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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퍼거증후군, 우울증? 남들과 조금 다를 뿐"…프랑스의 그래픽 노블 작가 마드무아젤 카롤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5일 자신의 그림 책『제가 좀 별나긴 합니다만』 홍보차 방한한 마드무아젤 카롤린이 활짝 웃고 있다. 임현동 기자

15일 자신의 그림 책『제가 좀 별나긴 합니다만』 홍보차 방한한 마드무아젤 카롤린이 활짝 웃고 있다. 임현동 기자

프랑스의 젊은 직장인 마그리트는 ‘불통(不通)’이다. 직장 동료와 대화하길 꺼리고 어울리지도 못한다. 남자친구와 모임에 참석하면 번잡한 분위기를 못 견뎌 슬쩍 자리를 빠져나온다. 직장에선 왕따가 되고 남자친구와 관계가 소원해진 마그리트는 의사로부터 ‘아스퍼거 증후군’(사회적으로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지는 자폐성 장애)이란 진단을 받게 된다. 자신이 겪었던 소외감의 원인을 알게 된다.

『제가 좀 별나긴 합니다만』의 프랑스 그림 작가 카롤린 #레지스탕스 출신 이모 할머니가 물려준 집의 그림 구경하며 그리기 관심 가져 #"출산 시 우울증 겪으며 '마음 속 질환'에 공감"

최근 출간된 그래픽 노블(그림 형식의 소설)인 『제가 좀 별나긴 합니다만』(이숲)의 줄거리다.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였던 프랑스 심리학 박사 쥘리 다셰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썼고, 그림 작가 마드무아젤 카롤린이 유머있고 개성있는 그림체로 만화를 그렸다.

『제가 좀 별나긴 합니다만』의 표지. [이숲출판사]

『제가 좀 별나긴 합니다만』의 표지. [이숲출판사]

책 출간을 기념해 최근 방한한 카롤린을 15일 만났다. 그는 서울국제도서전 대담회 등 한국의 여러 행사에 참석할 계획이다.

“15년 전 첫 아이를 출산하고 나서 심한 우울증에 걸렸어요. 누구나 ‘보이지 않는’ 질환을 겪고 있단 생각이 들었죠. 『제가 좀 별나긴 합니다만』의 글 저자 다셰는 실제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랍니다. 다셰와 마음 질환과 관련해 대화를 나눴고 깊히 공감했어요. 책을 함께 만드는 계기가 되었죠.”

자신의 그림 책『제가 좀 별나긴 합니다만』을 들고 있는 그림 작가 마드무아젤 카롤린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자신의 그림 책『제가 좀 별나긴 합니다만』을 들고 있는 그림 작가 마드무아젤 카롤린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1974년생인 카롤린은 파리의 한 디자인 스쿨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다. 문서 공증(公證) 일을 하는 부모님 아래서 자란 그가 어릴 적 그래픽 노블에 관심 갖게 된 계기는 독특했다.

“이모 할머니 부부가 집이 없던 제 어머니에게 집을 물려줬어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레지스탕스로 활동한 이모 할머니는 제가 무척 존경하던 분이었죠. 어렸을 적 방학마다 놀러간 그 집에서 누드 크로키, 집 평면도, 꽃·나무 수채화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곤 했지요. 이때부터 그림 그리기에 관심을 가졌어요.”

『제가 좀 별나긴 합니다만』의 그림. [이숲출판사]

『제가 좀 별나긴 합니다만』의 그림. [이숲출판사]

작업 도구로 연필을 즐겨 쓴다는 카롤린은 총 8권의 그림 책을 냈다. 『제가 좀 별나긴 합니다만』을 비롯, 두 권(우울증·아스퍼거증후군)은 질환과 관련돼 있다. 각 질환을 표현할 때는 독특한 그림체를 쓴다고 한다. 그는 “풍부한 컬러가 쓰이는 일반 그림과 달리, 우울증 관련 그림은 밑작업(크로키) 없이 그린다. 또 아스퍼거 증후군 관련 그림은 싸인펜으로 선을 둥글게 그린다”며 “독자가 질환을 체감할 수 있도록 최대한 간명하게 표현한다”고 했다.

이번이 첫 한국 방문이라는 카롤린은 “비빔밥, 생선구이 정식을 맛있게 먹었다”며 “건물이 밀집한 서울이 맑은 공기가 부족하단 느낌은 들었지만, 한국인이 친절하고 배려심이 깊었다”고 말했다.

“여러분에게 제 책이 주위 사람들의 마음 속 질환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론 작품이 유명해져 영화화 되길 희망하고요.”

◇국내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 증가 추세= 아스퍼거 증후군은 한국에서 크게 낯선 질환이 아니다. 지난 3월 한국 사회를 들썩인 ‘인천 초등생 유괴 살인사건’의 가해자인 고교생도 이 질환을 겪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이 증후군으로 진료받은 국내 환자는 2014년 1690명에서 지난해 1833명으로 증가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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