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바다에도 휴식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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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의 연근해어업 생산량이 92만3000t에 그쳐 44년 만에 100만t 선이 무너졌다. 100만t은 연근해어업의 붕괴를 상징하는 심리적 하한선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어민들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어획량 감소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일은 아니다. 세계은행은 "바다에도 휴식이 필요하다"며 일정기간 조업중단을 권했다.
11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이정삼 어업자원연구실장이 유엔 식량농업기구의 최근 보고서를 분석, 공개한 바에 따르면 세계 어획량은 1996년 약 9500만t에 도달한 이후 감소하거나 정체를 보인다.
남획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매년 약 4조2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이 실장은 세계은행이 올해 2월에 발간한 보고서를 인용해 세계의 수산자원량을 이상적인 수준인 5억8000만t으로 회복시키려면 바다에 휴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은행 보고서는 분석 기준으로 삼은 2012년의 세계 수산자원량 2억1500만t을 5억8000만t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가장 빠른 방법은 5년 동안 모든 조업 활동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어획량을 매년 5%씩 줄이는 방법으로 수산자원량을 6억t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약 30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기준연도부터 약 10년간 매년 5%씩 어획량을 줄인 뒤 이후에 최적 수준의 어획량을 유지하면 30년 뒤에는 6억t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세계은행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수산자원을 회복하기 위해 약간의 시간을 허용하면 어업에 의존하는 수백만 명의 생계가 개선되고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사람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수산자원량이 6억t에 도달하면 세계 수산업에서 창출되는 최대 순편익(총수입에서 총비용을 뺀 금액)이 현재 30억 달러(3조3000억원)에서 860억 달러(60조4000억원)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자원량이 늘어나면 어선들이 물고기를 잡기 위해 먼바다까지 나가지 않아도 되므로 출어와 조업 비용이 훨씬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실장은 "지난해 우리 연근해어업은 생산량 100만t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을 경험했고, 올해 들어서도 1분기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4.1% 줄어 90만t 선마저 무너질 우려가 제기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은행 보고서가 지적한 것처럼 수산자원 감소는 결국 어업인의 일자리와 생계를 압박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우리 연근해를 다시 풍요로운 바다로 되살리려면 어획량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특히 바다에 일정 기간 휴식을 주는 휴어제가 조속히 시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업인들의 생계를 고려해 휴어제 기간의 소득 상실을 보전해주는 휴어직불제를 동시에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어선 수를 줄이기 위한 감척 비용을 현실화해 어획 압력을 낮추고 어린 물고기를 보호해 수산자원의 재생산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그는 제안했다.
이 실장은 "세계 어획량 감소보다 우리나라의 어획량 감소가 훨씬 심각한 상태임을 고려해 바다 살리기를 미뤄서는 안되며 정부, 어업인, 소비자가 모두 나서서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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