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간 6600건 의견 모인 국민인수위…"무슨 의견이든 경청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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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국민인수위원회 광화문1번가' 오프라인 공간에 사람들이 붙인 포스트잇들. 홍상지 기자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국민인수위원회 광화문1번가' 오프라인 공간에 사람들이 붙인 포스트잇들. 홍상지 기자

'입시교육 없이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국가 교육' '전문성 있고 공정한 공무원, 국민이 힘들 때 의논할 수 있는 공무원' ….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 공원에 마련된 국민인수위원회 '광화문1번가' 오프라인 창구 한켠에는 '국민 인수위원'들이 적은 갖가지 내용의 포스트잇들이 붙어 있었다. 새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을 적은 것이었다. 25일 공식 출범한 국민인수위에는 지난 사흘 간 6600여 건의 제안·의견·민원들이 접수됐다. 온·오프라인 창구 모두를 포함한 수치다. 매주 토요일에는 한 가지 주제를 정해 사람들이 자유롭게 발언하는 '국민 마이크'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그렇게 의견이 쌓일수록 인수위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국민인수위 소통위원 서천석(48) 마음연구소 소장의 어깨는 한층 더 무거워지고 있다.

25일부터 100일 간의 국민인수위 여정 #인수위 소통위원 맡은 서천석 소장 #"인수위는 문재인 정부의 정당성 상징" #"잘 될 거라 생각진 않지만 시작이 중요" #사흘간 6600건…주로 '민생' 관련 제안 #"국민 인수위원들이 '효능감' 느껴야"

국민인수위가 100일 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초반 50일은 국민 전체가 대상인 '인수위원'들의 제안을 모으고 남은 50일은 이 제안을 바탕으로 보고서를 만들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것이 큰 틀에서의 인수위 임무다. 정신과 전문의인 서 소장은 홍서윤 장애인 여행문화연구소 소장과 함께 국민인수위의 소통위원으로 임명됐다. 그는 "인수위 출범 사흘 전인 22일 정부 측에서 '사람들 이야기를 잘 들어주실 것 같다'며 처음 연락이 왔다. 의견 하나 하나를 경청하고 그것을 왜곡되지 않게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알려 국민들의 '정치적 효능감'을 높이는 것이 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인수위원회 소통위원을 맡은 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마음연구소 소장. [중앙포토]

국민인수위원회 소통위원을 맡은 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마음연구소 소장. [중앙포토]

원래 직업은 정신과 전문의다.

어떤 사람의 이야기든 잘 들어주는 게 지금까지 내가 해온 일이다. 국민인수위원회 소통위원으로서의 일도 이와 다를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내 의견이 그저 한 번 얘기하고 묻히는 게 아니라 하나하나 소중하게 다뤄지고 있구나'라고 국민 인수위원들이 느낄 수 있게끔 작은 의견 하나라도 소중하게 들으려 한다."

처음 시도되는 국민인수위원회, 잘 될 거라고 보나. 

사실 아주 잘 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따지고 보면 그동안 어떤 인수위도 그 의견이 정책에 그대로 반영되진 못했다. 분명히 하다보면 한계점이 나올 것이고 미숙한 부분도 생길 거다. 법령을 만들어야 하는 건 국회의 협조도 필요하다. 그래도 이번 인수위는 '스타트를 끊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시작을 해야 경험이 쌓이고 세련돼지는 법이니까."

이번 인수위는 새로 집권한 문재인 대통령 정부에 어떤 의미일까.

이번 정부는 지난해부터 이어졌던 '촛불집회' 시민들의 힘을 받아 꾸려진 정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수위는 현 정부의 정당성을 상징하는 기구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대통령 한 명이 잘나서 이 정권을 맡은 게 아니라 국민의 제안과 지지를 받아 만든 정권'이라는 메시지를 인수위를 통해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서울 광화문 세종로 공원에 마련된 '국민인수위원회 광화문1번가' 오프라인 공간. 홍상지 기자

서울 광화문 세종로 공원에 마련된 '국민인수위원회 광화문1번가' 오프라인 공간. 홍상지 기자

25일 국민인수위가 서울 광화문에 오프라인 창구를 마련한 첫 날, 현장과 콜센터를 통해 총 140개의 정책 제안이 들어왔다고 한다. 다음날 온라인 창구까지 열리면서 26일에는 총 2749건, 27일에는 3764건의 제안들이 쏟아졌다. 인수위는 제안들을 ▶부정부패 청산 ▶경제민주화 ▶일자리 ▶경제성장 ▶민생·복지·교육 ▶민주·인권▶외교·안보 등 12개 분야로 분류·정리해 주기적으로 국정기획자문위에 보고할 계획이다. 28일 현재 가장 많은 제안이 들어온 분야는 민생·복지·교육 분야였고 일자리와 부정부패 청산 분야에서도 많은 의견이 접수됐다.

접수된 내용 중 구체적인 정책 제안 몇 건만 소개해 달라.

임대차보호법에 감정평가제를 도입하자는 제안, 교권보호특별법을 제정해 교육을 정상화하자는 의견, 블로그 마켓이나 SNS 마켓 등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 등 상당히 다양했다."

서로 상충하는 의견도, 현실성이 부족한 이야기도 있을 텐데. 

정신과 상담을 할 때 자주 보는 경우인데, 아이의 이상 행동에 부모가 자신의 입장에서 '너 왜그러니'만 하면 답이 안 나온다. 그런 행동을 하는 근원을 찾아야 한다. 국민을 아이에 비유하는 건 적절치 않지만, 설명하자면 그렇다. 내부 회의에서 '만약 오프라인 창구에 누군가 찾아와 소란을 피운다면 어떻게 해야할까'를 두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결론은 '폭력을 휘두르지만 않는다면 일단 그분들 의견도 들어보자'였다. 인수위 컨테이너 2층에는 '공감실'이라고 해서 전문 상담가들이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공간도 있다."

국민인수위가 최소한 '이런 역할'은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욕구가 높아지고 있는만큼 인수위는 그 출발점을 당기는 역할을 할 거다. 그러려면 국민들이 인수위원으로 참여하며 느끼는 효능감이 커야 한다. 국민들은 더이상 싸우고 싶지 않고, 그런 모습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저 사는 형편이 더 나아지고 오늘보다 내일이 더 행복한 사회를 바랄 뿐이다. 그런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에 정부·국회 할 것 없이 귀를 기울이려 한다면 인수위의 존재 가치는 그것만으로 분명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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