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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만주·러시아 지역 한민족 독립운동사 연구 권위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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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가문의 전통을 이어나가길 바란다. 인문학의 토대는 역사학이다. 역사정신을 계승해야 민족이 발전할 수 있다.”

박영석 전 국사편찬위원장 별세 #대통령 셋 거치며 10년간 위원장직 #자녀 5명 중 4명 대학서 역사 가르쳐

박환(59) 수원대 사학과 교수는 선친이 남긴 말씀을 묻자 4대째 내려오는 가문의 내력을 말했다. “저희 가문은 할아버지부터 제 자녀까지 역사를 하는 사학 집안입니다. 사학 가문을 일으킨 분이 선친이셨습니다.”

박영석(사진) 전 국사편찬위원장이 15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85세. 고인은 만주와 러시아 지역 독립운동사 연구의 권위자였다. 1970∼80년대 윤병석 인하대 명예교수, 조동걸 국민대 명예교수,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 등과 함께 한민족 독립운동사 연구를 이끌었다. 대표 저서로 『한민족독립운동사연구』 『만보산사건연구』 등이 있다.

고인은 영남대·건국대 사학과 교수, 한국사학회장, 한국민족운동사학회장 등을 지낸 뒤 84년 2월∼94년 7월 국사편찬위원장을 역임했다. 역대 최장수 국사편찬위원장이다. 재임하는 동안 군사정부가 종식됐고 문민정부가 시작됐다. 그 사이 전두환·노태우·김영삼 등 대통령이 두 번 바뀌었지만, 국사편찬위원장은 바뀌지 않았다. 재임 중에 국사편찬위원회가 국가기관으로 지정됐고, 사료 수집 및 보전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고인의 부친 박장현씨는 역사에 천착한 영남 유생이었다. 고인 슬하의 5남매 중에서 4남매가 현재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장남 박환 교수의 딸은 한성대 사학과 강사이고, 아들은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하고 있다. 명실상부한 역사학 집안이다. 고인은 마지막까지 고인의 부친이 남긴 문집 ‘중산전서(中山全書)’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한다. 문집에는 ‘역사는 지배자의 것이 아니라 백성의 것이다’는 가르침이 새겨져 있었다.

유족으로 딸 박주(대구가톨릭대 박물관장)·박옥(서양화가)씨, 아들 박환·박단(서강대 사학과 교수)·박강(부산외국어대 역사관광학과 교수)씨와 사위 임문혁(계명대 기계자동차공학부 교수), 황종환(한남대 철학과 교수)씨 등이 있다. 빈소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3호실. 발인 17일 오전 7시. 장지는 경북 청도.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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