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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공시지가는 어떻게 정하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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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Q. 최근 서울 명동 의 화장품 가게 ‘네이처리퍼블릭’ 자리가 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으로 꼽혔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땅값이 1㎡당 8600만원 에 달했습니다. 반면 전국에서 가장 땅값이 싼 곳은 전남 진도군 조도면 가사도리 땅으로 1㎡당 120원이었습니다. 땅값은 어떻게 정하는 걸까요.

50만 필지 골라 조사, 표준 삼아 #시군구청장이 개별 땅값 발표 #건보료·기초생활보장·노령연금 … #60여개 분야에서 기준시가 반영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 열람 가능 #공시지가 불만 땐 민원실에 신청

공무원이 가격 조사 후 검증 3차례 … 재산세 부과기준 되죠"

A. 틴틴 여러분이 읽은 기사는 지난달 30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개별공시지가’ 관련 뉴스입니다. 지가(地價)는 땅값입니다. 따라서 개별공시지가는 ‘여러 사람에게 널리 알리는(공시) 개별 땅값’이란 뜻입니다. 국토교통부는 2004년부터 매년 개별 토지의 가격을 발표해왔습니다.

올해 전국 3268만 필지(서로 다른 지번을 갖는 토지 기본 단위)의 개별공시지가 총액은 4778조5343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4509조5291억원)보다 평균 5.34% 올랐습니다. ㎡당 평균 땅값은 5만265원이었습니다. 전국 250개 시·군·구 중 땅값이 지난해보다 떨어진 곳은 한 곳도 없었습니다. 땅값 상승률이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타난 지역은 128곳, 낮게 상승한 지역은 122곳이었습니다.

공시 대상은 토지 관련 국세·지방세 부과대상 토지와 개발부담금 등 각종 부담금의 부과 대상 토지입니다. 법에 따라 지가 산정 등에 개별공시지가를 적용하도록 규정한 토지와 시·군·구청장이 개별공시지가를 결정·공시하기로 한 토지도 공시합니다. 뒤집어 말하면 세금·부담금 대상이 아닌 땅은 개별공시지가를 공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부가 전국 시·군·구의 모든 땅값을 조사할 순 없습니다. 그래서 전국의 대표성 있는 50만 필지를 골라 매긴 ‘표준공시지가’를 기준으로 각 시·군·구가 개별공시지가를 조사합니다. 표준공시지가는 감정평가사가 직접 현장 조사를 통해 산정합니다. 토지 특성 등 땅값 형성 요인을 조사·분석한 뒤 국토부 장관이 결정·고시합니다. 개별공시지가는 표준공시지가를 바탕으로 시·군·구 공무원이 현장조사를 나가 개별 토지의 특성과 용도, 사회·경제·행정적 요인과 가격 동향 등을 고려해 조사·분석하는 식입니다.

구체적인 공시 절차는 개별토지 특성조사(시·군·구)→토지가격비준표 적용(토지 특성에 따라 다른 격차 반영)→가격 산정(자동 산정 프로그램)→토지 소유자 의견청취→감정평가사 검증→시·군·구 부동산평가위원회 심의→결정·공시(시·군·구청장)→이의신청→이의신청 처리(재조사 후 필요시 조정공시) 순서로 진행됩니다.

시·군·구 공무원이 산정한 개별 필지 가격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가인 감정평가사가 3차례 가격을 검증합니다. 예를 들어 인접한 땅이더라도 넓고 반듯한 평지와 좁고 반듯하지 않은 경사지에 다른 가중치를 매기는 식입니다.

공시 기준일은 매년 1월 1일입니다. 시·군·구청장이 5월 말에 공시합니다. 다만 해당 연도 1월 1일에서 6월 30일 사이에 분할·합병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7월 1일을 기준으로 10월 31일까지 추가 공시합니다. 이 기간 이후 분할·합병한 토지는 다음해 정기 공시에 포함시킵니다.

이렇게 매긴 개별공시지가는 재산세·종합부동산세·상속세 같은 세금과 재건축부담금·개발부담금 부과 기준으로 활용합니다. 사람들이 땅값에 민감한 이유입니다. 예를 들어 매년 6월 1일이 보유세 부과 기준일이라 땅을 사려는 사람은 1일 이후에 거래하는 게 유리합니다. 공시지가는 세금 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산정, 기초생활보장·기초노령연금 수급대상자 선정, 공직자 재산등록 등 60여개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쓰입니다.

개별공시지가는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www.realtyprice.kr)에서 열람할 수 있습니다. 해당 토지 소재지 관할 시·군·구 민원실을 방문하거나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볼 수 있습니다. 공시가에 이의가 있을 경우 29일까지 시군구 민원실에 이의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시·군·구청장은 이의신청 기간이 만료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이의신청 내용을 심사해 결과를 이의 신청자에게 알립니다. 이의신청 내용이 타당하다고 인정될 경우엔 개별공시지가를 조정해 다시 공시합니다.

지난해 개별공시지가와 관련해 2만1322건의 이의신청이 접수됐습니다. 공시지가를 올려달라는 신청은 8081건에 그쳤지만 내려달라는 신청은 1만2504건에 달했습니다. 특히 제주·세종 같이 땅값이 많이 오른 지역에서 내려달라는 이의 신청 비율이 80~90%에 달했습니다.

공시지가를 내려달라는 이의신청이 많은 건 땅 주인이 세금이 오르는 걸 반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거주·투자가 주요 목적인 주택과 달리 땅은 소유 유형이 다양합니다. 투자 목적으로 산 집이라면 가치가 오를수록 좋지만, 땅은 농사를 짓거나 집안에서 물려받은 땅이란 이유 등으로 장기간 팔 계획이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개별공시지가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실거래가’와 작게는 2배에서 크게는 4배까지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공개한 2015년 대한민국 토지 가격은 6575조원으로 같은해 공시지가 총액(4510조원)과 1000조원 가까이 차이납니다. 국토부 스스로도 공시지가의 시세 반영률이 67%(2016년)라고 밝혔습니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팀장은 “공시지가가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부동산 부자들에게 막대한 세금 특혜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병석 국토부 부동산평가과장은 “부동산은 재화 규모가 크고 경기 상황에 따라 등락이 심하다. 공시지가는 세금·부담금 등 행정 업무 집행을 위한 토지의 평균가격을 내는 것이라 실거래가와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습니다.

공시지가는 2009년 이후 매년 올랐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오를 전망입니다. 국토부가 공시지가를 실거래가에 맞춰 현실화할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거래가가 오르면 세금도 올라 나라 살림이 더 풍족해집니다.

땅값은 무엇보다 중요한 경제 지표입니다. 땅값이 오르면 물가가 줄줄이 오릅니다. 일단 집값이 올라 집 없는 서민의 삶이 팍팍해집니다. 공장 부지 비용도 늘어 기업의 투자 활동을 위축시키고 국가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땅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 간 빈부 격차를 심화시켜 계층 갈등까지 증폭시킵니다. 선진국에 비해 같은 물건을 만들 때 훨씬 많은 비용이 드는 경제 구조도 따지고 보면 땅값 상승이 주요 요인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땅값은 정확하고, 일관성있게 매겨야 합니다. 정부가 매년 공인한 땅값(개별공시지가)을 매기는 이유입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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