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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초 금속활자로 만든 농서 『사시찬요』 발견

중앙일보

입력

조선 최초 금속활자로 만든 농서 『사시찬요』가 경북 예천군에서 발견됐다. [사진 예천군]

조선 최초 금속활자로 만든 농서 『사시찬요』가 경북 예천군에서 발견됐다. [사진 예천군]

경북 예천군 용문면 의성 김씨 남악종택에서 『사시찬요(四時纂要)』 금속활자본이 발견됐다. 『사시찬요』는 996년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한악(韓鄂)이 펴낸 농서다. 이번에 발견된 판본은 1400년대 초반에 간행된 것으로, 기존에 존재하던 것보다 약 200년 가량 앞섰다. 학계에선 조선 최초의 금속활자로 찍은 판본으로 '국보급' 가치를 지닌다고 평가하고 있다.

경북 예천 남악종택 조사 중 발견해 #앞서 발견된 목판본보다 2세기 앞서 #"'계미자'로 찍어 국보급 가치 지녀"

이번에 발견된 『사시찬요』 금속활자본은 조선시대 최초로 만들어진 금속활자인 계미자(癸未字)로 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계미자로 찍은 문헌이라는 자체만으로 사료적 가치가 높다. 계미자는 1403~1420년 사이에 만들어진 조선 최초의 금속활자다. 시기상으로 따져볼 때 중국 최초의 농서인『제민요술(齊民要術)』 (532~549)과 송나라 때 발행된『농서(農書)』(1149) 사이에 편찬된 것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사시찬요』 초간본은 중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 모두에서 전해지지 않는다. 1961년 일본에서 발견된『사시찬요』 목판본(1590)이 초간본에 가장 근접한 판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사시찬요』계미자본이 한·중·일을 통틀어 가장 오래된 판본으로 올라섰다. 또 송나라 태조 조광윤(趙匡胤·927~976)의 '광'자가 피휘(왕의 이름을 일부만 적는 것)돼 있는 점으로 미뤄 송나라 시대의 책을 토대로 삼았다고 추정된다.

『사시찬요』 계미자본에는 1월부터 12월까지 시기별 농법이 적혀 있다. 농사에서의 금기 사항, 가축 사육법 등도 담았다. 책의 형태는 11행 19자, 세로 19.7㎝·가로 12.3㎝이다. 계미자로 찍은 문헌 중 유일한 과학기술 관련 서적이다.

조선 최초 금속활자로 만든 농서 『사시찬요』가 경북 예천군에서 발견됐다. [사진 예천군]

조선 최초 금속활자로 만든 농서 『사시찬요』가 경북 예천군에서 발견됐다. [사진 예천군]

남권희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국가에서 간행된 계미자본 고서는 국보 제149호인 『동래선생교정북사상절(東萊先生校正北史詳節)』(1403) 등 15권 정도가 알려져 있다"며 "이들 대부분이 국보나 보물로 지정돼 있는 만큼 이번에 발견된 『사시찬요』 계미자본도 국가지정문화재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계미자본 문헌들이 10장 안팎의 분량인 데 반해 이번에 발견된 『사시찬요』 계미자본은 100장 분량이고 보존상태도 비교적 양호해 국보급이란 평가를 받는다.

예천군 관계자는 "이번에 발견된 『사시찬요』를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신청하는 등 예천군을 정신문화의 중심지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천=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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