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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전 온라인 주문, 출근 전에 반찬이 오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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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결혼 5년 차인 변호사 김보라씨는 마트에서 장을 보는 대신 일주일에 두 번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푸드마켓 애플리케이션(앱)을 켠다. 매일 밤 10시 넘어 퇴근하는 김 씨가 귀가할 때 동네 반찬 가게와 마트는 모두 문을 닫기 때문이다.

온라인 푸드마켓 젊은층에 인기 #계란·우유 등 일반식자재는 기본 #반조리 음식, 보양식 세트도 배달 #스타트업 50여 곳 치열한 경쟁

김 씨는 “밤 11시 전에만 반찬 세트를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에 배송해주기 때문에 아침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며 “소량으로 살 수 있고 품질이 좋아서 단골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푸드마켓은 김 씨 같은 맞벌이 부부나 싱글족을 겨냥한 찌개용 채소와 1인용 반찬 세트 같은 제품을 두루 갖추고 있다.

온라인 푸드마켓이 젊은 부부들과 1인 가구에 인기를 끌고 있다. 달걀·우유·햄 같은 일반 수퍼마켓에서 파는 품목들은 물론 문어 샐러드, 라자냐 같은 반조리 식품들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품질과 가짓수에서 동네 수퍼마켓과 대형 마트, 백화점 식료품관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현재 마켓컬리·배민프레시·헬로네이처 등 50여 곳의 업체가 식료품 배달 앱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이런 온라인 푸드마켓은 소셜커머스의 신선식품관과는 달리 굳이 ‘가격 메리트’를 내세우지 않는다. 오프라인에서 파는 물건보다 싼 것도 있지만 비싼 경우도 많다. 대신 품질과 희소성을 강조한다. 동네 수퍼나 마트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제품들로 승부를 건다.

가입자 20만 명을 돌파한 ‘헬로네이처’에는 ‘전국 최고 상품’이라는 카테고리가 있다. 상품 이름도 단순히 연근·멜론이 아니다. ‘이규수 님의 프리미엄 파파야멜론’, ‘이영재 님의 쫀득한 식감이 남다른 청무화과말랭’처럼 생산자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다.

‘김신재 님의 괜히 최고가 아닌 연근’을 클릭하니 “시중에 파는 연근은 세 번째 네 번째 마디인 숫연근이라서 질기고 영양 성분이 떨어지지만 이 제품은 맛과 영양분이 뛰어난 첫 번째 마디”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배송되는 제품의 형태도 보여준다. 헬로네이처는 상품 기획자(MD)들이 직접 농가나 산지를 방문해 재배법과 품질을 확인한다. 깨끗하게 씻은 연근 130g은 3400원으로 이마트몰에서 판매하는 손질하지 않은 연근(1kg에 6230원)보다 양에 비해 비싼 편이다.

‘삿갓유통’에서는 제품 설명에 앞서 1분 안팎의 HD 고화질 영상이 먼저 나온다. 바지락을 주문하려고 클릭하니 태안군 안면도에서 김상분 할머니가 직접 바지락을 채취하는 모습과 인터뷰를 볼 수 있다. ‘마켓컬리’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70여가지의 검수 기준을 통과한 유기농 식재료와 친환경 식품을 판매한다.

집에서 요리를 자주 하기 힘든 싱글족과 맞벌이 부부들을 겨냥한 다양한 상품들도 인기다. 배민프레시는 2013년 국내 최초로 온라인 커머스 분야에서 새벽 배송 서비스를 도입한 곳이다. 고객이 늦은 밤에 주문을 해도 이른 아침에 집 문 앞에 각종 반찬과 식자재를 배송하는 것이다.

이진호 배민프레시 이사는 “고객들의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상품들을 많이 개발하고 있다”며 “상품군을 늘리기 보다는 바로 먹거나 간단히 데워서 먹을 수 있는 반조리 제품과 반찬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민프레시의 ‘초여름 보양 세트’는 데리야끼 장어구이, 참소라 무침, 감자채 볶음, 매실장아찌 등 네가지 반찬을 2인분 분량만큼 판매한다. 가격은 1만8200원이다. 당일 제조한 반찬을 아이스팩과 함께 아이스박스에 넣어서 집까지 배송해준다.

나물·해초류 등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나물투데이’는 일주일에 한 번씩 손질한 제철나물 3종을 9900원에 배달한다. 6월 둘째주에는 꼬시래기·청경채·깻순을, 셋째주에는 쌈다시마·고구마순·갯방풍을 배송한다.

‘마켓컬리’는 백화점 식품관을 방불케 한다. 일본산 와사비 드레싱, 트러플(송로버섯)이 들어간 이탈리아산 꿀, 캐나다산 메이플 시럽 등도 판매하고 있다. 상품 소개란에 트러플 꿀을 넣어 타파스를 만드는 법, 핫소스를 첨가해 퀘사디아를 만드는 방법도 단계별로 나와 있다.

젊은 연령층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이들 마켓들은 대부분 스타트업이라는 것도 특징이다. 2015년 마켓컬리를 세운 김슬아 대표는 골드만삭스·맥킨지 등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유기농 식품과 무농약 식자재를 먹기 시작한 이후 피부염과 부종이 없어진 경험을 한 김씨가 회사를 관두고 직접 쇼핑몰을 차렸다.

2012년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헬로네이처는 지난해 12월 SK플래닛에 인수돼 자회사로 편입됐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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