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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럽 사이에 더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초코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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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일러스트레이터 초코무(33)는 일반인보다 스타들 사이에서 더 유명한 아티스트다. 가수 산다라박은 그에게 2016년 11월 생일파티 초대장을 만들어 달라 부탁했고, 소녀시대는 2013년 초코무가 그린 타투 스타킹을 신고 무대에 올랐다. 일본에서는 가수 '아이', 그리고 남성 아이돌 그룹 '에그자일'과 '산다이메 제이 소울 브라더스'이 초코무 작품을 활용해 굿즈(캐릭터 상품)를 만들면서 널리 알려졌다. 정식으로 미술을 공부한 적이 없는 그는 지금 일본에서 가장 많이 협업을 하는 아티스트 중 하나다. 5월 20일 서울 논현동 글래드라이브 강남 호텔에서 초코무를 만났다.

일본 일러스트레이터 초코무. 일본 내에서는 옷, 가방, 시계 등 패션부터 초콜릿까지 수많은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유명한 아티스트다. 지난해 일본 히로시마에 있는 리복 매장에서 윈도우 페인팅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초코무]

일본 일러스트레이터 초코무. 일본 내에서는 옷, 가방, 시계 등 패션부터 초콜릿까지 수많은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유명한 아티스트다. 지난해 일본 히로시마에 있는 리복 매장에서 윈도우 페인팅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초코무]

지난 5월 20일 논현동 글래드라이브 강남에서 만난 초코무. 한국을 좋아해 1년에 3~4차례 한국에 온다.  윤경희 기자.

지난 5월 20일 논현동 글래드라이브 강남에서 만난 초코무. 한국을 좋아해 1년에 3~4차례 한국에 온다.  윤경희 기자.

-‘초코무’란 이름이 특이하다.
“본명은 와타나베 유카(渡辺 ゆか)다. 2009년 초코무로 이름을 바꿨다. 커피를 못 마시는 대신 초콜릿 음료를 많이 마시는 내 모습이 스파이크 리의 영화 ‘클라커스’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같다며 친구가 영화 속 장면을 보여줬다. 그때 그 배우가 마시는 음료가 ‘초코무’(초코릿 드링크)였다. 이름을 바꾸니 사람들이 더 쉽게 기억했다.”

유명 가수 굿즈 제작하며 유명세 #일본선 갭·리복부터 초콜릿까지 협업

-미술을 정식으로 공부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일러스트레이터가 됐나.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다. 모든 건 2008년 뉴욕에 놀러갔을 때 시작됐다. 옷가게 점원을 그만두고 무작정 뉴욕에 갔다. 조그만 공원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본 인근의 운동화 가게 주인이 자기 매장에서 그림 전시를 해볼 생각이 없냐고 제안했다. 거기서 작은 전시회를 열었고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시 사진을 본 일본의 한 티셔츠 브랜드가 협업을 요청해와 함께 티셔츠를 만들었다. 그렇게 일러스트레이터가 됐다.”

초코무가 투명한 유리에 흰색 펜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 2015년 일본 하라주쿠에 있는 '갭' 매장에서 협업을 기념해 라이브 페인팅 쇼를 진행했을 때 사진이다. [사진 초코무]

초코무가 투명한 유리에 흰색 펜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 2015년 일본 하라주쿠에 있는 '갭' 매장에서 협업을 기념해 라이브 페인팅 쇼를 진행했을 때 사진이다. [사진 초코무]

초코무는 흰색과 검정색으로 발랄한 느낌의 일러스트를 그려낸다. 지난 2015년 미국 LA에서 열린 아트 페스티발 '비 스트리트 위켄드(Be Street Weekend)'에서 큰 캔버스에 바나나, ET, 하트 등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가득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초코무]

초코무는 흰색과 검정색으로 발랄한 느낌의 일러스트를 그려낸다. 지난 2015년 미국 LA에서 열린 아트 페스티발 '비 스트리트 위켄드(Be Street Weekend)'에서 큰 캔버스에 바나나, ET, 하트 등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가득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초코무]

-운이 좋았다.
“맞다. 뉴욕 운동화 가게에서 전시할 때만 해도 내 그림을 판 적이 없었다. 아마추어에게 가게 주인이 전시를 제안했고 그 작은 전시에선 그림이 팔렸다. 내 그림을 돈 주고 사는 사람이 있다는 게 놀랍고 기뻤다. 일본이었다면 그런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뉴욕은 무명 작가에게도 선뜻 기회를 내줬다.”

-흰 바탕에 검정색 펜으로 그림을 그리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어릴 때부터 검정색과 흰색이 주가 되는 그림을 많이 그렸다. 다른 이유는 없다. 머리 속에 떠오르는 그림을 그리는 데 그게 흑백사진처럼 검정과 흰색이다. 어릴 때 8년간 서예를 했는데 그때의 영향이 있었을 수도 있다. 내 그림을 보고 그래피티(낙서 벽화)적인 요소가 많아 그쪽에서 영향을 받았을 거라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일본이나 한국의 수묵화나 붓글씨에서 받은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갭과의 협업으로 만든 티셔츠(2015). 

갭과의 협업으로 만든 티셔츠(2015). 

국내에선 이제 막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초코무는 일본에서 갭·리복·닥터마틴 등 패션 브랜드와 초콜릿 다스(DARS)와 잇따라 협업을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건 유명 가수들의 굿즈다. 올해로 활동 15주년을 맞은 아이(AI), 그리고 전국 돔 투어를 할 정도로 인기있는 남성 아이돌 그룹 에그자일 등의 굿즈를 도맡아 제작한다. 2015년에는 초코무 가방만 판매하는 팝업 스토어를 뉴욕 메이시스 백화점에 열기도 했다.

2017년 4월 가수 산다라박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초코무가 협업한 초콜릿을 들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사진 산다라박 인스타그램]

2017년 4월 가수 산다라박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초코무가 협업한 초콜릿을 들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사진 산다라박 인스타그램]

-많은 가수의 굿즈를 제작하게 된 계기는.
“처음 만든 티셔츠를 2011년 일본 아이돌 아이가 보고는 자신의 팬을 위한 티셔츠ㆍ가방ㆍ타월 등 굿즈 디자인을 맡겼다. 그게 시작이었다. 이후 에그자일과 산다이메 제이 소울 브라더스로 이어졌다. 한번에 4만~5만명이 모이는 돔 투어를 하는 가수들이다보니 자연스레 내 그림이 유명해졌다.”

초코무가 디자인한 지난해 5월에 발매한 일본 가수 '아이'의 앨범.  

초코무가 디자인한 지난해 5월에 발매한 일본 가수 '아이'의 앨범.  

초코무(왼쪽)와 일본 아이돌그룹 '산다이메 제이 소울 브라더스'의 멤버가 굿즈로 만든 수건을 두르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 초코무]

초코무(왼쪽)와 일본 아이돌그룹 '산다이메 제이 소울 브라더스'의 멤버가 굿즈로 만든 수건을 두르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 초코무]

-유명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는데 아이의 공이 컸다.
“그렇다. 6년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아이의 굿즈를 만들고 있다. 아이와는 가족끼리 교류할 정도로 친한 친구가 됐다.”

-한국 연예인들과도 친분이 두텁다는데.
“산다라박, 걸스데이의 민, 샤이니의 키 외에도 많은 래퍼와 DJ, 그리고 스트리트 패션 디자이너와 가깝게 지내고 있다. 모두 내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특히 산다라박은 서로 알기도 전에 먼저 내 작품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그걸 보고는 우리 둘 다 아는 친구가 다리를 놔줘 친구가 됐다. "

초코무는 2016년 11월 산다라박의 생일 파티 초대장을 만들어줬다.

2016년 11월 산다라박이 초코무가 그려준 생일 파티 초대장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초코무 고마워'란 글과 함꼐 올렸다. [사진 산다라박 인스타그램] 

2016년 11월 산다라박이 초코무가 그려준 생일 파티 초대장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초코무 고마워'란 글과 함꼐 올렸다. [사진 산다라박 인스타그램] 

2013년 서울 가로수길에서 열린 샤이니의 팬 미팅 행사장에 방문한 초코무. 

2013년 서울 가로수길에서 열린 샤이니의 팬 미팅 행사장에 방문한 초코무. 

2013년 가로수길 샤이니 팬 미팅 행사장에서 초코무가 라이브 페인팅을 하고 있다.  

2013년 가로수길 샤이니 팬 미팅 행사장에서 초코무가 라이브 페인팅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협업 작업을 하고 있나.
“한국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인 조이리치와 안경 브랜드 라피스 센시블레와 협업했다. 2016년 11월엔 산다라박 생일에 가방을 만들었다. 5월 20일은 청담동 라운지바 디브릿지에서 열린 아트 파티 '디아뜨'의 첫번째 협업 아티스트로 참가했다. 또 6월 UMF(울트라 뮤직 페스티발)에 다른 한국 작가들과 함께 굿즈를 만들어 내놓는다.”

-한국에 초코무 이름으로 화장품을 출시했다.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나.
“새로 화장품 유통업을 시작하는 한국 업체가 제안해왔다. 평소 늘 몸에 지니고 다닐 수 있는 귀여우면서 볼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물건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던 터라 흔쾌히 응했다. K-뷰티와 K-패션을 좋아해 한국에도 자주 오는 터라 한국에서 내 이름을 가진 화장품을 내놓는다는 게 좋았다. 2016년 마스크팩을 출시했고 올해는 메이크업 제품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지난해 출시한 초코무 코스메틱스 마스크팩. [사진 두오모인터내셔널]

지난해 출시한 초코무 코스메틱스 마스크팩. [사진 두오모인터내셔널]

-한국을 좋아하는 이유는.
“패션과 뷰티가 좋다. 맛집도 많다. 그래서 1년에 3~4번은 꼭 온다. 친구와 가로수길을 다니며 한국의 옷, 화장품 가게를 돌아다니는 걸 좋아한다. 맛집이 너무 많다. 어딜가도 늘 성공한다. 요즘은 복숭아맛 소주에 빠져 있다.”

지난 5월 20일 저녁 청담동 라운지바 디브릿지에서 열린 아트 파티 '디아뜨'에서 초코무가 라이브 페인팅을 하고 있다. [사진 디미디어앤컴퍼니]

지난 5월 20일 저녁 청담동 라운지바 디브릿지에서 열린 아트 파티 '디아뜨'에서 초코무가 라이브 페인팅을 하고 있다. [사진 디미디어앤컴퍼니]

하트를 모티브로 그린 초코무의 작품. 일본 시계 카시오 베이비지(Baby-G)와의 협업 작품이다. [사진 초코무]

하트를 모티브로 그린 초코무의 작품. 일본 시계 카시오 베이비지(Baby-G)와의 협업 작품이다. [사진 초코무]

-사람들이 당신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주로 하트·바나나·고양이를 그리는데 그중 제일 많이 사용하는 건 하트다. 긍정적인 마음 상태일 때만 그림을 그리는데, 그렇다보니 따뜻한 이미지를 주는 하트가 그림의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그림을 그릴 때도 내 그림을 보는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런 마음이 그림에 나타나서 좋아하는 게 아닐까.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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