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로봇, 3년 후엔 세계시장 절반 차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2020년 중국 로봇시장은 현재의 2배 규모인 594억 달러(약 67조원)까지 커질 것이다.”

정부 지원·자본 앞세워 초고속 성장 #내수용 수입서 벗어나 해외로 진출 #최근엔 산업용 제조 독일 업체 매입

시장조사기관 IDC가 지난 4월 중국 로봇시장에 대해 내놓은 예측이다. 이 회사는 “중국은 앞으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로봇 시장에서 현재의 위치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며 “전세계 로봇 산업 지출의 30%는 중국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지난해 9만대가 넘는 로봇을 중국 국내에 새로 설치했다. 7년 만에 약 6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중국의 ‘로봇 굴기(倔起)’가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미국·유럽 로봇 기업으로부터 내수용 로봇을 수입하기 바빴지만 오늘날에는 대규모 자본과 정부의 지원을 앞세워 중국산 로봇을 들고 전세계 로봇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메이디(美的)그룹은 지난 3월 세계 4대 산업용 로봇 기업인 독일의 쿠카 로보틱스를 인수했다. 메이디그룹은 지난해부터 인수를 위해서 쿠카의 지분을 꾸준히 매입해왔다.

독일 정부는 메이디그룹의 쿠카 인수에 대해 ‘로봇 굴기’라고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쿠카의 한 해 매출은 30억 유로(약 3조8000억원)가 넘는다. 메이디그룹은 지난 2월에도 이스라엘 로봇 솔루션 업체 서보토닉스를 인수했다. 가전 업체에서 로봇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중국을 기반으로 하는 로봇 스타트업들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CES 아시아’에서는 중국 로봇들의 선전이 돋보였다. 이 자리에서는 ▶주인과 가방 사이의 거리를 인식해 가방을 자동으로 잠그는 로봇 ▶어린이와 노인과 소통하는 소셜 로봇 ▶30개 언어를 구사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등을 선보였다. 국내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를 개발한 오준호 KAIST 교수는 “처음엔 내수용 로봇에만 집중하던 중국 기업들도 달라지고 있다”며 “당장 새로운 제품을 내놓지 않더라도 이들 기업들이 인수합병(M&A)으로 기술을 장악하는 것 자체가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의 ‘로봇 굴기’는 중국 정부의 로봇 육성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4년 “로봇이 제조업뿐만 아니라 국가의 경쟁력”이라며 “2020년 중국은 전세계 로봇시장 45%를 차지해 세계 1위 로봇 강국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지난 10년간 2배 넘게 오른 임금 때문에 고용을 꺼리는 기업들도 정부의 로봇 산업 지원책을 환영하고 있다.

하선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