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민 기자의 心스틸러]당신의 고정픽은 누구입니까 "국프의 마음은 갈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01명의 연습생이 출연해 데뷔조를 가리는 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사진 Mnet]

101명의 연습생이 출연해 데뷔조를 가리는 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사진 Mnet]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은 참 여러 가지다. 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2’를 보면서 이 같은 사실을 더욱 실감한다. 지난해 방송된 시즌1 걸그룹 편에서는 JYP의 전소미가 줄곧 ‘불변의 센터’ 자리를 지킨 것과 달리 이번 보이그룹 편에서는 누구도 다음 회차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마루기획 박지훈이 대세론을 굳히나 했지만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순위발표식을 할 때마다 플레디스 김종현과 MMO 강다니엘 등으로 선두가 바뀌고 있다.

16일 '프로듀스 101' 생방송 새 보이그룹 탄생 #요동치는 표심에 누가 살아남을까 관심 쏠려 #본방보다 화력 센 개인별 직캠 강력한 힘 발휘 #팬덤 형성에 새로운 지표로 작용하기도

‘애들이나 좋아하는’ 프로그램으로 치부하기에는 화력이 남다르다. 3.9%(닐슨 코리아, 유료 플랫폼 기준)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비드라마 부문 TV 화제성 순위는 9주 연속 1위를 달리고 있다. 점유율로 따지면 34.12%로 2위인 JTBC ‘크라임씬3’ 4.31%의 8배에 달한다. 콘셉트 평가곡 ‘네버’로 음원 차트 1위까지 오른 그룹명 ‘국민의 아들’처럼 이들은 ‘국민 프로듀서’가 뽑아 ‘국민 시누이’들이 기른 ‘국민 아이돌’인 셈이다. 그리고 이들이 국프의 마음을 사로잡기까지는 기존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보이그룹 생태계와는 다른 몇 가지 특징이 나타난다.

“이 구역 표정왕은 나야나”

'프로듀스 101' 방송 전 음악방송 '엠카운트다운'에서 '윙크남' 별명을 갖게 된 박지훈. [사진 Mnet]

'프로듀스 101' 방송 전 음악방송 '엠카운트다운'에서 '윙크남' 별명을 갖게 된 박지훈. [사진 Mnet]

박지훈을 1위로 만들어 준 건 엠카운트다운에서 첫선을 보인 ‘나야나’에서 포착된 단독샷이었다. 박지훈은 그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 윙크를 했고, 프로그램 방송 전부터 ‘윙크남’으로 입소문을 탔다. “잘생긴 윙크남”이라는 소문은 박지훈에게 축배이자 독배였다. 정작 방송이 시작되고 나서는 그의 분량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지훈은 다시 “도대체 왜 1등이냐”는 얘기를 들어야 했다. 분량 분배에 실패한 것은 제작진이지만 그로 인한 득을 보는 것도, 손해를 보는 것도 고스란히 본인의 몫이었다.

다른 연습생들도 큰 교훈을 얻었다. 국민 프로듀서님들께 기억에 남는 연습생이 되기 위해서는 노래와 춤연습도 중요하지만 표정 연기 또한 그못지 않게 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에 박지훈은 사진을 찍는 제스쳐와 함께 “내 마음 속에 저장”이라는 또 하나의 유행어를 남겼고, MMO 윤지성은 큰 원을 그리며 박수를 치는 ‘지성박수’를 창시했다. 서강준ㆍ공명 등 연기자들이 대거 소속된 판타지오 옹성우는 슬레이트를 칠 때마다 각기 다른 표정을 선보이면서 ‘믿고 보는’ 표정을 만들어냈다.

능숙하게 쿠션 팩트를 사용하며 뷰티고수의 면모를 선보이는 윤지성 연습생. [사진 Mnet]

능숙하게 쿠션 팩트를 사용하며 뷰티고수의 면모를 선보이는 윤지성 연습생. [사진 Mnet]

그렇게 이들은 기존에 걸그룹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장벽을 하나씩 허물어갔다. 상남자로 여겨졌던 플레디스 강동호는 구슬땀을 흘리며 ‘산적섹시’라는 별명을 얻었고, 강다니엘은 허벅지를 쓸어내리는 안무로 퇴폐미를 획득했다. 각종 메이크업 기술도 발휘한다. 과도한 PPL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긴 했지만 아이섀도와 틴트는 기본 능숙한 쿠션 사용 모습까지 카메라에 잡히면서 이들은 ‘화장하는 남자’가 이토록 자연스러울 수 있음을 보여줬다.

“내 고정픽, 넌 내가 지킨다”

'겟 어글리'로 귀여우면서도 섹시한 새로운 매력을 선보인 연습생들. [사진 Mnet]

'겟 어글리'로 귀여우면서도 섹시한 새로운 매력을 선보인 연습생들. [사진 Mnet]

누나 팬들은 알고 있었다. 아무리 악마의 편집을 욕하고, 불공정론을 제기한다 한들 제작진이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을 것을, 이미 다년 간의 경험을 통해 체득해 왔기 때문이다. 하여 이들은 브라운관 앞을 지키는 동시에 인터넷을 열고 멤버별로 찍은 직캠 영상을 사수하기 시작했다. 좋은 무대를 선보이고도 방송 화면에 잡히지 않아 투표 수가 떨어진 내 자식같은 연습생 살리기에 나선 것이다. 중소 기획사 출신 연습생을 응원하는 팬들은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지하철역 전광판에 광고를 진행하는 등 인지도 높이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직캠 1위의 주인공은 ‘겟 어글리’로 1200만 뷰를 넘긴 브레이브 김사무엘이다. 시즌1에서 최다 조회수를 기록한 전소미의 ‘뱅뱅’(160만 뷰)을 7배나 넘어선 기록이다. 덕분에 2위에서 17위로 하락한 김사무엘은 다시 5위로 반등했다. 직캠은 누구에게나 평등하여 반전의 주인공을 배출하기도 했다. 묵묵히 제 몫을 다해온 브랜뉴뮤직 박우진은 72위로 시작해 ‘겟 어글리’로 팀내 1등을 차지, 지난주 6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25위에서 3위로 반전신화를 쓴 아더앤에이블 하성운의 힘도 모두 여기에서 나왔다.

“국프의 마음은 갈대랍니다”

공식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개별컷 및 비하인드 사진이 끊임없이 올라오면서 방송과는 또 다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 통로가 됐다. [사진 CJ E&M]

공식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개별컷 및 비하인드 사진이 끊임없이 올라오면서 방송과는 또 다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 통로가 됐다. [사진 CJ E&M]

[사진 CJ E&M]

[사진 CJ E&M]

이외에도 변수는 많았다. 아니 상수는 없었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SNS를 통해 원하는 콘셉트 평가곡을 암시했다, 팬과 성적인 대화 내용를 나눴다 등 논란이 일 때마다 표심은 요동쳤고, 결과는 흔들렸다. 지난 발표식에서 1위 후보였던 큐브 라이관린이 방출 후보로 단 위에 서는 마당에 누가 안심할 수 있단 말인가. 1인 11명 투표에서 2명, 1명으로 줄어들 때마다 같은 소속사를 지지하는 표들도, 다른 연습생을 견제하는 표들도 떨어져나갔다. 이제 마지막 생방송이 24시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다.

한데 나는 자꾸만 떠나간 연습생들이 눈에 밟힌다. 지난 시즌 같았으면 데뷔조에 속했을 21위 춘 김용국과 22위 YG케이플러스 권현빈이 그렇고, 각각 보컬과 춤으로 1위를 차지하고도 눈물을 머금어야했던 RBW 이건희와 아더앤에이블 노태현이 그렇다. 고정픽과 무관하게 끝까지 웃는 모습으로 다른 탈락자를 챙기던 FNC 유회승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그게 실력이든, 규칙이든, 인성이든 간에 마음을 움직이는 찰나가 있었기 때문일 터다.

잔치가 끝나고 나면 이들도 뿔뿔이 흩어져 각기 다른 곳으로 돌아갈 것이다. 상위 11명은 새로운 보이그룹으로 대중 앞에 서게 될테고, 나머지 90명은 기존 소속사로, 원래 그룹으로, 혹은 다른 꿈을 찾아 나설지도 모른다. 국민 프로듀서 역시 또다른 누군가의 팬이 되어 응원하고 마음을 쏟으며 행복감을 느낄 것이다. 부디 바람이 있다면 그 순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군가의 마음을 파고드는 방법을 처음 터득했던 그 순간을. 아마도 그것이 정글같은 아이돌 세계에서 살아남는 가장 큰 무기가 되어줄 테니 말이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