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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쉬어야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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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전수진 기자 중앙일보 팀장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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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타임스(NYT)의 명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페이스북도, 트위터도 안 한다. 지난달 29일 아산정책연구원에서 20대 학생들을 만난 그는 “페이스북 할 시간이 없다. 진짜 친한 사람들을 면대면으로 만나니까”라고 했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그가 최근에 펴낸 책 제목은 『늦어줘서 고마워』(Thank You for Being Late). 시간 효율 극대화를 위해 취재원과 한 조찬 약속에 상대방이 늦으면 내놓는 단골 대사다. 본지 김영희 칼럼니스트와의 인터뷰를 기자에게 청해 오면서 그가 희망했던 시간 역시 오전 8시 조찬이었다. <중앙일보 6월 2일자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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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프리드먼-김영희 대기자 대담/20170530/포시즌호텔/박종근]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즈 기자와 김영희 대기자가 30일 오전 서울 세종로 포시즌 호텔에서 만나 북한 핵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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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것도 아닌 조찬 모임에 상대방이 늦으면 화부터 나는 게 인지상정이다. 이 조찬에 늦지 않기 위해 지난밤 3차도 가지 않고 귀가했던 일이며, 아침에 10분만 더 자고 싶었지만 무거운 몸을 침대에서 떼어낸 일 등등이 떠오르기 마련. 하지만 프리드먼은 남 탓을 하는 시간마저 아까운 모양이다. 상대방이 늦는 시간을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는 나만의 시간으로 승화시킨다. 다음 칼럼 주제를 생각하고, 세상이 왜 엉망이 됐을까 궁금해한다고 했다. 김 대기자와의 만남에선 양측 모두 늦지 않았지만, 프리드먼은 대담 도중 지나가는 말로 이렇게 말했다. “양질의 휴식은 진정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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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프리드먼-김영희 대기자 대담/20170530/포시즌호텔/박종근]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즈 기자와 김영희 대기자가 30일 오전 서울 세종로 포시즌 호텔에서 만나 북한 핵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조찬 취재 뒤 찾아간 광화문의 김밥집. 50대로 추정되는 간부급 남성 직원과 합석을 했다. 그는 “내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 줄 알아?”라는 듯 참치김밥을 먹으며 전화로 업무 지시를 했다. 신성한 점심시간에 말이다. 통화를 한 부하 직원에게 고운 소리는 못 들으셨을 것 같다. 난 그분의 부하 직원이 아니라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묵묵히 이어폰을 꼈다. 그분이 조금은 가여웠다.

최근 여성 전문직들 사이에서 돌풍을 일으킨 영화, ‘미스 슬로운’. 능력이 뛰어나고 카리스마 충만이지만 인간적인 면은 하이힐에 붙은 껌딱지만큼도 없는 여성 로비스트다. 잠자고 먹는 시간이 아까워 약을 먹어 가면서 밤을 새운다. 그러곤 스스로를 파멸에 몰아간 뒤 이런 말을 남긴다. “경력을 스스로 죽이는 게 그닥 나쁘진 않아. 경력에 의해 자살하게 되는 상황에 놓였을 때는 말이지.”

미스 슬로운 공식 스틸사진 [무단전재 금지]

미스 슬로운 공식 스틸사진 [무단전재 금지]
미스 슬로운 공식 스틸사진 [무단전재 금지]

미스 슬로운 공식 스틸사진 [무단전재 금지]

미스 슬로운의 문제는 수면 부족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리아나 허핑턴이 허핑턴포스트 운영만큼이나 아끼는 게 양질의 수면 캠페인인 이유가 뭐겠는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이례적 연차휴가를 쓴 것도 반가운 변화다. 한국은 쉬어야 산다. 이제 좀, 놀자.

전수진 P-프로젝트팀 기자

아리아나 허핑턴이 수면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유튜브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