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한 대학교에서 동성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가 추가 피해자를 막기 위해 이 사실을 고백했다가 더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지난 10일 A 대학교 관련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지에는 "다들 조심하세요"라며 해당 학교 학생 B 씨의 제보 글이 게재됐다.
B 씨는 "도서관에서 내려오는 길에 키 178~179쯤 되는 남자가 걸어가고 있는 저를 뒤에서 안고 귓불을 빨고 도망갔다"고 말했다.
해당 남성은 스트라이프 반팔 티셔츠와 진한 청바지를 입고 있었고 안경을 썼으며 파마 풀린 느낌의 더벅머리를 했다고 B 씨는 전했다.
그는 "저는 여자도 아니고 남자인데 이런 경험을 당해서 굉장히 당황스럽다"며 "꼭 범인을 잡고 싶다"고 밝히며 이와 비슷한 사람을 안다면 댓글로 태그해 달라고 요청했다.
남성이 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흔치 않은 이야기에 5000명 이상의 네티즌이 '좋아요'를 눌렀고 20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그러나 다수의 네티즌은 친구를 태그하며 장난스럽게 "너 그러고 다니지 말랬지" "귀에 꿀 바르고 다녀라" "이래서 내가 이 학교 자퇴했다" 등 피해자가 겪은 일을 희화화하는 댓글을 달았다.
그러자 B 씨는 12일 "귓불 빨린 추접스러운 당사자다. 범인을 너무 잡고 싶고 모든 분 조심하라고 제보했는데 댓글을 보니 정말 당황스럽다"고 해당 페이지에 다시 한번 글을 남겼다.
그는 "남자라서 더 안일하게 생각 하시는 것인지 (모르겠다). 제가 만약 여자였다면 이렇게까지 희화화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며 "고통스럽다"고 심경을 표현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2월 발표한 '2016년도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녀를 불문하고 우리 국민 10명 중 1명은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조사에 응한 전국 만 19세 이상 64세 이하 남녀 7200명 중 평생 동안 한 번이라도 성추행(폭행/협박 미수반)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10.7%에 달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