다.
물론 한 장르지만 면면은 다양하다. 교외의 농장에서 진흙탕을 구르며 시작된 해외 록 페스티벌의 경우 장화와 비옷, 야전 재킷이 필수로 여겨졌다. 영국 남부 서머싯 주 농장에서 열리는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이 대표적이다. 2005년 영국 모델 케이트 모스가 글래스톤베리에서 선보인 마이크로 숏츠(아주 짧은 반바지)와 레인부츠(장화) 룩은 지금까지도 전설처럼 회자하는 페스티벌 룩의 원조 격이다.

2017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에서 레이스 속옷을 의도적으로 노출한 패션을 선보인 모델 조안 스몰스. [사진 조안 스몰스 인스타그램]

2017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에서 레이스 속옷을 의도적으로 노출한 패션을 선보인 모델 조안 스몰스. [사진 조안 스몰스 인스타그램]

매년 4월 셋째 주 주말 3일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오에서 열리는 ‘코첼라 밸리 음악 앤드 아츠 페스티벌’은 가장 패셔너블한 페스티벌로 꼽힌다. 유명 셀레브리티(셀럽)와 힙스터들의 방문으로 그해 축제 패션 트렌드를 결정짓는 중요한 런웨이로까지 여겨질 정도다. 2017년은 속옷이 그대로 드러나는 란제리 룩, 시스루 패션 등이 특히 눈에 띄었다.

2017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에서 파격적인 시스루 패션으로 화제를 모은 가수 리한나. [사진 리한나 인스타그램]

2017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에서 파격적인 시스루 패션으로 화제를 모은 가수 리한나. [사진 리한나 인스타그램]

록 장르가 주가 되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EDM(Electronic Dance Music) 페스티벌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5월 13·14일에 열린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6월 10·11일에 열린 ‘UMF’, 오는 7월 8일에 열리는 ‘하이네켄 프레젠트 스타디움’이 대표적이다. 주로 도심의 대형 공연장에서 화려한 레이저 조명과 함께 열리는 공연 특성상 흡사 거대한 ‘클럽’을 연상시킨다. 비트 빠른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어야하기 때문에 여느 페스티벌 룩보다 ‘가벼운’ 옷차림이 요구된다. 또 일상에서 경험하는 드문 일탈이라는 점에서 음악 페스티벌 룩은 과감함을 필수적으로 담는다. 평소 엄두도 내지 못하는 대담한 노출 패션이 한국 뮤직 페스티벌 룩의 전형으로 자리 잡은 이유다. UMF 2017을 찾은 패션 스타일리스트 조대호씨는 “마치 무대 위에 서는 가수들처럼 화려한 차림새로 공연장을 찾은 이들이 많아 놀랐다”며 “자기표현에 익숙한 세대들이 뮤직 페스티벌을 개성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축제의 장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전했다.

2017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코리아 현장. 화려한 레이저 쇼와 열광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사진 UMF 코리아]

2017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코리아 현장. 화려한 레이저 쇼와 열광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사진 UMF 코리아]

‘걸크러쉬’ 더하기

UMF2017 현장에서 가죽 소재의 스키니와 형광색 크롭 톱으로 강렬한 패션을 선보인 모델 김상희. [사진 스트리트 사진가 백성원]

UMF2017 현장에서 가죽 소재의 스키니와 형광색 크롭 톱으로 강렬한 패션을 선보인 모델 김상희. [사진 스트리트 사진가 백성원]

하지만 노출이라고 해서 마냥 관능적인 룩을 떠올려서는 곤란하다. 지난 6월 10일 UMF 현장에서 목격한 노출 패션도 역시 범상치 않다. 맥락도 없이 무작정 헐벗은 옷차림이 결코 아니다. 흔히 떠올리는 노출 패션의 전형인 살색의 향연 대신 색다른 코드가 있었다. 바로 ‘걸크러쉬’다. 여자들이 더 좋아하는 여자라는 의미다.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한 듯한 야릇한 노출이 아닌 강렬하고 개성적인, 노출 패션의 새로운 코드다.
그러다보니 이들의 노출 패션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었다. 일단 ‘센캐(센 캐릭터의 준말)’를 강조한다. 가죽 소재 팬츠나 반바지, 대담한 액세서리, 그리고 타투까지 흔하게 보인다. 신발은 주로 운동화나 워커다. 레터링 티셔츠로 개성을 표현하거나 큼직한 로고가 수놓인 벨트를 길게 늘어트려 입는다. 흔히 말하는 ‘센 언니’ 룩이다. 그러다보니 남자보다는 여자들이 반긴다.

벨트를 길게 늘여트려 '걸크러쉬' 무드의 룩을 완성했다. [사진 스트리트 사진가 백성원]

벨트를 길게 늘여트려 '걸크러쉬' 무드의 룩을 완성했다. [사진 스트리트 사진가 백성원]

매년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이나 ‘UMF’ 등 음악 페스티벌 현장에서 스트리트 패션 사진을 촬영하는 사진가 백성원씨는 “매년 근사한 힙합 스타일의 멋진 여성들이 몰려오는 행사"라며 "올해도 마찬가지로 여성미를 드러내는 노출 의상보다 강렬한 무드의 의상이 많이 눈에 띈다”고 했다. 그는 또 “특히 거친 느낌의 망사 스타킹의 활약이 눈부시다”고 관전평을 전했다.

유난히 망사 패션이 도드라진 UMF2017 현장. [사진 스트리트 사진가 백성원]

유난히 망사 패션이 도드라진 UMF2017 현장. [사진 스트리트 사진가 백성원]

달라진 노출공식

그런데 망사 스타킹이라니. 에로틱한 망상을 불러일으키는 망사 스타킹을 활용해 어떻게 강렬한 패션을 완성한 것일까. 일단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스타킹은 치마와 함께 매치해야한다는 공식을 뒤집었다. 짧은 데님 소재의 반바지를 입고 망사 스타킹을 신은 뒤 투박한 워커로 마무리한다. 혹은 망사 스타킹을 신고 그 위에 과감하게 찢어진 청바지를 덧입는다. 청바지 틈 사이사이로 보이는 망사 스타킹은 여성스럽거나 야릇한 느낌을 주기보다 오히려 독특하면서도 패셔너블한 느낌을 준다.

오프숄더 톱과 찢어진 청바지, 망사 스타킹으로 개성있는 페스티벌 룩을 완성했다. [사진 스트리트 사진가 백성원]

오프숄더 톱과 찢어진 청바지, 망사 스타킹으로 개성있는 페스티벌 룩을 완성했다. [사진 스트리트 사진가 백성원]

앞 보다 등 뒤를 훅 판 백-리스(back-less) 패션도 눈에 띈다. 보통 깊이 파인 V넥 라인으로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는 기존의 노출 공식을 뒤집는다. 등을 훤히 드러내고 어깨에 작은 타투를 더해 시선을 잡아끈다.

앞보다 뒤를 노출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스트리트 사진가 백성원]

앞보다 뒤를 노출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스트리트 사진가 백성원]

옷 속으로 드러나지 않게 입어야하는 속옷을 훤히 드러내는 것도 특징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의 2017년 흥행 패션 코드와도 닮았다. 화려한 레이스의 속옷을 입고 이를 드러내는 반투명 니트를 겹쳐 입어 속옷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게 한다. 뷔스티에(코르셋 모양의 톱)나 브라렛(와이어나 패드 없는 얇은 브라) 등 속옷 형태의 옷을 드러내 놓고 입거나 티셔츠 밖으로 겹쳐 입는 방식도 있다.

레이스 속옷 위에 시스루 톱을 겹쳐 입었다. [사진 스트리트 사진가 백성원]

레이스 속옷 위에 시스루 톱을 겹쳐 입었다. [사진 스트리트 사진가 백성원]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음악 페스티벌에서 보이는 노출 패션에 대해 “같은 노출 패션이라도 자기만의 방식을 찾으려고 하는 경쟁 심리가 드러나 있다”며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사회적 자존감 즉, 자기 자신의 기호와 그 표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심리를 반영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5월 13일 열린 '월드디제이페스티벌 2017' 에서도 망사 패션을 포착했다. 워커를 매치해 독특한 스타일을 완성했다. [사진 스트리트 사진가 백성원]

지난 5월 13일 열린 '월드디제이페스티벌 2017' 에서도 망사 패션을 포착했다. 워커를 매치해 독특한 스타일을 완성했다. [사진 스트리트 사진가 백성원]

가슴 아래와 엉덩이가 뜨다

2017 S/S 발맹 쇼. 가슴 아랫 부분을 노출하는 방식으로 시선을 모았다.

2017 S/S 발맹 쇼. 가슴 아랫 부분을 노출하는 방식으로 시선을 모았다.

노출 뒤집기는 페스티벌에서 출발했으나 페스티벌 현장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패션계에서 노출의 기술이 새로이 주목받고 있다. 바로 아래 가슴(under boob)와 엉덩이다. 2017년 2월 데일리메일은 “새로운 클리비지 룩으로 아래 가슴을 노출하는 것이 주류가 되었다”며 패션 매거진 엘르 영국판과 미국판, 인스타일 미국판이 나란히 가슴 아래를 노출한 모델을 2월호 표지에 세운 것을 주목한 바 있다. 주로 깊이 파인 네크라인을 따라 가슴의 옆 부분을 노출하곤 했던 셀렙들도 가슴의 여러 부위를 노출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모델 카일리 제너는 가슴 아래를, 켄달 제너는 가슴 전체를 노출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패션 트렌드의 최전선에 서 있는 자매임을 입증하기도 했다. 2017S/S 발맹, 2017S/S 펜디, 2017F/W 펜티X푸마 바이 리한나의 쇼에는 마이크로 크롭 톱으로 가슴 아래를 아슬아슬하게 노출한 모델들이 캣워크를 활보했다.

밑이 극단적으로 짧은 마이크로 톱으로 '언더붑'을 노출한 룩을 선보인 2017 S/S 펜디 쇼.

밑이 극단적으로 짧은 마이크로 톱으로 '언더붑'을 노출한 룩을 선보인 2017 S/S 펜디 쇼.

노출의 새로운 방식은 그 자체로 패션이 된다. 지난 4월 프랑스 패션 브랜드 베트멍은 리바이스와의 협업 제품으로 엉덩이를 노출하는 청바지를 출시해 주목을 받았다. 엉덩이 가운데에 지퍼를 달아 열고 닫을 수 있도록 만든 것. 물론 실제로 이 지퍼를 열고 다니는 이들은 없겠지만, 지퍼를 연채 찍은 사진을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려 엉덩이를 노출하는 새로운 스타일링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가슴 아래를 노출시키는 것과 비슷한 형태로 엉덩이 아래쪽, 즉 허벅지와 이어지는 엉덩이와 아주 가까운 부위를 노출하는 일명 ‘엉찟청’도 새로운 패션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힙 디스트로이드 진’이라는 이름으로 모델 벨라 하디드를 비롯 헐리우드 패셔니스타들이 SNS에 아찔한 인증샷을 올리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노출 패션이 당당해졌다 #‘뮤직 페스티벌 룩’에서 발견한 새 노출 공식 #수위보다 방식이 문제, 뒤집어야 파격적

‘관종’과 ‘패피’는 한 끗 차

베트멍과 리바이스의 협업으로 탄생한 새로운 노출 방식의 청바지. [사진 베트멍 공식 인스타그램]  

베트멍과 리바이스의 협업으로 탄생한 새로운 노출 방식의 청바지. [사진 베트멍 공식 인스타그램]

결국 중요한 것은 노출의 수위가 아닌 방식이다. 노출 패션을 근사하게 만드는 작은 차이는 기존의 ‘룰’을 어떻게 전복시키느냐에 달려있다. 이 지점에서의 노출 패션은 시선 끌기를 넘어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엉찢청(엉덩이 부위를 찢은)' 청바지가 새로운 패션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사진 켄달 제너 인스타그램]

'엉찢청(엉덩이 부위를 찢은)' 청바지가 새로운 패션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사진 켄달 제너 인스타그램]

패션 큐레이터 김홍기씨는 원래부터 노출이 가진 사회적 의미에 주목했다. “기존 관념을 비틀고 저항하는 옷 입기 방식이 노출 패션”이라며 “페스티벌이라는 특수한 코드(하위문화) 속에서 기존 문화 혹은 통용되는 룰에서 벗어나 튀어 보이고자 하는 시도가 개성 넘치는 노출 패션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너무 과한 노출은 때론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하지만 적어도 노출의 정도와 방식에 개성을 더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타인의 관심을 갈구한다는 의미의 신조어 ‘관종(관심 종자)’와 뛰어난 패션 감각의 소유자인 '패션 피플'의 차이는 아주 작을 수도 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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