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1800명, 등하교 통행 막아달라" 황당한 소송

중앙일보

입력 2017.06.06 15:24

광주 대광여고와 서진여고의 통학로가 포함된 부지를 낙찰 받은 회사가 학생들의 통행을 금지하는 내용의 소송을 냈다. 사진 오른쪽이 이 회사가 낙찰 받은 서진병원 부지이고 왼쪽은 대광여고, 가운데는 두 학교의 유일한 통학로다.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 대광여고와 서진여고의 통학로가 포함된 부지를 낙찰 받은 회사가 학생들의 통행을 금지하는 내용의 소송을 냈다. 사진 오른쪽이 이 회사가 낙찰 받은 서진병원 부지이고 왼쪽은 대광여고, 가운데는 두 학교의 유일한 통학로다.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광역시의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2개 고등학교 학생들의 등하교 통학로가 포함된 부지를 낙찰받은 뒤 학생들의 통행을 금지해줄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논란이 되고 있다.

광주 부동산회사, 통학로 통행금지 가처분 신청
홍복학원 산하 대광여고·서진여고 유일한 통학로

학부모 "학생들 볼모로 한 극단적 이기주의" 비난
법조계 "가처분 인용될 경우 학생들 피해 불가피"

6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A종합개발은 지난달 말 광주지법에 홍복학원을 상대로 '통학로 통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자신들이 경매에서 낙찰받은 부지에 포함된 학교 통학로에 대한 학생들의 출입을 막아줄 것을 요구하는 소송에 나선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홍복학원 설립자인 이홍하씨 개인 소유였던 서진병원 부지를 경매에서 45억원에 낙찰받았다.

해당 부지에는 홍복학원 산하인 대광여고와 서진여고의 유일한 통학로 1000㎡가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학생들의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광주 대광여고와 서진여고의 통학로가 포함된 부지를 낙찰 받은 회사가 학생들의 통행을 금지하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 왼쪽이 이 회사가 낙찰 받은 서진병원이고 오른쪽은 대광여고, 가운데는 두 학교의 유일한 통학로다.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 대광여고와 서진여고의 통학로가 포함된 부지를 낙찰 받은 회사가 학생들의 통행을 금지하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 왼쪽이 이 회사가 낙찰 받은 서진병원이고 오른쪽은 대광여고, 가운데는 두 학교의 유일한 통학로다. 프리랜서 장정필

앞서 이 회사는 지난 4월에도 이홍하씨가 설립한 홍복학원을 상대로 해당 토지에 대한 3억1900만원의 토지인도 소송을 제기했다.

또 '통학로 등 토지 사용료로 매달 687만5000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홍복학원은 설립자 이씨가 사학비리로 구속된 후 2015년부터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학부모들은 "홍복학원 측과의 토지 매매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학생들을 볼모로 삼는 행위"라며 비난하고 있다. 이미 법원에 제기한 토지인도 소송을 통해 토지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데도 학생들의 통행을 금지하는 소송을 또다시 낸 것은 부도덕한 행위라는 지적이다.

광주시교육청의 미흡한 행정 처리도 이번 분쟁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학로가 학교 소유 부지가 아닌 설립자 개인 소유인 데도 서진여고와 대광여고에 대한 설립을 인가해줬기 때문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공적이익 등의 측면에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법원의 판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당 부지의 경우 40여 년간 두 학교의 통학로로 이용돼왔기 때문이다.

홍복학원 관계자는 "토지소유 회사와의 원만한 합의나 소송 등을 통해 학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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