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극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대구 수성구는 나서는데 달서구는 방치해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난 8일 대구 달서구의회에서 열린 제247회 달서구의회 제1차 정례회에서 김해철 의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달서구의회]

지난 8일 대구 달서구의회에서 열린 제247회 달서구의회 제1차 정례회에서 김해철 의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달서구의회]

대구 수성구에선 되고 달서구에선 안 되는 것은? 청소년 아르바이트생의 노동인권 보호다.

수성구의회 근로 청소년 지원조례 상임위 통과 #달서구의회는 관련 조례 상임위 표결서 부결돼 #시민단체 "당연히 보장해야 할 권리 저버린 것"

수성구의회가 임금체불·무급노동 등 근로 청소년들의 노동인권을 보호하는 조례의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는 반면 달서구에선 관련 조례가 상임위에서 부결됐다.

'수성구 시간제 근로 청소년 등 취업보호와 지원에 관한 조례안'은 지난 14일 상임위를 통과했다. 상임위에서 큰 이견이 없어 오는 26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조례 통과가 무난히 이뤄질 전망이다.

석철 무소속 수성구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조례안은 '수성구가 5년마다 근로 청소년의 취업보호와 지원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업주로부터 피해를 입은 근로 청소년이 이를 제보할 수 있는 신고전화를 구청에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 상담인력도 배치한다. 신고 전화를 받은 경우엔 사실을 확인하고 대구고용노동청에 서면으로 알려야 한다.

조례안에는 사용자가 근로 청소년과 근로계약서를 직접 체결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규정을 재차 강조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근로시간을 초과해 근로시킬 수 없도록 했다.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벗어난 일을 시키거나 다른 장소에서 일하도록 한 경우 근로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명시했다.

석철 의원은 이 조례의 발의 취지에 대해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시간제 근로 청소년을 보호해 복지 향상에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김귀화 더불어민주당 달서구의원이 발의한 '달서구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는 지난 14일 상임위에서 부결됐다. 지난 2월 상임위에서 한 차례 보류된 후 4개월 만에 다시 상정됐지만 통과가 무산됐다. 상임위 전체 위원 8명(자유한국당 5명·더불어민주당 2명·무소속 1명) 중 7명이 출석한 가운데 표결한 결과 1명이 찬성하고 5명이 반대했다. 1명은 기권했다.

조례안에 반대한 의원들은 이 조례가 상위법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주장했다. 이 조례안이 '청소년'을 24세 이하로 정의하고 있는 데 반해 상위법인 근로기준법에선 청소년을 만 18세 미만으로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대국 의원은 지난 2월 3일 열린 첫 번째 상임위에서 "(청소년을 24세 이하로 본 것이) 상위법보다도 더 엄하게 돼 있는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 조례를 보면 '청소년은 언제든지 사용자에게 근로포기를 통보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돼 있는데 사업주는 얼마나 피해를 보느냐"고 했다.

하지만 김귀화 의원은 상임위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사업주의 눈치를 보느라 조례안을 부결시켰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사업주들이나 종교단체 등에서 구의원과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지속적으로 문자메시지·팩스 등을 보내 조례안 부결을 압박했다고 들었다"며 "조례안에 정의된 청소년의 나이 범위를 수정할 의향이 있다고 해도 토론조차 하지 않고 표결에 부쳤다"고 전했다.

이 조례안 역시 달서구가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 사업을 추진하고 피해신고 지원 체계를 구축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청소년 고용 사업장에 근로환경을 개선할 것을 홍보하고 노동인권교육도 받도록 정했다.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센터를 두고 전문 상담 인력, 법률지원단을 둘 수 있도록 한 내용도 포함됐다.

달서구의회가 이 조례안을 부결시키자 지역 시민단체들은 반발했다. 대구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는 조례안 부결 당일 긴급 규탄성명을 냈다. 이 단체는 성명을 통해 "교육에 대한 권리를 제도로 보장하듯 청소년 노동자들을 위한 권리 보장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것이 너무나도 당연함에도 달서구의회에서는 결국 또 다시 부결시키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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