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인데 남자한테 성추행당했어요" 말했다가 더 고통받는 피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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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A대학교 관련 페이스북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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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한 대학교에서 동성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가 추가 피해자를 막기 위해 이 사실을 고백했다가 더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지난 10일 A 대학교 관련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지에는 "다들 조심하세요"라며 해당 학교 학생 B 씨의 제보 글이 게재됐다.

B 씨는 "도서관에서 내려오는 길에 키 178~179쯤 되는 남자가 걸어가고 있는 저를 뒤에서 안고 귓불을 빨고 도망갔다"고 말했다.

해당 남성은 스트라이프 반팔 티셔츠와 진한 청바지를 입고 있었고 안경을 썼으며 파마 풀린 느낌의 더벅머리를 했다고 B 씨는 전했다.

그는 "저는 여자도 아니고 남자인데 이런 경험을 당해서 굉장히 당황스럽다"며 "꼭 범인을 잡고 싶다"고 밝히며 이와 비슷한 사람을 안다면 댓글로 태그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진 A대학교 관련 페이스북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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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이 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흔치 않은 이야기에 5000명 이상의 네티즌이 '좋아요'를 눌렀고 20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그러나 다수의 네티즌은 친구를 태그하며 장난스럽게 "너 그러고 다니지 말랬지" "귀에 꿀 바르고 다녀라" "이래서 내가 이 학교 자퇴했다" 등 피해자가 겪은 일을 희화화하는 댓글을 달았다.

[사진 A대학교 관련 페이스북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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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B 씨는 12일 "귓불 빨린 추접스러운 당사자다. 범인을 너무 잡고 싶고 모든 분 조심하라고 제보했는데 댓글을 보니 정말 당황스럽다"고 해당 페이지에 다시 한번 글을 남겼다.

그는 "남자라서 더 안일하게 생각 하시는 것인지 (모르겠다). 제가 만약 여자였다면 이렇게까지 희화화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며 "고통스럽다"고 심경을 표현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2월 발표한 '2016년도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녀를 불문하고 우리 국민 10명 중 1명은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조사에 응한 전국 만 19세 이상 64세 이하 남녀 7200명 중 평생 동안 한 번이라도 성추행(폭행/협박 미수반)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10.7%에 달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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