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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애매모호한 스승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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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모호’한 스승의 날

스승의날에 받은 카네이션을 가슴에 단 울산외고 김원국 국어 교사.

스승의날에 받은 카네이션을 가슴에 단 울산외고 김원국 국어 교사.

지난 5월 15일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스승의 날을 맞았다. 선물이나, 꽃, 파티 분위기의 행사 대신 학생들은 학교에서 제공한 카네이션을 선생님에게 달아 드리고 편지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달라진 풍경만큼이나 스승의날을 맞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다양했다.

먼저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은 "마음이 편해졌다, 부담감이 줄었다"라고 전했다. 학생들은 "선물을 사는 부담이 적어졌다"는 점과 "학급마다 선물이나 기념식의 규모 차이가 크지 않아 마음에 든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종이 카네이션도 허용되지 않는 달라진 스승의날 모습에 많은 학생이 혼란스러워하기도 했다.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이전에는 스승의날에 학생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담임선생님을 위해 풍선을 불고, 케이크를 사는 등 학급에서 자체적으로 기념 행사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디부터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몰라 학생들이 감사를 표현하는 방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선생님과 학생을 만나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스승의날에 불편했던 점, 어떻게 스승의날을 잘 보낼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또 달라진 스승의날을 다른 학교들은 어떻게 보냈는지 알아봤다.

스승의날을 보낸 선생님 두 분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솔직한 답변을 위해 선생님의 이름은 익명 처리했다.

제36회 스승의 날을 앞두고 학교 측은 카네이션이나 선물을 비롯해 색종이를 접어 만든 종이꽃까지 그 어떤 선물도 학교에 가져오지 않도록 당부했다. [사진=중앙포토]

제36회 스승의 날을 앞두고 학교 측은 카네이션이나 선물을 비롯해 색종이를 접어 만든 종이꽃까지 그 어떤 선물도 학교에 가져오지 않도록 당부했다. [사진=중앙포토]

무거고 선생님

-예년과 다른 스승의 날, 불편한 점이 있었나요.
"진심이 아닌 의무감이 담긴 꽃과 편지를 받으면서 ‘스승의날이라는 행사를 치뤘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원하는 '스승의날'의 모습이 있다면.
"행사 개념의 ‘스승의날’이 아니라, 평소에도 선생님을 존중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행사로 인해 아이들의 형식적인 모습을 보기보단 더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가지거나, 스승의 날을 공휴일로 정해 몇 년 전의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감사를 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해요. 저는 이번 스승의 날에 옛날 제자의 진심이 담긴 전화 한 통이 오히려 더 행복했습니다."

울산외고 선생님

-예년과 다른 스승의 날, 불편한 점이 있었나요.
"선물의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마음의 전달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스승의 날에도 학생들의 편지 한 통 한 통으로 고마운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쉬운 점은 스승의 날에 쉴 수가 없다는 거죠. 부모님께 늘 감사하지만 어버이날에 그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처럼, 선생님들도 자신이 진정한 교사인지 스스로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교사들도 과거 학생이었고, 스승을 만나 고마움을 전달하고 싶은데 갈 수 없어서 문자로만 인사드려 죄송하기도 하고요."

-원하는 '스승의날'의 모습이 있다면.
"스승의 날이 어떻게 바뀌든지, 선생이 받은 것은 학생들의 감사한 마음이죠. 가장 중요한 것이 마음의 전달이라고 생각하는 참된 스승이 있기에 어떤 방식이든지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학생들이 손수 편지를 적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앞으로 스승의 날을 대하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이번에는 학생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울산외고 2학년 이한효 학생을 만나보았다.

-예년과 다른 스승의 날, 불편한 점이 있었나요.
"축하의 말만 드리는 게 불편했어요. 공식적인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 것 말고는 개인적으로 카네이션도 드릴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이전엔 스승의 날을 어떻게 보냈나요.
"개인적으로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거나 편지와 케이크를 드렸습니다."

-바뀐 스승의날,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돈이 부족해 선물을 못 챙기는 학생들도 있는데, 올해는 공평하게 모든 학생들이 선물을 드릴 수 없다는 점 같아요."

-개선할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공식적으로 카네이션을 드리는 것 말고, 개인적으로도 카네이션 정도는 달아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스승의날을 특별하게 보낸 학교들

지난 15일, 제36회 스승의 날을 맞아 대구 성광중학교 학생들이 교사 30여명의 특징을 살려 팝아트 기법으로 그린 초상화 작품을 전시했다. [사진=중앙포토]

지난 15일, 제36회 스승의 날을 맞아 대구 성광중학교 학생들이 교사 30여명의 특징을 살려 팝아트 기법으로 그린 초상화 작품을 전시했다. [사진=중앙포토]

충북 음성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선생님도 어린 시절이 있었단다’라는 사진전을 열었다. 이번 사진전은 스승의 날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법에 저촉될까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 부담감을 갖고 있는 가운데 경직된 분위기를 전환하고 스승의 날 참뜻을 되살리자는 취지로 계획했다고 한다. 선생님들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본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더욱더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경북 의성의 한 고등학교는 선생님께 꽃을 달아드리며 스승의 날을 기념하기보단 교내 체육대회를 열어 사제지간에 함께 어울리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점심시간에는 선생님들이 깜짝 삼겹살파티를 준해 선생님과 학생들 간의 추억을 쌓고 학생들과 소통을 하려는 스승의 날을 보냈다.

글=박성은·윤혜주(울산외고 2) TONG청소년기자단 울산외고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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