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국민인수위원회 광화문1번가' 오프라인 공간에 사람들이 붙인 포스트잇들. 홍상지 기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5/28/bbe5c620-b16e-4582-8df7-3c3353cc897a.jpg)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국민인수위원회 광화문1번가' 오프라인 공간에 사람들이 붙인 포스트잇들. 홍상지 기자
'입시교육 없이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국가 교육' '전문성 있고 공정한 공무원, 국민이 힘들 때 의논할 수 있는 공무원' ….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 공원에 마련된 국민인수위원회 '광화문1번가' 오프라인 창구 한켠에는 '국민 인수위원'들이 적은 갖가지 내용의 포스트잇들이 붙어 있었다. 새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을 적은 것이었다. 25일 공식 출범한 국민인수위에는 지난 사흘 간 6600여 건의 제안·의견·민원들이 접수됐다. 온·오프라인 창구 모두를 포함한 수치다. 매주 토요일에는 한 가지 주제를 정해 사람들이 자유롭게 발언하는 '국민 마이크'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그렇게 의견이 쌓일수록 인수위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국민인수위 소통위원 서천석(48) 마음연구소 소장의 어깨는 한층 더 무거워지고 있다.
25일부터 100일 간의 국민인수위 여정 #인수위 소통위원 맡은 서천석 소장 #"인수위는 문재인 정부의 정당성 상징" #"잘 될 거라 생각진 않지만 시작이 중요" #사흘간 6600건…주로 '민생' 관련 제안 #"국민 인수위원들이 '효능감' 느껴야"
국민인수위가 100일 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초반 50일은 국민 전체가 대상인 '인수위원'들의 제안을 모으고 남은 50일은 이 제안을 바탕으로 보고서를 만들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것이 큰 틀에서의 인수위 임무다. 정신과 전문의인 서 소장은 홍서윤 장애인 여행문화연구소 소장과 함께 국민인수위의 소통위원으로 임명됐다. 그는 "인수위 출범 사흘 전인 22일 정부 측에서 '사람들 이야기를 잘 들어주실 것 같다'며 처음 연락이 왔다. 의견 하나 하나를 경청하고 그것을 왜곡되지 않게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알려 국민들의 '정치적 효능감'을 높이는 것이 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인수위원회 소통위원을 맡은 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마음연구소 소장. [중앙포토]](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5/28/7a1ff9d0-17ed-4f84-afaa-cd208e7c7385.jpg)
국민인수위원회 소통위원을 맡은 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마음연구소 소장. [중앙포토]
- 원래 직업은 정신과 전문의다.
어떤 사람의 이야기든 잘 들어주는 게 지금까지 내가 해온 일이다. 국민인수위원회 소통위원으로서의 일도 이와 다를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내 의견이 그저 한 번 얘기하고 묻히는 게 아니라 하나하나 소중하게 다뤄지고 있구나'라고 국민 인수위원들이 느낄 수 있게끔 작은 의견 하나라도 소중하게 들으려 한다."
- 처음 시도되는 국민인수위원회, 잘 될 거라고 보나.
사실 아주 잘 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따지고 보면 그동안 어떤 인수위도 그 의견이 정책에 그대로 반영되진 못했다. 분명히 하다보면 한계점이 나올 것이고 미숙한 부분도 생길 거다. 법령을 만들어야 하는 건 국회의 협조도 필요하다. 그래도 이번 인수위는 '스타트를 끊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시작을 해야 경험이 쌓이고 세련돼지는 법이니까."
- 이번 인수위는 새로 집권한 문재인 대통령 정부에 어떤 의미일까.
이번 정부는 지난해부터 이어졌던 '촛불집회' 시민들의 힘을 받아 꾸려진 정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수위는 현 정부의 정당성을 상징하는 기구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대통령 한 명이 잘나서 이 정권을 맡은 게 아니라 국민의 제안과 지지를 받아 만든 정권'이라는 메시지를 인수위를 통해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서울 광화문 세종로 공원에 마련된 '국민인수위원회 광화문1번가' 오프라인 공간. 홍상지 기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5/28/c82ac6ce-008f-42e3-abca-3979597ad1e8.jpg)
서울 광화문 세종로 공원에 마련된 '국민인수위원회 광화문1번가' 오프라인 공간. 홍상지 기자
25일 국민인수위가 서울 광화문에 오프라인 창구를 마련한 첫 날, 현장과 콜센터를 통해 총 140개의 정책 제안이 들어왔다고 한다. 다음날 온라인 창구까지 열리면서 26일에는 총 2749건, 27일에는 3764건의 제안들이 쏟아졌다. 인수위는 제안들을 ▶부정부패 청산 ▶경제민주화 ▶일자리 ▶경제성장 ▶민생·복지·교육 ▶민주·인권▶외교·안보 등 12개 분야로 분류·정리해 주기적으로 국정기획자문위에 보고할 계획이다. 28일 현재 가장 많은 제안이 들어온 분야는 민생·복지·교육 분야였고 일자리와 부정부패 청산 분야에서도 많은 의견이 접수됐다.
- 접수된 내용 중 구체적인 정책 제안 몇 건만 소개해 달라.
임대차보호법에 감정평가제를 도입하자는 제안, 교권보호특별법을 제정해 교육을 정상화하자는 의견, 블로그 마켓이나 SNS 마켓 등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 등 상당히 다양했다."
- 서로 상충하는 의견도, 현실성이 부족한 이야기도 있을 텐데.
정신과 상담을 할 때 자주 보는 경우인데, 아이의 이상 행동에 부모가 자신의 입장에서 '너 왜그러니'만 하면 답이 안 나온다. 그런 행동을 하는 근원을 찾아야 한다. 국민을 아이에 비유하는 건 적절치 않지만, 설명하자면 그렇다. 내부 회의에서 '만약 오프라인 창구에 누군가 찾아와 소란을 피운다면 어떻게 해야할까'를 두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결론은 '폭력을 휘두르지만 않는다면 일단 그분들 의견도 들어보자'였다. 인수위 컨테이너 2층에는 '공감실'이라고 해서 전문 상담가들이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공간도 있다."
- 국민인수위가 최소한 '이런 역할'은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욕구가 높아지고 있는만큼 인수위는 그 출발점을 당기는 역할을 할 거다. 그러려면 국민들이 인수위원으로 참여하며 느끼는 효능감이 커야 한다. 국민들은 더이상 싸우고 싶지 않고, 그런 모습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저 사는 형편이 더 나아지고 오늘보다 내일이 더 행복한 사회를 바랄 뿐이다. 그런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에 정부·국회 할 것 없이 귀를 기울이려 한다면 인수위의 존재 가치는 그것만으로 분명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