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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의 소녀 가장', 여성 히어로의 미래가 되다...'원더 우먼' 갤 가돗

중앙일보

입력

 준비된 ‘원더 우먼’, 배우 갤 가돗  

'원더 우먼'에서 다이애나(원더 우먼의 본명)를 연기한 갤 가돗.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원더 우먼'에서 다이애나(원더 우먼의 본명)를 연기한 갤 가돗.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매거진M] 드라마틱한 반전이다. 수퍼 히어로 팬들의 기대와 불안 속에 개봉한 DC의 여성 히어로 영화 ‘원더 우먼’(5월 31일 개봉, 패티 젠킨스 감독). 이 영화는 개봉 이틀 만에 30만 관객을 돌파하며 암울했던 DC 확장 유니버스의 미래에 청신호를 밝혔다. 앞서 개봉한 DC 영화의 슈퍼맨(헨리 카빌), 배트맨(벤 애플렉)도 받지 못했던 평단의 찬사와 팬들의 환호를 독차지하면서. 이스라엘 출신 배우 갤 가돗(32)은, 전작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2016, 잭 스나이더 감독, 이하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예고한 대로, ‘원더 우먼’ 속 수려한 미모와 강렬한 액션 솜씨로 전 세계 관객을 매료시켰다. 지난 30년간 린다 카터(TV 드라마 ‘원더 우먼’(1975~79, ABC·CBS)의 주연 배우)로 통했던 원더 우먼은, 이제 ‘갤 가돗’을 배제하고선 상상하기 힘든 이름이 됐다.

'원더 우먼'의 한 장면.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원더 우먼'의 한 장면.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1830년 7월 혁명을 그린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1830년 7월 혁명을 그린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178cm의 큰 키와 탄탄한 몸매. 강자에겐 단호하지만 약자에겐 한없이 온정적인 영웅. 탄생 76년 만에 처음 스크린에 등장한 원더 우먼(갤 가돗)은 팬들이 고대했던 여성 히어로의 ‘정답’에 가까운 히어로다. 프랑스 화가 들라크루아의 그림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1930)처럼, 전쟁의 최전선에서 미국 장교 스티브 트레버(크리스 파인)와 남성 군인들을 이끄는 그는, 천진한 미소와 자애로운 심성으로 동료들에게 희망과 활력을 불어넣는다. 액션 역시 상상 초월 수준이다. 남성들을 앞질러 홀로 적진을 돌파하고, 슬로 모션을 통해 우아한 신체 곡선과 파워풀한 액션 신을 선보인다. 여성 히어로의 힘과 아름다움이 동시에 드러나는 대목이다.‘배트맨 대 슈퍼맨’의 두 남성 히어로가 펼치는 무지막지한 물량 액션과는 전혀 다른 쾌감이다.

'원더 우먼'의 한 장면.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원더 우먼'의 한 장면.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갤 가돗은 오래전부터 ‘준비된 원더 우먼’이었다. 열아홉 살 되던 2004년 미스 이스라엘 선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이듬해 이스라엘 여성의 의무를 따라 2년간 군 복무했다. 전투 담당 교관을 맡을 만큼 체력적으로도 뛰어났다고. 제대 후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던 그의 운명이 바뀐 건, ‘007 퀀텀 오브 솔러스’(2008, 마크 포스터 감독)의 새로운 본드 걸을 찾던 캐스팅 감독의 눈에 들면서부터다. 비록 최종 배역은 우크라이나 배우 올가 쿠릴렌코에게 돌아갔지만, 가돗의 미래는 다른 곳에 있었다. 저스틴 린 감독이 연출한 ‘분노의 질주:오리지널’(2009)의 매력적인 여성 전사 지젤로 출연하게 된 것. 이 영화로 배우 데뷔한 가돗은 각종 스포츠로 다져진 운동 신경과 군 복무 당시 익힌 무기 사용법, 모터사이클 운전 솜씨를 마음껏 발휘했다. 이후 ‘분노의 질주:언리미티드’(2011) ‘분노의 질주:더 맥시멈’(2013) 등 린 감독이 연출한 시리즈 두 편에 잇따라 출연했고, 전 세계에 ‘갤 가돗’이란 이름을 똑똑히 각인시켰다.

'분노의 질주:언리미티드'의 한 장면. 가돗은 이 영화에서 총기 전문가인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 지젤 하라보(사진)를 연기했다.

'분노의 질주:언리미티드'의 한 장면. 가돗은 이 영화에서 총기 전문가인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 지젤 하라보(사진)를 연기했다.

하지만 가돗의 원더 우먼은 데뷔 전부터 여러 구설수에 시달렸다. “가돗의 늘씬한 체형은 강인한 여성 히어로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론부터, 2014년 이스라엘 군대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습 당시 SNS에서 자국 군인들을 독려했다는 이유로 “사랑과 평화의 상징인 원더 우먼을 연기하기엔 자격 미달”이란 비난에 맞닥뜨려야 했다(최근 레바논은 이스라엘 국적을 가진 가돗에 관한 정치적 이유로 자국 내 ‘원더 우먼’ 상영을 금지한 상태다).
하지만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가돗이 연기한 원더 우먼은 두 남성 히어로를 압도하는 존재감을 드러내며 판세를 뒤집었다. ‘엘렉트라’(2005, 롭 보우먼 감독) 이후 장장 12년 만에 여성 히어로의 솔로 영화 ‘원더 우먼’이 나올 수 있었던 것 역시, 가돗의 원더 우먼이 보여준 잠재력 덕분이다. 올해 11월, DC의 크로스오버 영화 ‘저스티스 리그’(잭 스나이더 감독)에서도, 원더 우먼은 홍일점 영웅으로서 독보적인 활약을 선보일 전망이다.

'저스티스 리그'의 이미지. 왼쪽부터 플래시(에즈라 밀러), 배트맨(벤 애플렉), 원더 우먼(갤 가돗).

'저스티스 리그'의 이미지. 왼쪽부터 플래시(에즈라 밀러), 배트맨(벤 애플렉), 원더 우먼(갤 가돗).

‘원더 우먼’을 위해 검술, 킥복싱, 카포에라, 브라질리언 주짓수 등 여러 무술 훈련을 받은 가돗은 원더 우먼의 이름에 손색없는 액션 연기를 펼친다. 두 달 이상 주 6일씩 체력 훈련, 승마 연습, 무술 수업을 반복하는 혹독한 훈련을 거쳤다. 가돗 스스로 “군사 훈련이 훨씬 쉬웠다”고 인정했을 정도. 하지만 정작 원더 우먼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은 호쾌한 액션 신도, 전장 속에서 굴욕없는 미모를 빛낼 때도 아니다. 가돗은 원더 우먼의 선량하고 순수한 얼굴 안에, 그가 인류에게 품은 무한한 연민과 사랑을 솔직하고도 뭉클하게 담아낸다. ‘대의를 위해서라면 작은 희생쯤은 감수해야 한다’고 믿는 남성들을 향해, 그저 정의와 응징을 외치는 남성 수퍼 히어로들 사이에서 원더 우먼은 “그 어떤 희생도 용납할 수 없다”고 성토하는 위대한 캐릭터다. 그 모습에는 고결하면서 단호한, 여성만이 추구할 수 있는 ‘디테일’이 살아 있다. 가돗은 말한다. “감정을 숨긴 채 터프하게 보이려 애쓴다고 실제로 강해지는 건 아니에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여성들이 가진 강력한 힘이니까요.” 명검 갓킬러도 헤스티아의 올가미도 아닌, ‘사랑’과 ‘관용’이라는 위대한 무기로 악에 맞서는 원더 우먼. 그는 배트맨의 지략과 슈퍼맨의 초능력을 훌쩍 상회하는, 아름다운 영웅이다. ‘갤 가돗’이라는 마법을 통해, 마침내 우리는 기꺼이 숭배와 지지를 바칠 만한 여성 히어로와 마주했다.

'원더 우먼'의 한 장면.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원더 우먼'의 한 장면.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원더 우먼’ 속 강한 언니들, 시선 강탈 여성 배우 3인

코니 닐슨|히폴리타 여왕

'원더 우먼' 속 원더 우먼의 어머니이자 아마존 왕국의 여왕인 히폴리타(코니 닐슨).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원더 우먼' 속 원더 우먼의 어머니이자 아마존 왕국의 여왕인 히폴리타(코니 닐슨).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코니 닐슨(52)은 ‘글래디에이터’(2000, 리들리 스콧 감독)로 국내 관객에게 친숙한 배우다. 막시무스 장군(러셀 크로)의 마음을 흔드는 로마의 왕녀 루실라 역할로 등장했었다. ‘원더 우먼’에서는 원더 우먼의 자애로운 어머니이자 아마존 왕국을 통치하는 히폴리타 여왕을 맡았다. 이번 영화를 준비하며 강도 높은 체력 훈련으로 인해 “인생 최고의 몸매를 얻게 됐다”고.

'글래디에이터'에서 로마 왕녀 루실라를 연기한 코니 닐슨.

'글래디에이터'에서 로마 왕녀 루실라를 연기한 코니 닐슨.

로빈 라이트|안티오페 장군

'원더 우먼' 속 원더 우먼의 이모이자 아마존 왕국의 최고 여성 장수 안티오페(로빈 라이트).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원더 우먼' 속 원더 우먼의 이모이자 아마존 왕국의 최고 여성 장수 안티오페(로빈 라이트).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원더 우먼을 강력한 영웅으로 훈육하는 멘토 안티오페 역. 파워풀한 액션을 펼치며 짧은 등장에도 대단한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로빈 라이트(51)는 ‘포레스트 검프’(1994,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에서 검프(톰 행크스)의 짝사랑 상대 제니로 유명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시리즈(2013~)에서 케빈 스페이시와 함께 열연 중이다.

'포레스트 검프'에서 검프(톰 행크스, 사진 왼쪽)의 첫사랑 제니 역을 맡은 로빈 라이트(사진 오른쪽).

'포레스트 검프'에서 검프(톰 행크스, 사진 왼쪽)의 첫사랑 제니 역을 맡은 로빈 라이트(사진 오른쪽).


루시 데이비스|에타 캔디

'원더 우먼' 속 트레버의 코믹한 비서 에타 캔디(루시 데이비스).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원더 우먼' 속 트레버의 코믹한 비서 에타 캔디(루시 데이비스).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트레버의 쾌활한 비서 에타 캔디로 출연한다. 영화 초반, 인간 세상에 처음 도착한 원더 우먼과 더불어 영화 속 개그를 책임진다. 다소 이름은 생소하지만, 루시 데이비스(44)는 ‘새벽의 황당한 저주’(2004, 에드가 라이트 감독) 등 다양한 코미디영화에서 눈도장을 찍었던 명품 조연. 엉뚱한 감초 연기로 어두운 영화의 톤을 누그러뜨리며 크게 활약했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의 다이안을 연기한 루시 데이비스.

'새벽의 황당한 저주'의 다이안을 연기한 루시 데이비스.

고석희 기자 ko.seok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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