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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유체이탈 화법 “좋은 것 같아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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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때 이른 더위가 찾아오면서 시원한 곳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 주말이면 산이나 바다, 놀이시설 등에 사람이 몰린다. TV 뉴스를 보다 보면 이들을 인터뷰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인터뷰에 응하는 사람의 말투에서 많이 나오는 표현이 ‘같아요’다.

“경치도 좋고 시원해서 참 좋은 것 같아요” “처음 와봤는데 참 괜찮은 것 같아요” “너무 재미있는 것 같아요” 등처럼 꼬박꼬박 ‘~같아요’를 붙인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가 인터뷰할 때도 “우승해서 참 좋은 것 같아요”처럼 특히 “좋은 것 같아요”란 표현을 많이 쓴다. 좋으면 좋지 ‘좋은 것 같아요’는 무엇인가?

‘같다’는 추측이나 불확실한 단정을 나타내는 말이다. “비가 올 것 같다”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 등처럼 확실하지 않은 사실을 말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따라서 자신의 기분이나 감정을 스스로 잘 알면서 ‘같아요’를 사용해 불확실하게 표현하는 것은 곤란하다.

“참 좋은 것 같아요”처럼 자기 자신이 느끼는 기분을 스스로 잘 알면서 ‘같아요’를 사용하면 무척이나 어색하다. 좋으면 좋고 나쁘면 나쁜 것이지 ‘좋은 것 같아요’라는 추측은 성립하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유체이탈 화법이다. 유체이탈 화법이란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남 말 하듯 표현하는 것을 일컫는다. “참 좋아요”라고 하는 것이 정상적 표현이다.

더욱 큰 문제는 ‘같아요’를 남용하면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만약 직장에서 김 대리가 이처럼 ‘~같아요’를 자주 사용한다면 자신감이 결여된 사원으로 비칠 수도 있다. 어떤 회사의 김 대리 별명은 ‘같아요’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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