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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미니’ 박해민 뜨면, 상대팀은 긴장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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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박해민은 주루를 할 땐 요리장갑과 비슷한 보호용 엄지 장갑을 낀다. [사진 삼성 라이온즈]

박해민은 주루를 할 땐 요리장갑과 비슷한 보호용 엄지 장갑을 낀다.[사진 삼성 라이온즈]

‘Lambormini’(람보르미니).

도루·수비·타격 삼박자 삼성 외야수 #도루 20개, 3년 연속 도루왕 예약 #포수 움직임 보고 타구 방향 점쳐 #전력질주 뒤 몸 돌려 공 잡기도

삼성 외야수 박해민(27)이 글러브와 팔꿈치 보호대에 새긴 글자다. ‘람보르미니’란 수퍼카 람보르기니와 박해민의 합성어다. 람보르기니처럼 빠르게 질주한다고 해서 팬들이 지어준 애칭이다. 박해민은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이라 장비에 새겼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두산전. 중견수 박해민은 10-10 동점이던 9회 말 두산 오재일의 큼지막한 타구를 빠른 속도로 쫓아간 뒤 껑충 뛰어올라 잡아냈다. 공 잡는 순간만 보면 박해민의 수비동작은 쉬워 보였다. 펜스에 기댄 상태에서 살짝 점프해 잡았기 때문이다. 어려운 타구를 쉽게 잡는 게 박해민 수비의 특징이다. 타구를 보며 뛰는 게 아니라 낙구지점을 예측해 전력질주한 다음 몸을 돌려 잡아낸다. 이종범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도저히 잡지 못할 것 같은 타구를 박해민은 쉽게 잡아낸다. 국내 최고의 외야수”라고 극찬했다.

‘람보르미니’를 새긴 박해민의 글러브. [사진 삼성]

‘람보르미니’를 새긴 박해민의 글러브.[사진 삼성]

2012년 육성선수(연습생)로 삼성에 입단한 박해민은 원래 수비가 약한 선수였다. 신일고 시절까지 내야수였고, 한양대에서 좌익수를 보긴 했지만 수비훈련을 거의 하지 않았다. 박해민의 수비를 지도했던 김평호 코치(현 NC)는 “당시 박해민의 수비는 경쟁선수들보다도 약했다.  특히 송구는 야구선수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래서 스프링캠프도 가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박해민은 “프로에 온 뒤 살아남기 위해 생각을 바꿨다. 방망이를 잘 치는 타자는 많았다. 2년차 쯤 '수비와 주루를 잘 해야겠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타구를 보지 않고 쫓는 훈련을 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김평호 코치는 "박해민에게 수비에 대한 질문을 몇 개 했는데 전혀 답을 하지 못했다. 기본이 없었다"면서도 "발이 빠르고 공을 쫓는 감각은 뛰어나더라. 무엇보다 의지가 강했다. 그래서 타구를 보지 않고 위치를 선정하는 훈련을 시켰다. 타구를 보지 않고 공을 쫓으면 더 편한 자세에서 잡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해민은 "처음엔 어려웠지만 노력할수록 수비가 편해지면서 재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잘한 수비는 서너 번씩 돌려본다. 대신 못 잡은 건 안 본다. 머리속에 남으면 자책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호수비를 펼치고 있는 박해민. [사진 삼성 라이온즈]

호수비를 펼치고 있는 박해민. [사진 삼성 라이온즈]

박해민은 2015년(60개)과 지난해(52개) 도루왕에 올랐을 만큼 발이 빠르다. 올해는 초반 40경기에서 6도루에 그쳤다. 40경기 타율이 0.239에 머물러 뛸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박해민은 “오른 다리를 들었다 놓는 타격폼으로 바꿨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폼을 다시 교정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 다리를 다시 들면서 밸런스를 잡았다”고 했다. 15일 현재 그의 타율은 0.283. 타격감이 살아나자 도루도 순식간에 20개로 불어났다. 이대형(kt·14개)과 버나디나(KIA·13개)를 추월해 도루 1위를 달리고 있다.

박해민은 "사람이니 도루왕 욕심이 나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원래 3루 도루를 잘 못 했다. 위험부담도 크고, 2루에서도 안타 때 홈에 들어올 수 있어 시도도 안 했는데 올해는 가끔 훔칠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예전보다 투수들의 견제가 많아졌다"고 했다. 실제로 올 시즌 박해민은 견제구 에러로 가장 많은 베이스를 진루했다. 그는 "지난해 해커(NC)는 견제구 11개를 던진 적도 있다. 그럴 때는 오기가 생기는데 도루에 성공하면 쾌감이 몇 배"라고 했다.

지난 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전 연장 10회 말 끝내기 안타를 때린 박해민. [사진 삼성 라이온즈]

지난 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전 연장 10회 말 끝내기 안타를 때린 박해민. [사진 삼성 라이온즈]

박해민은 출루할 때 마다 요리장갑과 비슷한 엄지장갑을 낀다. 손가락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최근엔 이 장갑을 끼는 선수가 많지만 양손에 모두 착용하는 건 박해민 뿐이다. 그는 "롯데 아두치를 보고 구단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멋은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다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귀루를 할 때도 손목이 돌아간 적이 있어 둘 다 끼게 됐다. 팬들도 귀엽게 봐주시는 것 같다"고 답했다.

최하위 삼성은 15일 포항에서 kt를 6-2로 꺾었다. 9위 kt와의 승차는 1경기로 줄었다. 박해민은 "지난해 9위를 하긴 했지만 이렇게 나빠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며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선수들끼리도 좀 더 잘 해보자고 격려하고 있다. 이제는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홈런 2방’ 최정, 홈런 단독 선두=SK 최정이 15일 인천 한화전에서 연타석 홈런(1회 3점, 3회 1점)을 터뜨리며 팀 동료 한동민(21개)을 제치고 홈런 단독 1위(22개)에 올라섰다. 한동민은 이날 4타수 3안타를 기록했지만 홈런을 때리지는 못했다. SK는 한화에 4-3으로 이겼다. SK 선발 박종훈은 6과3분의1이닝 2실점하고 시즌 6승(3패)째를 따냈다.

◆프로야구 전적(15일)

▶LG 12-6 두산 ▶KIA 7-5 롯데 ▶kt 2-6 삼성
▶한화 3-4 SK ▶NC 9-8 넥센(연장 10회)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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