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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쏭부부의 잼있는 여행]19 '윤식당' 그곳! 길리에서 꼭 해야 할 세 가지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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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동안의 발리 여행을 마치고 길리 섬에 도착했어요. TV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의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죠. ‘길리’는 현지어로 ‘작은 섬’이라는 뜻이에요. 이름 그대로 길리는 큰 섬 롬복의 북서쪽에 위치한 3개의 작은 섬을 일컫죠. 길리 아이르(Gili Air)·길리 메노(Gili Meno)·길리 트라왕안(Gili Trawangan), 이 세 개 섬 모두 자전거를 타면 1시간이면 돌 수 있는 크기이니, 대충 짐작이 되시죠? 길리 삼총사 중 저희 부부가 가장 먼저 들른 곳은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길리 트라왕안’이에요. 바로 이곳에서 '윤식당'을 찍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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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바라본 롬복 섬과 3개의 길리 섬.

하늘에서 바라본 롬복 섬과 3개의 길리 섬.

평화로운 휴양지를 생각하고 배에서 내렸는데 생각보다 붐비는 선착장 풍경에 깜짝 놀랐어요. 도착하자마자 “방은 잡았니?” “스노클링 투어 어때?” 등 정신없는 호객행위가 이어졌고, 호객행위를 뚫고 나오니 이번에는 흙먼지를 풀풀 날리며 달리는 마차들이 우리를 반겨주었어요.

TV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을 촬영했던 길리 트라왕안 선착장 풍경.

TV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을 촬영했던 길리 트라왕안 선착장 풍경.

상상했던 평화로운 모습과는 영 딴판이었지만 발리와는 180도 다른 문화권이라 그런지 분위기가 새로웠어요. 우선 힌두문화인 발리와는 달리 길리 섬의 주 종교는 이슬람교에요. 작은 섬인데도 이슬람사원이 3개나 있어서 아침 저녁으로 섬 전체에 기도 소리가 울려 퍼져요. 길리 트라왕안의 특별한 인상 두번째는 오토바이나 자동차 같은 동력수단이 전혀 없다는 거예요. 주 이동수단은 마차와 자전거에요. '윤식당'에서 배우 이서진과 정유미가 자전거로 달리던 모습 기억 나죠? 발리의 심각한 교통체증에 넌덜머리가 나던 차에, 길리의 교통은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간혹 오토바이가 보이기도 하는데 이마저도 전기 오토바이라 조용하게 달리더라고요.

길리에는 택시 대신 마차가 있다.

길리에는 택시 대신 마차가 있다.

길리 트라왕안은 워낙 유명한 관광섬이다 보니 건물 대부분이 레스토랑이거나 숙소예요. 여행자를 상대로 한 일자리가 많아 롬복에서 길리로 배 타고 출퇴근하는 현지인도 많더라고요. 모든 물자가 배로 들어오기 때문에 물가는 큰 섬에 비해 조금씩 비싼 편이에요.

하늘에서 내려다 본 길리 트라왕안 해변.

하늘에서 내려다 본 길리 트라왕안 해변.

골목으로 들어서니 집 건너 집이 모두 숙소여서 쉽게 묵을 곳을 구할 수 있었어요. 짐을 풀고 본격적인 섬 구경에 나섰어요. 우선 길리 트라왕안에서 가장 쉽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스노클링에 도전해보기로 했어요. 길리 바다는 투명한 에메랄드 빛이에요. 더 매력적인 사실은, 배를 타고 먼 바다까지 나가지 않아도 섬 주변 얕은 바다에서 바다거북을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길리를 최고의 스노클링 섬으로 부르기도 해요. 스노클링 장비 대여료는 하루에 약 50000루피아(약 4200원). 정말 저렴하죠? 체력만 된다면 장비만 빌려서 종일 물고기들과 헤엄칠 수 있어요. 저희도 장비를 대여해서 바다로 들어갔는데 물이 맑아서 저 멀리 있는 물고기까지 다 볼 수 있었어요. 산호도 많고 물고기 종류도 수십 가지는 되고요. 게다가 짧은 시간 동안 바다거북도 만날 수 있었어요! 바다거북을 이렇게 가까이서 쉽게 볼 수 있다니, 거북이 하나만으로도 길리 섬에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길리 트라왕안에는 바다거북을 볼 수 있는 터틀포인트가 많다. 특히 북서쪽 해변에서 거북이를 보기가 쉽다. 

길리 트라왕안에는 바다거북을 볼 수 있는 터틀포인트가 많다. 특히 북서쪽 해변에서 거북이를 보기가 쉽다.

초록거북과 함께 즐기는 스노클링.

초록거북과 함께 즐기는 스노클링.

스노클링을 마치고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해변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어요. 길리 해변에는 테이블과 의자들이 많이 놓여 있는데 동쪽 해변은 낮에, 서쪽 해변은 해 질 녘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요. 저희도 낮에는 선착장 근처의 동쪽 해변에서 나시고랭을 간단히 먹고 해 질 무렵에는 자전거를 타고 서쪽 해변으로 넘어갔어요. 서쪽 해변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사람이 해먹이나 소파의자에 자리 잡고 일몰을 보고 있었어요. 붉은 석양 아래에서 인도네시아 맥주인 빈탕을 한 병 마시고 나니, 행복의 맛이 이런 거구나 싶더라고요. 저녁은 해변 야외 레스토랑에서 BBQ요리와 샐러드바를 즐겨도 좋아요. 주로 메인 요리를 시키면 샐러드바가 포함되어 있는데 가격은 1만원 이내로 저렴한 편이에요.

선착장 있는 길리섬 동쪽 해변에는 식당이 길게 늘어서 있다. 이곳에선 바다를 보며 밥 먹기 좋다.

선착장 있는 길리섬 동쪽 해변에는 식당이 길게 늘어서 있다. 이곳에선 바다를 보며 밥 먹기 좋다.

덜 번잡한 길리섬 서쪽 해변 풍경.

덜 번잡한 길리섬 서쪽 해변 풍경.

일몰이 아름다운 서쪽 해변에서 즐긴 저녁.

일몰이 아름다운 서쪽 해변에서 즐긴 저녁.

길리 트라왕안의 또 다른 별명은 ‘파티의 섬’이에요. 밤이 되면 뜨거웠던 낮보다 거리가 두 배로 북적여요. 노점상들도 리어카를 끌고 나와 구운 옥수수나 인도네시아 어묵국인 박소(Bakso)를 팔고, 바(Bar)나 레스토랑에는 다들 인도네시아 현지 브랜드인 빈탕 맥주를 한 병씩 마시며 길리 섬만의 밤 분위기를 즐기지요. 길리 트라왕안의 밤을 즐기기 가장 좋은 곳은 야시장이에요. 해가 어스름해질 무렵부터 선착장 근처에 시장이 열리는데, 해산물 뿐 아니라 꼬치구이인 사테(Sate)나 인도네시아 대표 음식인 나시 참푸르(Nasi Campur)를 맛볼 수 있어요. ‘나시’는 밥이고 ‘참푸르’는 섞는다는 뜻이에요. 즉 인도네시아식 ‘짬뽕밥’이에요. 일반적으로 식당에 가면 나시 참푸르의 반찬이 한정적이지만, 길리 야시장에서는 종류가 아주 많아서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해요. 가게마다 가격은 천차만별이고, 대체적으로 채소 반찬은 5000루피아(420원), 꼬치 같은 고기 반찬은 주로 1만루피아에요. 가장 인기가 좋았던 가게는 밥을 포함해 5종류의 고기나 채소반찬을 선택할 수 있고 가격은 2만루피아였어요.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길리 야시장의 나시참푸르.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길리 야시장의 나시참푸르.

이렇게 푸짐하게 먹고도 2000원이 안되다니!

이렇게 푸짐하게 먹고도 2000원이 안되다니!

길리 트라왕안을 제대로 여행하려면 자전거를 빌리는 게 좋아요. 섬 한 바퀴는 약 7㎞인데 뜨거운 뙤약볕에 걸어 다니기는 조금 힘이 들거든요. 자전거를 타면 1시간이면 섬 한 바퀴 돌 수 있어요. 대여료는 24시간 5만루피아 정도에요. 자전거가 없더라도 오후 4시 이후에는 햇볕이 강하지 않아 러닝을 하기도 좋더라고요.

길리의 대표적 교통수단인 자전거.

길리의 대표적 교통수단인 자전거.

길리섬에는 또 다른 주인공이 있어요. 바로 고양이에요. 길리 트라왕안은 ‘고양이의 섬’이라는 별명도 있어요. 수많은 고양이가 골목을 누비고 있어요. 이른 아침 산책에 나서면 식당 테이블이나 메뉴판 위에서도 자고 있는 귀여운 고양이를 볼 수 있어요. 고양이를 사랑하는 애묘인이라면 길리 여행이 두 배로 행복할 거에요.

고양이의 섬 길리 트라왕안.

고양이의 섬 길리 트라왕안.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길리 트라왕안은 늘 관광객으로 북적여요. 트라왕안 섬 보다 조금 덜 붐비는 여행지를 찾는다면 트라왕안 옆에 있는 길리 메노를 추천해요. 길리 트라왕안 섬보다 훨씬 조용하고 바닷물이 더 깨끗하더라고요. 앞으로 길리 섬은 더 유명한 관광지가 될 것 같아요. 그러니 조금이라도 덜 붐빌 때 길리 섬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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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최승표 기자

스노클링·먹방, 그리고 망중한 #인도네시아 작은 섬 길리 트라왕안 #바다거북 볼 수 있는 에메랄드빛 바다 #야시장 나시참푸르, 호텔 부럽지 않은 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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