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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LP 공장 제2의 전성기 이끌 수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국내 유일한 LP 공장인 바이닐팩토리에서 자체 제작한 프레싱 머신으로 LP를 만들고 있다. [사진 마장뮤직앤픽처스]

국내 유일한 LP 공장인 바이닐팩토리에서 자체 제작한 프레싱 머신으로 LP를 만들고 있다. [사진 마장뮤직앤픽처스]

바이닐(VinylㆍLP) 팬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인 LP 시장 성장세에 맞춰 국내에도 공장이 다시 들어선 것이다. 마장뮤직앤픽처스는 1일 서울 마장동에 LP공장 ‘바이닐 팩토리’의 본격 가동을 알렸다. 2004년 서라벌레코드가 생산 라인을 중단하면서 사실상 맥이 끊긴 지 10여년 만이다. 흔히 LP로 불리는 바이닐은 7인치 싱글 등 턴테이블에서 재생되는 모든 종류의 레코드를 말한다.

1일 서울 마장동에 바이닐팩토리 개관 #2014년 LP팩토리 폐점 이후 중단된 #국내 생산 가능해져 각종 축제도 잇따라

이날 서울 정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종명 마장뮤직 이사는 “한동안 디지털에서 소비되는 음악이 다시 소장하고 소유의 대상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국제음반산업협회에 따르면 2008년 500만장 수준이었던 LP 규모가 2015년 3200만장으로 증가하면서 60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박 이사는 “국내 LP 매출은 지난해 기준 98억 원으로 아직 시장 규모가 크진 않지만 연 17% 이상 성장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LP 제작에 뛰어들게 된 계기를 밝혔다.

지난해 서울 이태원에 문을 연 바이닐 앤 플라스틱. LP 1만여장과 CD 1만5000여장이 구비돼 있다. [사진 현대카드]

지난해 서울 이태원에 문을 연 바이닐 앤 플라스틱. LP 1만여장과 CD 1만5000여장이 구비돼 있다. [사진 현대카드]

이 같은 변화는 국내 시장 곳곳에서도 감지됐다. 지난해 6월 현대카드가 서울 이태원에 레코드샵 ‘바이닐 앤 플라스틱’을 오픈하면서 음악애호가들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1만 여장의 LP판을 보유한 이곳을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자 현대카드는 지난달 LP 문화 저변 확대를 위해 앨범 제작 지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윤종신ㆍ십센치ㆍ칵스 등 대중음악 및 인디 영역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아티스트를 선정해 500장 한정으로 제작했다”며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매년 지속적인 프로젝트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3년 조용필과 지드래곤을 시작으로 아이유ㆍ버스커버스커 등 아이돌도 LP를 판매하면서 높아진 관심을 보여줬다.

관련 축제도 활성화되고 있다. 오는 3~4일 전국음반소매상연합회 주관으로 서울 녹번동 서울혁신파크 미래청에서 바이닐 페스티벌이 열리는 데 이어 17~18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제7회 서울레코드페어가 열린다. 지난해 원더걸스의 신곡 ‘아름다운 그대에게’를 선공개해 90분 만에 500장을 매진된 데 이어 올해는 9와 숫자들ㆍ박재범X기린ㆍ성진환(스윗소로우)ㆍ임인건ㆍ코카손 등의 한정판 LP를 선공개한다. 서울레코드페어를 기획한 김영혁 김밥레코즈 대표는 “2011년 첫 행사 때는 참여 부스가 30개가 채 되지 않았으나 올해는 80여개에 이른다”며 “국내에도 새 공장 설비로 LP 생산이 가능해진 만큼 더욱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실 LP 붐에 힘입은 자체제작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LP팩토리가 경기 김포에서 야심차게 제작에 뛰어들었으나 품질 문제로 대다수 제품이 리콜되면서 3년 만에 문을 닫았다. 하종욱 마장뮤직 대표이사는 “지난 3년간의 노력 끝에 LP 음질을 좌우하는 PVC 원료와 프레싱 머신 자체 제작에 성공했다”며 “분야별 모니터링 결과 품질 만족도가 높았던 만큼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공장을 통해 평균 5~6개월 걸리던 제작기간이 3~4주로 단축되면서 LP 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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